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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락의 풍수미학] 5대 적멸보궁 터․삼성각․부도탑 입지 공간을 찾아라
기도처로써 발복역량 큰 곳이 바로 명당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와 비교해 다양한 종교들이 여러 곳에 존재한다. 이중 불교의 경우 주로 명산에 위치하면서 천년고찰의 명맥을 이어오는 곳이 많다. 지금의 천년고찰은 당시 불교가 토속신앙을 습합해 산악숭배사상에 따라 입지가 정해진 곳인데, 지금까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명당의 지기를 받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즉 풍수지리적으로 지세가 좋고 좋은 기가 머무는 공간을 뜻하므로, 기도처로써의 발복역량도 크다는 의미다. 그러나 사찰이라고 다 좋은 기가 머무는 곳이 아니고, 불상을 모신 절이라고 다 좋은 사찰이라 할 수 없다. 사찰도 나름대로의 격이 있는 것이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는 속담이 있다. 같은 값이면 기도발이 잘 받는 곳을 제대로 찾아가 소원을 빌어야만 발복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 발복이란 소원하는 사람의 뜻에 따라 기도를 해서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이다. 이런 공간은 주로 천년사찰이면서 5대 적멸보궁 터의 사리탑, 산신각 또는 삼성각, 개산조(開山祖:산문을 처음 창건한 스님)의 부도탑 등이 입지한 곳으로, 기도발이 강하게 나타나는 곳이다. 첫째, 5대 적멸보궁의 사리탑은 불교가 신라에서 정착하면서 자장스님(慈藏:590~658)이 선덕여왕 5년(636)에 중국 오대산에 가서 문수보살의 진신(眞身)을 친견하고 부처님의 정골사리를 갖고 와 5곳(설악산 봉정암, 오대산 상원사, 사자산 법흥사, 태백산 정암사, 영축산 통도사)에 터를 잡고 선 ‘적멸보궁(寂滅寶宮)’을 조성한 곳에 세워져 있다. 대체로 일반사찰은 대웅전에 불상을 모셔 놓았지만 적멸보궁은 법당의 불단위에 불상이 없다. 따라서 5곳의 적멸보궁 터는 주산의 중심룡이 힘 있게 뻗어와 부처님의 체백이 묻힌 사리탑으로 용맥이 들어와 머문 곳에 입지해 있다. 이러한 터는 강한 생기를 품고 있는 공간이므로 기도발이 잘 받는다. 둘째, 사찰 내의 삼성각(三聖閣:산신, 독성, 칠성)이나 산신각(山神閣)이 입지한 공간이다. 이곳은 당시 토속신앙에 따른 산악숭배사상이 내재되면서 터 잡이가 이루어진 곳으로 사찰이 입지하기 전에 절터를 지키는 산신을 모신 곳이다. 그래서 대웅전의 불상보다 터줏대감이므로 주산의 정기가 응집된 강한 터에 입지한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천년사찰로 명맥을 이어온 곳이라면 반드시 산신각이 존재해야 한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혹여 주산의 용맥이 타지 않는 곳에 입지한다거나 허술하게 방치되고, 훼손된 체 문이 잠겨 있는 곳이라면 지기가 머물지 않고 흩어진 사찰 터이다. 따라서 산신이 없는 사찰의 기도발은 언감생심 도로아미타불이다. 셋째, 최초의 산문(山門)을 창건한 스님의 사리를 모신 부도탑의 입지공간이다. 산문은 나말여초(羅末麗初)에 당나라에 유학한 승려에 의해 구산선문(九山禪門:가지산 보림사, 지리산 실상사, 봉림사, 동리산 태안사, 성주산 성주사, 굴산사, 사자산 흥녕사, 수미산 광조사)이 개창됐다. 이러한 산문은 개산선사의 사리를 부도탑에 모셨고 터 또한 주산의 강한 용맥이 입수한 곳에 입지해 있다. 즉 불상을 모신 대웅전의 터 보다 강한 지기를 받고 있는 곳에 부도탑을 세워 중하게 여긴 것이다. 따라서 적멸보궁의 부처의 진신사리탑 터가 생기를 받는 명당 터에 있듯이, 구산선문 사찰의 부도탑도 마찬가지로 기도발을 잘 받는 곳에 터 잡이를 한 것이다.문화재청 세계유산 등재 신청한 전통산사 7곳도 주목
문화재청은 2017년 세계유산등재신청 대상으로 전통산사 7곳(공주 태화산의 마곡사, 보은 속리산의 법주사, 순천 조계산의 선남사, 안동 천등산의 봉정사, 양산 영축산의 통도사, 해남 두륜산의 대흥사)을 선정한 바 있다. 지난 9월말에는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실사단의 현장조사까지도 마무리됐다. 내년에 우리의 천년고찰이 세계인의 유산으로 등재되기 위해선 마지막까지 유네스코가 추구하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와 더불어 자연과 조화를 이룬 입지관이 내재된 사실을 알릴 필요가 있다. 지금도 천년고찰은 지속적으로 좋은 명당지기를 받아서 자연친화적 공간으로 보존돼 대대로 후손들에게 물려줄 탁월한 문화유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