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국 412개 대학 교원 성비 자료 분석 결과
정교수 女 17% vs 男 83%…시간강사 女 52% vs 男 48%

‘○○대 ○○학과 개교 이래 첫 여교수’. 이런 기사는 언제까지 나올까.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남성보다 높고, 매년 박사 취득자의 36%가 여성인 시대에도 여성이 교수가 되면 ‘뉴스’가 된다. 2003년 나왔던 ‘서울대 법대에 사상 첫 여교수’ 기사는 15년 뒤인 2018년에도 학과만 달라져 나왔다. 앞으로 15년 뒤 또 비슷한 기사가 나올지 모를 일이다. 여성‘도’ 교수가 된다. 어느 학교, 어느 학과엔 여성이 더 많은 경우도 있다. 그러나 간호·보건계열이 아닌 이상, 학과 교수 10명 중 2~3명만 여성이 돼도 특이 사례로 꼽힌다. 대학에 여성 교수가 부족하다. 거론하기조차 새삼스럽다. 그만큼 오래됐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문제다.

국내 대학 전임교원 26%만이 여성

시사저널은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실로부터 국내 대학(전문대 2년제·3년제 포함) 총 412개교(2018년 기준) 전체 교원 성비 자료를 단독으로 입수해 분석했다. 그 결과 국내 대학 전체 전임교원 8만8315명 중 여성은 26%(2만2726명)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남성은 74%(6만5589명)다. 정교수 비율만 따지면 차이는 더 크다. 정교수 4만2792명 중 여성은 17%(7094명), 남성은 83%(3만5698명)다. 반대로 대학의 ‘비정규직’이라 할 수 있는 비전임교원, 그중에도 가장 열악한 환경에 놓인 ‘시간강사’는 전체 7만4144명 중 여성이 52%(3만8438명)로 남성 48%(3만5706명)보다 많다. 즉 교수 비율은 2대8, 혹은 3대7 정도인데 시간강사 비율은 5대5라는 얘기다. 대학 교원은 전임교원(정교수·부교수·조교수)과 비전임교원(겸임교원·초빙교원·시간강사·기타교원)으로 나뉜다. 전자가 정규직이라면 후자는 비정규직으로 보면 된다. 여성 교원 수 자체는 늘어났다. 전국 대학 교원(22만576명)의 36%(7만9239명)가 여성이다. 우연인지 국내외 여성 박사학위 취득자 비율(36%)과 일치한다. 하지만 여성 교원 10명 중 7명은 비전임교원에 해당한다. 세부적으로 보면 여성 교원 중 정교수 8.95%, 부교수 6.93%, 조교수 12.80%로 전임교원은 28.68%에 불과하다. 즉 여성 중 ‘교수’는 30%가 안 된다. 나머지 71.32%는 비전임교원이다. 비전임교원이 전임교원보다 두 배 이상 많다. 그중 겸임교원 8.71%, 초빙교원 4.00%, 시간강사 48.51%, 기타교원 10.10%로 시간강사가 여성 교원의 절반을 차지한다. 이런 통계는 분명히 남성과는 대조적이다. 남성 교원의 경우 정교수 25.26%, 부교수 9.86%, 조교수 11.29%로 전임교원은 46.41%다. 반면 겸임교원 8.08%, 초빙교원 3.06%, 시간강사 25.26%, 기타교원 17.19%로 비전임교원은 53.59%다. 남성 역시 비전임교원이 약간 더 많기는 하나, 여성만큼 그 차이가 크지 않다. 김두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단지 ‘대학에 여성 교수가 적은 편이다’는 것만으로는 교원 임용 과정에 성차별이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전제하면서도 “시간강사는 5대5 비율인데 정교수와 전임교수 성비차가 크다는 부분은 교수 임용 과정에 성차별이 있다는 명백한 증거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 시간강사이자 국책사업 연구기관에서 비전임교원으로 일하는 박선영 박사(사회학)는 “우리 연구원에도 비전임교원은 여성이 훨씬 많은데 전임교수는 다 남자”라며 “전임교수 4명은 남자, 비전임교원 8명 중 6명은 여자”라고 털어놨다. 박 박사는 “비전임교원에 여성이 많다는 건 활용할 수 있는 인력풀(pool)에는 여성이 충분히 많고, 실제 일할 사람으로는 여성을 뽑아도 막상 전임교원은 남성으로만 채우려는 성차별 인식이 작용한 걸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보면 이상한 게, 비전임교원으로 일하는 여성들이 결코 경력이나 능력 면에서 뒤지지 않는데 결국 전임교원은 남성이 더 많다”며 “사회처럼 대학에도 유리천장이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문제가 단지 ‘유리천장’에만 있지 않다고 말한다. 여성이기 때문에 겪는 불합리함이 전임교원을 준비하는 데 있어, 또 다른 장애물로 작동한다고 말한다. 일례로 박 박사는 임신·출산·육아로 ‘보이지 않는 경력단절’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박사 논문에 집중하기 위해 결혼을 계속 미뤘다. 결국 논문을 마치고 결혼을 했는데 바로 애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후 가사와 육아를 병행하느라 3년간 연구 실적을 내기 어려웠다. 박 박사는 “전임교원에 지원하려면 연구 실적이 필요한데 결혼과 출산을 거치며 준비하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여성 박사들의 ‘보이지 않는 경력단절’

