영화 《언니》와 드라마 《왜그래 풍상씨》로 종횡무진 활약 중인 이시영
영화 《언니》는 이시영이 아니면 아닐 것 같은 영화다.
“그간 액션을 조금씩 보여드린 적은 있지만, 본격 액션물을 하게 되면 굉장히 부담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잘해야 할 것 같고, 남들과 다르게 해야 할 것 같았죠. 그런 작품을 만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어요. 《언니》는 그런 와중에 만난 작품이에요.”
포스터가 인상적이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도 빨간 치마와 하이힐을 신은 여자가 해머를 들고 걷는 첫 장면이 강렬하게 남았어요. 보통 배우들이 액션을 한다고 하면 막연히 어두운 계열의 의상이나 트레이닝복을 떠올리잖아요. 제작 당시 영화의 가제가 《오뉴월》이었어요. 의도가 확 느껴지지 않나요(웃음)? 틀을 깨는 여자의 모습이 좋았고, 극 중 제 역할인 ‘인애’가 가해자들을 모두 응징하는 게 통쾌했어요. 감독님은 여성성이 극대화된 이미지를 통해서, 분노가 사람을 얼마나 힘 있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으셨대요.”
대역, CG, 와이어 도움 없는 맨몸 액션을 보여준다.
“체력적으로 힘들었다기보다는 아무래도 대역을 쓰지 않고 하게 되니 한계가 있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기술이나 난이도의 한계요. 제가 아무리 노력해도 액션 전문 배우보다는 어설프잖아요. 운동을 했기 때문에 좀 더 잘해야겠다는 부담감도 있었어요. 결국 도전했어요. 여배우가 영화를 이끌어가고, 액션을 처음부터 끝까지 홀로 할 수 있는 작품은 흔치 않거든요. 소중하고 중요한 경험이었어요.”
이번엔 어떤 운동을 배웠나.
“혼자 힘으로 다수의 남성을 제압하는 상황을 설득력 있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액션이 중요했어요. 현실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도 알지만, 그 설득력을 위해 주짓수를 배웠어요. 감독님이 여자가 남자를 제압할 수 있는 유일한 무술이라고 추천해 주셨거든요. 해 보니 심도 있고 어려운 운동이더라고요. 비좁은 차 안에서 액션을 하는 장면을 위해서는 운전과 관련된 거의 모든 면허를 취득했어요. 카체이싱도 배웠는데 하면 할수록 욕심이 생기더군요.”
체중조절을 했다고 들었다.
“근육을 증량하는 것도 삼세한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원피스 의상이라 맨다리가 드러나는데 왜소해 보이는 게 싫었거든요. 복싱 실업팀에서 배웠던 증량 방법을 활용했어요. 일단 살을 막 찌운 다음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서 근육을 남겨두고 지방만 빼는 거예요. 촬영 시작 전에 52kg이었는데 두 달 동안 4kg을 늘렸어요.”
‘액션’은 이제 이시영의 전매특허가 됐다.
“영화를 촬영할 때는 외롭고 힘들었는데, 영화를 마치고 나니 오랫동안 액션 영화의 주인공으로 활약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어요. 《아토믹 블론드》(2017)의 샤를리즈 테론처럼 멋있는 액션을 찍어보고 싶어요. 저는 액션과 함께라면 작은 역할이라도 하고 싶어요.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하다 보면 다른 기회도 생길 것이라 생각해요. 저는 처절하게 깨지는 악역을 해 보고 싶어요. 때로는 주인공보다 연민이 가는 악역요. 작은 역할이라도 꼭 도전해 보고 싶어요.”
한국에서는 드문, 여성 원톱 액션 영화의 주인공이다.
“부담이라는 표현보다는 두려움이라는 표현이 맞을 거예요. 상업 영화다 보니 결과에 따라 많은 것들이 좌지우지되잖아요. 두려웠어요. 흥행에서 실패하면 한동안은 이런 영화 자체를 찾아볼 수가 없으니까요. 좋은 결과가 이어지면 앞으로 더 많은 기회가 생길 테고, 보여드릴 수 있는 작품도 많아질 테니까요. 기회의 폭이 넓어지면 저뿐만 아니라 많은 여배우들에게도 기회가 생기잖아요.”
안방극장에도 컴백했다.
“문영남 작가님이 집필한 KBS 수목극 《왜그래 풍상씨》에 출연 중이에요. 애초에 드라마 《사생결단 로맨스》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휴식기를 가지고 싶었는데, 작가님의 대본을 만났어요. 뭐랄까, 탈출구를 만난 느낌이랄까요. 화상이는 내 속에 있는 것을 다 표현하는 막무가내 캐릭터예요. 이름처럼 화상 같은 캐릭터죠.”
KBS 수목극 《왜그래 풍상씨》는 동생 바보로 살아온 중년남자 풍상씨(유준상)와 ‘등골 브레이커’ 동생들의 일상과 사건·사고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드라마다. 이시영은 이번 작품 속에서 이정상(전혜빈)의 쌍둥이 동생이자 사치를 일삼고 사는 막무가내 넷째 이화상 역을 맡았다.철부지 역할은 오랜만이다.
“그동안 제가 맡았던 선하고 올곧은 역할들과는 많이 달랐기에 신선하게 다가온 것도 있어요. 화상이의 되먹지 못한 캐릭터 때문에 가끔 보이는 진심 어린 모습이 더 묵직하게 다가오기도 했고요. 화상이의 인생관 자체가 멋있었고 이걸 어떻게 표현할지 적극적으로 감독, 작가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화상이의 숨겨진 상처, 변하는 모습이 감동적인 부분도 있었어요. 모든 감정을 쏟아내는 캐릭터라 은근히 연기를 하면서도 스트레스가 풀리기도 하고요.”
평소엔 스트레스를 어떻게 푸나.
“주로 한강변을 뛰어요. 자연스럽게 생각과 감정이 정리되지요. 여자는 출산 후에 몸이 바뀐다고 하잖아요. 저는 출산 후 회복하기까지 일주일 정도 걸렸고 특이하게도 몸이 오히려 좋아졌어요. 체질마다 다르지만 컨디션이 좋아서 특별히 산후 조리도 하지 않았어요. 이미 출전하기로 한 마라톤 시합 때문에 출산 100일쯤 준비를 시작했어요. 운동은 이제 저와 떼려야 뗄 수가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