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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국가부채는 얼마일까. 작년 기준 1556조원이다. 전년보다 123조원 늘었다. 공무원이나 군인 등의 은퇴 후 연금을 위해 준비해야 하는 나랏돈(장기충당부채)이 96조원이나 증가한 탓이다.

정부는 올 초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2017 회계연도 국가결산’을 심의·의결했다. ‘발생주의’ 방식에 입각해 만든 정부 재무제표 결산 결과 지난해 국가 자산은 2063조원이다. 하지만 연금 충당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 국가부채 증가 속도가 우려스럽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의 재정 건전성에는 문제가 없을까.

정부는 “문제없다”고 말한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올해보다 41조7000억원(9.7%) 많은 470조5000억원으로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이 같은 예산 증가폭은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예산을 10.6% 늘렸던 2009년 이후 가장 크다. 정부는 470조원 예산 편성에도 국가채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39.4%에 불과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11.3%보다 한참 낮아 국가 재정 건전성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한다. 정부는 여기서 재정 건전성을 국가부채가 아닌 국가채무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최재형 감사원장이 8월22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2017 회계연도 결산 보고를 했다. ⓒ 연합뉴스


관점에 따라 결론은 달라질 수 있다. 정부가 제시한 국가채무는 만기가 정해져 있고, 이자 지급이 수반되는 국·공채와 차입금만으로 구성되어 있다. 즉 국가채무에는 국가가 향후 지급할 가능성이 높은 금액은 빠져 있다. 정부는 이런 재정관리 공백을 막기 위해 국가재무제표를 작성하고 있으며, 국가채무뿐 아니라 국가가 향후 지급할 가능성이 높은 모든 금액을 포함해 국가부채를 산정한다. 2017 회계연도 결산에 따르면, 국가채무 규모는 660조7000억원(GDP 대비 38.2%)이지만, 국가부채는 1555조8000억원(GDP 대비 89.9%)이다.

이 차이는 어디서 올까. 김상노 성신회계법인 회계사는 “국가부채에는 공무원 및 군인연금 충당부채 845조8000억원 등 국가의 지급 가능성이 높은 충당부채와 미지급금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이런 차이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재정 건전성 판단에 이 금액은 고스란히 빠져 있다.

그렇다면 기업은 어떨까. 기업의 재무 안정성을 분석할 때 대표적으로 사용하는 지표는 차입금(국가채무에 해당)뿐만 아니라 향후 지출 가능성이 높은 항목이 모두 포함된 부채를 기준으로 산정된 부채 비율(부채/자본)이다. 통상 부채 비율이 200% 미만인 기업을 안정적으로 평가한다. 즉 차입금 정보만으로 기업의 재무 안정성을 판단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왜 국가부채가 아닌 국가채무 정보를 재정 건전성 판단에 사용할까. 왜 국민과 국회에 이 기준을 들어 재정 건전성 판단을 설명할까. 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가재무제표상 총부채가 총자산보다 빠르게 증가하면서 순자산은 마이너스로 전환될 수 있다. 충당부채를 고려하지 않는 국민연금과 사학연금의 투자증권을 제외할 경우 순자산은 이미 마이너스 상태인 것으로 추산됐다. 예산정책처는 연금 충당부채를 인식하지 않아 총자산에 대응하는 연금 충당부채계정이 없는 국민연금과 사학연금의 장단기 투자증권을 자산계정에서 차감해 재계산했다. 그랬더니 지난해 국가재무제표상 순자산은 -118조원으로 추산됐다. 순자산이 마이너스라는 건 국가가 보유한 자산을 모두 매각해도 부채를 다 갚지 못한다는 의미로 국가재정 상황이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이 못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예산정책처는 “국가재무제표에 포함돼 있는 금융자산 중 향후 연금지급을 위해 보유하고 있는 금액은 별도로 표시해 재무제표 이용자가 잘못 해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회계사도 “이런 관점에서 미래의 현금유출이 망라된 국가부채를 재정관리에 활용하지 않는 점은 국가채무 규모가 국가부채보다 적기 때문이라는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는 지속 가능한 국가를 만들기 위해 국가경제를 예측할 수 있는 다양한 지표를 분석해 위험을 사전에 예방하고 보수적으로 재정관리를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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