실제로 공부하는 ‘기혼 여성’에게 대학 사회는 냉혹하다. ‘기혼 남성’에게는 거의 지우지 않는 임신과 출산, 가사노동의 부담을 여성은 다각도로 겪지만 이를 보완할 장치는 마땅히 없다. 특히 전임교원이 되지 못한 대학원생과 시간강사 여성들에게는 임신과 출산으로 발생하는 공백을 해결할 방법이 없다. 대학 현장에 있는 여성 교수, 강사, 대학원생은 사실상 육아를 해 줄 사람이 없으면 학업을 병행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한다. 보건복지부의 ‘2017년 직장어린이집 설치현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업장 중 ‘사립학교’ 비율이 20%에 달한다. 많은 대학에 어린이집이 설치돼 있지는 않다는 얘기다. 어린이집이 설치돼 있다고 해도 문제가 다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입소 우선순위를 직위에 따라 나누는데 보통 전임교원, 비전임교원, 대학원생 순으로 배정한다. 그나마도 대개 ‘풀타임 교직원’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시간강사는 아예 받아주지 않는 곳이 많다. 홍윤기 동국대 철학과 교수는 “공부하는 데 여성이 남성보다 더 불리한 점이 명백히 존재한다”며 “남성 학자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게 여성에게는 큰 시련이 되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가슴 아픈 기억이 있다. 제자가 공부하면서 가정과 병행하기 어려워 결국 이혼하는 모습을 봤다. 여성 학자는 결혼을 아예 안 하든가, 결혼을 하면 학업을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현장에 많다”는 얘기도 했다.  홍 교수는 “요즘은 교수 임용 과정 자체에 명백한 차별이 있진 않다”며 “애초에 교수 지원자 중 여성 자체가 적다. 최근 우리 학과가 교원을 뽑았는데 지원자 중 여성이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성 지원자가 적다는 것, 교수 시장에 여성이 원천적으로 차단된 상황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임용 과정에서의 직접적 성차별’보다 ‘학업을 이어가는 데 있어서 여성에게 불리한 구조’가 문제라는 것이다.


문과는 女, 이과는 男…고정관념이 불균형 불러와 

오은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박사는 전공 선택 시 고착화된 성별 분업이 교원 성비 불균형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오 박사는 “애초에 교수 채용 규모가 큰 계열에 여성 학자 풀 자체가 적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공계열이 채용 규모가 크고 인문계열은 규모가 작다. 특히 인문계열은 요즘 더 축소되는 추세라 교수 충원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며 “그런데 인문계열에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고 교원 충원이 많은 이공계열에 여성이 극히 드물다”고 설명했다. 실제 공학계열의 국내 박사학위 취득자 중 여성은 13.9%(2018년 기준 전체 2889명 중 여성 401명)에 불과하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공학계열 여성 박사학위 취득자는 평균 12.9%에 불과하다. 오 박사는 “결국 대학 진학 시 전공 선택의 성별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는 게 장기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부대표도 “학문을 성별화된 방식으로 인지하는 것이 교원 성비 불균형의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권 부대표는 “인문사회과학계열은 교수를 뽑고 싶어도 못 뽑는다. 그런데 공대, 경영대는 다르다. 규모도 크고 뽑는 인원도 많다. 애초에 남성들이 많이 가는 학문에 교수 수요도 많기 때문에 교수 성비 차이가 큰 부분이 있다”고 했다.  신용현 의원은 “여성의 사회참여가 늘고 있다지만 직업을 가진 여성 대부분이 남성에 비해 단순 노동이나 비정규직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대학교육 분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 의원은 “지난해 국회에서 국공립 대학의 교원임용에서 양성평등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도록 하는 법안(교육공무원법)이 통과됐지만 사립대학의 교원임용에도 양성평등을 위한 정책 수립의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관기사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