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판사 “증거 인멸 우려” 구속영장 발부
양 전 대법원장 "모함" 주장하기도
향후 재판서 유죄 판결 가능성 높아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결국 구속됐다. 사법부 71년 역사 사상 초유의 일이다. 법원 스스로 전직 수장을 구속함에 따라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은 피하게 됐지만, 향후 파장은 거세질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월24일 오전 1시58분께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명 부장판사는 “범죄사실 중 상당 부분 혐의가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다”며 구속을 결정했다. 이어 “현재까지 수사진행 경과와 피의자의 지위 및 중요 관련자들과의 관계 등에 비추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구속 수감됐다. 양 전 대법원장은 2011년 9월부터 6년간 대법원장으로 일하면서 법원행정처의 재판 개입 및 법관 인사 불이익 등 반헌법적 처사를 승인하거나 직접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사법농단과 관련해 검찰이 제기한 대부분 의혹에 연루돼 있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사건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판사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법관들에게 인사불이익을 준 혐의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에게 40여개 혐의를 적용해 엿새 전인 지난 1월18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다만 5시간여 동안 이어진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한 양 전 대법원장은 자신을 둘러싼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렇게 검찰 조사를 받았다는 게 수치스럽다”며 “모함을 받았다”고 호소했다. 특히 검찰이 사법농단의 증거로 제시한 후배 법관의 수첩에 대해서는 “조작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수첩에는 양 전 대법원장의 재판 개입 관련 발언이 적혀 있는 걸로 알려졌다.
양 전 대법원장은 최장 20일 동안 서울구치소와 검찰청사를 오가며 조사를 받은 뒤 재판에 넘겨질 전망이다. 사법농단 수사와 관련해선 지난해 10월 구속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이어 두 번째다.
이로써 7개월간 이어진 사법농단 수사는 막바지에 다다를 것으로 보인다. 법원 스스로 사법농단 의혹의 최종 책임자로서 양 전 대법원장의 범죄사실을 인정하는 모양새가 돼, 향후 재판에서도 유죄가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