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은행의 작은 컨설팅 이야기] 제14회(최종회)
용의자의 딜레마 게임을 통해 알아본 대표이사와 직원과의 소통의 중요성
첫 만남 때 본 대표이사는 열정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의 마스터 플랜을 우리에게 장황하게 설명했다. 그는 꿈에 부풀어있었다. 회사는 최근 들어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새로 진출한 사업 아이템이 소위 대박을 쳤다. 지금이 또다른 기회라는 생각에 그는 우리에게 자신의 새로운 사업진출 계획에 대해 컨설팅을 진행해달라는 의뢰를 하였다. 필자는 그에게서 끓어오르는 열정과 넘치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그의 넘치는 에너지에 도움을 주기위해 우리는 신사업 진출에 대한 타당성을 분석해달라는 요청을 흔쾌히 수락하였다. 곧 회사 담당자와 연락하여 회사와 관련된 필요서류를 받은 후, 임직원들과 인터뷰 일정을 잡았다.
당신의 열정과 함께하지 않겠습니다.
회사에서 임직원들과 인터뷰를 하던 도중 필자는 왠지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대표이사의 열정에 비해 그들의 눈에서는 열정이 보이지 않는다. 회사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것일까? 숫자상으로는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회사가 맞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경우 직원들의 얼굴에 활력이 넘치고 생기가 넘치는 분위기여야 할 것이다. 다시 한번 대표이사와 인터뷰를 하던 도중, 첫 만남 때 볼 수 없었던 그의 또 다른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열정은 독선으로 변해있었고 직원들은 부담을 느끼는 것 같았다.
그는 직원들의 업무능력에 대해 불신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사업에 관한 모든 생각을 직원들에게 보여주지 않았으며, 오락가락하는 의사결정으로 직원들에게 혼선을 일으키고 있었다. 이러한 연유로 회사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은 지쳐있었다. 필자의 생각이 맞는지 회사 내부자들이 회사에 대해 평가하는 사이트에 접속하여 회사의 평판을 조회해보았다. 필자의 생각이 맞았다. 회사의 평점은 엉망이였으며 직원들은 대표이사의 독단과 이에따른 실망감을 표출하였다. 서로 간 불신의 벽이 쌓인 것이다. 서로 협력을 하는 경우와 서로 불신을 하는 경우, 두 경우 중 과연 어떠한 것이 회사에 더 이익이 될까?
용의자의 딜레마 모형과 게임 참여자들의 선택
본 모형(이하 보수행렬)은 뉴스기사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용의자의 딜레마 모형이다. 위 모형에서 각 게임플레이어들이 선택하는 균형을 게임이론을 처음 만들었던 천재 경제학자인 존 내쉬의 이름을 따서 내쉬균형이라고 한다. 위의 게임에서 내쉬균형을 직접 구해보면 어떻게 될까?
우선 사장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직원이 협력을 한다고 생각했을 시, 사장은 협력(+2)을 선택하기보다 배신을 하면 가장 큰 이득(+3)을 챙기게 된다. 또한 직원이 배신을 한다고 생각했을 시에도 사장은 협력(-1)을 선택하면 손해를 보는 반면, 배신을 선택하게 되면 아무런 손해도 이득을 보지 않게 된다. 즉, 사장의 선택은 언제나 배신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직원의 선택을 생각해보면 직원 또한 배신을 선택하게 된다. 결국 두 경제 참여주체 모두 배신을 선택하게 되어 서로 협력을 할 때보다 이득이 적게 된다. 서로 협력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불신의 벽이 서로 간의 배신을 만들어 낸 것이다.
물론, 상기 게임은 일회성 게임이고 서로가 상대방이 전략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 모르는 상태 하에서 진행한 게임이다. 만약 게임을 여러 번 반복할 수 있고 상대방이 어떻게 하는지 게임 참여를 통해 알 수 있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이에 대해서 미국의 정치학자인 로버트 엑셀로드가 저술한 《협력의 진화》라는 책에서는 흥미로운 결론을 도출하였다. 저자는 여러 사람들에게 위와 같은 용의자의 딜레마 모형을 제시하여 총 200회차에 걸쳐 용의자의 딜레마 게임을 토너먼트 방식으로 반복 진행하였다. 이 게임에서 우승자는 Tit-for-tat전략을 쓰는 사람에게 돌아갔다. Tit-for-tat전략은 처음에는 협력으로 시작하되 그 이후 상대방이 배신을 하면 나도 배신을, 상대방이 다시 협력을 하면 나도 협력을 하는 “따라쟁이” 전략이다. 즉, 여러 사람이 이러한 게임을 지속적으로 반복하게 된다면 결국 이기적인 개인일지라도 Tit-for-tat전략을 쓰는 것이 가장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도출하였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서부전선에서 영국과 독일 군사들이 크리스마스에 적군의 시체를 묻어주고 서로 선물 교환을 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이기적인 개인일지라도 반복되는 상황 하에서 상대방이 협력을 하면 자신 또한 협력을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리한 게임임을 결국 알게 된다. 이기적인 개인이 이타적인 행동을 하는 이유가 바로 이와 같은 진화의 결과라는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사장과 직원이 서로 배신을 하기보다는 Tit-for-tat전략을 쓰지 않을까라고 일견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타적인 행동이 본인에게 유리하더라도 이는 특정한 가정 하에 이루어진다. 《협력의 진화》를 참고하여 만든 플래시 게임, ‘신뢰의 진화’()에서는 사회에서 왜 배신자들이 늘어나는지에 대해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
첫째, 용의자의 딜레마 게임 횟수의 제한이다. 이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1회 게임을 하는 경우와 유사하다. 한번 만나고 안볼 사람에게 굳이 협력을 해야 하는가? 1회성 용의자의 딜레마 게임을 통해 살펴보면 당연히 처음에 협력하는 전략은 열등한 전략임이 틀림없다. 이는 적은 횟수로 진행하는 토너먼트 게임에서도 같은 결과를 드러냈다.
