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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 되고 싶은 포체티노 감독, 토트넘에 남을까?
투자 대비 높은 효율성…포체티노 향한 빅클럽 관심 이어져
시즌 반환점을 돈 현재 토트넘은 그런 전망을 뒤집었다. 22라운드를 마친 현재 16승6패, 승점 48점으로 3위를 마크하고 있다. 선두 리버풀과는 승점 9점 차지만 토트넘의 투자 대비 엄청난 효율성은 EPL의 연구 대상이다. 소위 말하는 EPL 빅6 중에서 가장 적은 돈을 쓰지만 지난 세 시즌 동안 3위→2위→3위의 성적을 기록했고 올 시즌도 비슷한 순위에 있다.
포체티노 감독 부임 후 5년간 토트넘이 이적 시장에 쓴 돈은 4000억원이 조금 넘는다. 빅6 중 가장 적은 지출이고 가장 큰손인 맨체스터 시티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수준이다. 하지만 그 시즌 동안 거둔 승점은 345점으로 377점의 맨체스터 시티 다음으로 높다. 승점 1점을 얻기 위해 12억원가량 쓴 셈이다. 다른 빅6 팀들은 그 3배 이상을 쓰고 승점 1점을 챙겼다.
최고 효율의 토트넘, 그 중심에 포체티노
이런 성과의 중심에는 전적으로 포체티노 감독의 지도력이 있다는 평가가 대세다. 강한 전방 압박과 빠른 공격, 스리백을 쓰지만 공격 형태를 유지하는 전술은 많은 팀들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 유망주에 불과했던 해리 케인과 델레 알리는 이제 세계 최고 선수의 반열에 올랐다. 크리스티안 에릭센, 손흥민, 토비 알더베이럴트, 키어런 트리피어 등은 영입 당시 몸값의 3~4배가 넘는 이적료가 책정되는 선수가 됐다. 포체티노 감독 자신도 가능성 있는 젊은 감독에서 일약 세계적인 감독으로 인정받는 중이다. 그러나 우승과는 늘 어느 정도 거리가 있다. 2015~16 시즌에 우승 경쟁이 한창이었지만 중요한 경기를 두 차례 놓치며 레스터 시티의 돌풍에 밀리고 말았다. 리그 4위 이상의 팀들에게 주어지는 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획득 경쟁은 자신했지만, 우승은 결국 많은 이적료를 투자하는 팀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월드클래스 선수 영입에 이적료 1000억원이 드는 시대지만 토트넘의 최고 이적료는 620억원의 수비수 다빈손 산체스에 머물러 있다. 토트넘은 지난 2008년 후안데 라모스 감독 시절 리그컵에서 우승한 뒤 한 번도 트로피를 가져오지 못했다. 빅6에 진입하기 전까지는 전형적인 중위권 팀이었지만, 포체티노 감독 시대에 재능 있는 젊은 선수들이 모이며 팀의 위치도 바뀌었다. 문제는 효율성을 강조하는 구단의 철학엔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기존 홈구장인 화이트하트레인 옆에 6만2000석 규모의 새 홈구장 건설이 마무리 중인 토트넘은 여기에 구단 재정 대부분을 쏟았다. 지난 1년간 선수 영입이 멈춘 이유다. 올겨울에도 이적 시장에서 침묵을 지킬 가능성이 높다. 토트넘은 기존 수용 규모보다 3만 석이 더 많은 최신 구장을 이용해 구단 재정을 대폭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장기적인 계획을 위해 포체티노 감독은 희생을 감내하며 성과를 내온 셈이다. 토트넘과 ‘북런던 더비’를 치르는 최대 라이벌 아스널의 과거와 닮은 행보다. 지난 2006년 막대한 비용을 쏟아 새 홈구장인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으로 이전한 아스널은 그 후폭풍으로 상당히 긴 시간 선수 영입에 제한적인 투자를 했다. 그 결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EPL 양강 체제를 펼치던 아스널은 첼시, 맨체스터 시티 등 후발주자에게 밀려났다. 현재는 우승이 아닌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획득을 목표로 하는 팀이 되고 말았다. 팀의 미래를 위해 희생했던 아르센 벵거 감독의 결말도 씁쓸했다. 무려 22년간 재임하며 수뇌부의 요청을 묵묵히 따랐지만 성과가 나지 않자 팬들마저 등을 돌렸다. 그의 마지막 시즌이었던 2017~18 시즌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는 벵거 감독을 비판하고, 그만 떠나라는 플래카드가 무수히 등장했다. 꿈의 결말이 감독에게는 무덤이 되고 만 것이다.
“나는 제2의 벵거가 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