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가상비서 서비스 ‘알렉사’ 탑재한 제품 대거 선보여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 박람회인 ‘Consumer Electronics Show 2017(CES 2017)’이 1월5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시작됐다. 매년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는 CES는 첨단기술의 집결지로, 1년간의 주요 트렌드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올해 CES는 50주년을 맞아 사상 최대 규모로 치러질 예정이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최첨단 상품들을 들고 나오는 CES. 150여개 국가에서 3800개 이상의 기업들이 참여해 치열하게 트렌드 선두경쟁을 벌이는 ‘전쟁터’인 셈이다.
매년 CES 개막을 전후로 IT 및 가전업계는 향후 트렌드를 이끌어갈 ‘올해의 승자’를 점치기에 바쁘다. 그런데 올해는 이 업계 전망이 비교적 수월하게 하나의 업체로 모아졌다. ‘IT 공룡’으로 성장한 아마존(Amazon)이 그 주인공이다.
CES에서 숨길 수 없는 존재감 드러낸 아마존
아마존은 사실 CES에 참석하지 않았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은 기조연설은 커녕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았으며, 업체 부스도 없었다. 그럼에도 업계에선 ‘어차피 승자는 아마존’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왜일까.
아마존이 CES 2017을 점령한 방식은 특별하다. 행사에 참가한 전 세계 주요 IT기업들이 아마존의 인공지능 기반 음성인식 기술인 ‘알렉사(Alexa)’를 탑재한 제품들을 대거 선보였기 때문이다. 알렉사는 2014년 아마존의 연구개발 자회사 랩126이 발표한 기술이다. 음성을 통해 주어진 명령을 수행하는 개인비서다. 원래 아마존이 선보인 음성인식 기반 개인비서 스피커 ‘에코(Echo)’의 ‘뇌’로 소개된 기술이었다. 이후 아마존은 이 기술만 따로 다른 회사들의 제품에 탑재할 수 있게 했다. 하드웨어 제조사와 협력해 이용자들이 아마존의 생태계에 머물게 하려는 노림수가 숨어있었다.
아마존의 전략은 주효했다.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기술의 개인화는 사물인터넷(IoT) 시대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알렉사를 적용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아마존은 IT 생태계의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했다. 알렉사를 적용한 제품의 수가 빠르게 증가하며 급속도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미국 IT 전문 매체 기크와이어는 “알렉사가 적용된 제품은 지난해 6월만 해도 1000개 정도였지만 6개월이 지난 2017년 1월 현재 이미 7000개가 넘었다”고 보도했다.
이번 CES에 나온 제품 가운덴 알렉사가 아예 빌트인으로 탑재돼 나온 제품을 찾아보기란 어렵지 않다. LG전자는 29인치 터치스크린이 달린 스마트 냉장고와 스마트 홈로봇 ‘허브’에 알렉사를 심었다. GE는 알렉사를 심은 스마트 조명 ‘더 시’를 선보여 음성명령으로 불을 켜거나 소등할 수 있게 했다. 전문 PC업체 레노버는 아마존과 협력해 알렉사가 탑재된 음성인식 개인비서 ‘레노버 스마트 어시스턴트’를 공개했다.
자체적인 마이크나 스피커가 없지만 아마존의 스마트 스피커 에코를 사용하면 알렉사 기능을 쓸 수 있게 한 제품들도 눈에 띄었다. 삼성전자는 알렉사 기능을 적용, 에코를 통해 음성 명령을 내릴 수 있는 로봇청소기 ‘룸바’를 내놨다. 미국 가전 기업 월풀은 자사의 오븐․세탁기․냉장고 등 모든 제품을 알렉사와 연동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성방송 업체인 디시는 알렉사를 이용한 콘텐츠 검색 기능을 개발하고 있다.
잘 키운 ‘알렉사’ 하나 열 부스 안 부럽다
CES에 참석하지도 않은 아마존이 핵심 기술 하나로 가장 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IT전문 매체 더버지와 경제전문지 포브스 등은 CES 2017의 개막 소식을 보도하며 “CES 2017 도처에서 알렉사를 만날 수 있다”고 전했다. 경제전문 매체 마켓워치는 “아마존 CEO가 키노트를 하거나 전시회에 직원들이 나타나지는 않았으나 아마존은 CES의 진정한 승자”라고 평가했다. IT전문매체 씨넷은 “올해에는 지난해에 비해 더 많은 (알렉사 탑재) 제품이 등장했으며 기사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