두 번째는 보수행렬에 변화를 줄 때이다. 위의 보수행렬에서 서로 협력할 때 개인이 얻는 보수를 (+3, +3)이 아니라 (+1, +1)로 바뀔 경우, 충분히 서로 간 토너먼트 게임을 진행할 지라도 Tit-for-tat을 쓰는 사람보다 언제나 배신하는 사람이 이기게 되는 결과가 나온다. 남을 도움으로서 얻는 이득이 적어지면 합리적인 개인은 협력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조금 더 복잡한 가정을 통해 도출이 된다. 바로 “오류나 실수”하는 사람이 생기는 경우이다.
“오류나 실수”하는 사람이 생길 경우, Tit-for-tat이 무조건 이기지는 않는다. 두명의 게임참여자가 용의자의 딜레마 게임을 반복한다고 가정해보자. Tit-for-tat전략 하에서는 처음에는 서로 모두 협력을 한다. 이후에도 두 게임 참여자 모두 Tit-for-tat전략을 가장 우월한 전략이라고 생각하여 이 전략을 채택하여 게임을 계속 한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두 번째 게임에서 게임 참여자 A가 협력을 하려다가 의사전달 오류 또는 실수 등에 의해서 배신을 선택하였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A는 더 큰 이득을 얻고 상대방은 손해를 볼 것이다. 세 번째 게임이 되어서 A는 상대방이 협력했으므로 협력을 하려한다. 하지만 상대방은 A가 두 번째 게임에서 배신했기 때문에 이번에 배신을 하게 된다. 네 번째 게임 이후로는 결국 두 참여자 모두 계속 배신을 하게 될 것이며 그 결과 서로에게 이득을 가져주지 못할 것이다. 토너먼트 시뮬레이션 결과, 만약 사람들이 의사전달 과정에서 오류나 실수를 하는 확률이 올라가게 된다면 Tit-for-tat보다 우월한 전략은 배신자가 되는 전략이 되어버린다.
정리하자면 이기적인 개인이라도 선택이 반복되는 상황하에서는 Tit-for-tat전략을 선택하게 되므로 이타적인 행동을 하게 되지만, 이것을 위해서는 ①많은 게임 횟수, ②서로 협력할 시 이득량 많을 것, ③의사전달에서 오류나 실수가 적을 것 등의 조건이 필요하다.
서로간의 불신을 깨기 위한 것은 많은 소통과 명확한 의사전달
본론 부분에서 도출한 결과를 서론에서 언급한 회사에 적용하면 “명확한 의사소통으로 대표이사와 직원 간 소통이 많을수록” 서로 간에 이득이 되는 경우로 발전할 여지가 크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경제성장이 멈춘 요즘 강력한 리더십이 자주 화두에 오르곤 한다. 하지만 강력한 리더십이 때론 독선으로 흐를 수 있다는 점을 언제나 명심해야한다. 특히, 급격히 성장하는 회사라면 대표이사는 자신의 방향성이 더욱 맞다고 생각하고 본인의 생각 속에 갇히게 된다. 주위에서 어느 누가 말해도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생각하고 타인들과의 소통 횟수를 줄이게 된다. 만약 대표이사가 의사소통 과정에서 혼선이 있는 경우, 서로간의 불신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이에 따라 회사 내에서는 결과적으로 위와 같이 공동의 이익을 해치는 “배신자”전략이 난무하게 될 것이다. 잘나가는 사업에 기름칠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자신의 사업에 집중하기에 앞서 자신과 함께 일하는 사람이 무엇을 생각하는지에 대해 서로 명확하게 소통하는 행동이 더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