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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이 폐암 원인이라고 단정 못 하지만 가능성은 충분”

 

영화배우 신성일이 11월4일 폐암 투병 끝에 별세했다. 그는 폐암 판정을 받은 후 담배보다 향(香)이 원인인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오랜 기간 부모 영정 앞에 향을 피우고 아침과 저녁마다 그 앞에 장시간 앉아있었다는 것이다. 

 

신성일은 1980년대 초 잠시 담배를 피우다 끊었다. 그러나 폐가 좋지 않은 가족력이 있다고 했다. 그는 생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982년 담배를 끊었는데 (폐가 약한 점은) 부계의 유전인 것 같다. 내가 태어날 때 아버지가 폐결핵 3기였다"고 밝혔다.  

 

자신이 폐암에 걸린 원인에 대해서는 “(폐암) 진단을 받고 화학물질이 독한 향의 연기를 오래도록 흡입한 것이 발병의 원인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일찍 떠나신 부모님에 대한 사모의 정을 잊지 못해 17년간이나 집에 어머니의 제단을 만들어놓고 매일 향을 피웠다. 또 영천에 있는 시골집에는 아버지의 영정 앞에 향을 두 개씩 피웠다"고 말했다. 

 

폐암 판정을 받은 후 신성일은 부모 영정에 향을 피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향은 본래 종교적인 의미가 있는 전례나 의식에 사용했으나, 최근에는 개인적인 기호나 아로마요법을 위해서도 사용한다. 예전엔 향나무 등을 잘게 깎아 향을 만들었지만, 재료가 부족한 요즘은 화학 재료로도 만든다. 

 

지난해 7월 TV조선 '인생다큐 마이웨이'에 출연한 신성일은 자신의 폐암 원인이 향 때문일 것으로 추정했다. (마이웨이 화면)

 

향이 폐암의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향을 태우는 과정에서 발암물질이 생성되므로 장기간 지속해서 흡입하면 폐 건강을 해칠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의 시각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냄새가 나는 거의 모든 물질에는 VOC(휘발성유기화합물)가 있다. 즉 장미 냄새나 자장면 냄새에도 VOC가 있으므로 모든 VOC가 유해한 것은 아니다. VOC 중에서도 벤젠과 포름알데하이드와 같은 유해성분이 1군 발암물질로 분류돼 있다"며 "향을 태우면 완전 연소가 아니라 불완전 연소하면서 연기가 난다. 이때 에어로졸(수분)과 VOC와 초미세먼지가 섞여 있다. 이런 성분 중에 유해 물질을 장시간 주기적으로 흡입하면 폐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초미세먼지도 국제암연구소(IARC)가 분류한 발암물질이다. 김병미 국립암센터 발암원관리사업과 박사는 "초미세먼지는 1군 발암물질이며 폐암 원인으로 확인된 바 있다"고 말했다. 

 

요즘 향뿐만 아니라 향초를 실내에 켜두는 사람이 많다. 이는 상식을 벗어난 위험한 행동이다. 화재 사고의 위험성이 있는 데다 일산화탄소 등 유해물질이 방출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향초의 파라핀이 불완전 연소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산화탄소와 미세먼지의 양이 적지 않다"며 "건강을 위한다면 향기가 나는 물질을 사용하지 말고 실내를 자주 환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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