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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글로벌 스탠더드’를 꿈꾸며 ‘추격형’에서 ‘선도형’으로 변신하는 벤처기업이 경쟁력이다

국제 표준을 만든다는 것은 기술 산업 분야에서 중요한 요소다. 우리나라가 세계 디스플레이 부문의 국제 표준을 심의·제정하는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에서 의장·간사 자리를 독점하고 있던 일본을 제치고 국제 기술 표준화에 성공한 것은 관련 시장을 석권한 결정적인 이유였다.

 

최근 우리 산업계에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무엇보다 미래 먹거리로 불리는 연구·개발(R&D) 분야 실적이 좋지 못하다. 2016년 12월26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발표한 ‘R&D 스코어보드’ 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2500개 기술 기업 중 837개가 미국 기업이었다. 그 뒤를 일본(356개), 중국(327개) 등이 추격하는 모양새다. 우리나라는 75개 기업만이 정상급 수준의 기술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보고서는 그러면서 IT(정보기술)·바이오·무인자동차 등 3대 산업이 가장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IT분야에서는 인공지능(AI)·클라우드(가상 저장공간)·사물인터넷 분야가 각축전을 벌이는 모습이다.

 

© 일러스트 김세중

5년간 한국, 국제 기술 표준 29건 등록

 

국제 표준화는 기술 선점 효과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국가기술표준원에 따르면, 2015년 우리나라가 제안해 국제 표준화된 기술 건수는 29건이었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모두 합친 기술 건수는 195건이다. 기술 표준화는 후발주자 입장에서는 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부분이다. 기술 선점을 위해서는 남들과는 출발점부터가 달라야 한다. 신생 스타트업 ‘체크멀’이 좋은 예다.

 

이 회사가 개발한 소프트웨어 ‘앱체크 프로’는 랜섬웨어 방지 솔루션이다. 랜섬웨어란 사용자 컴퓨터 시스템에 침투해 중요 파일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는 악성 프로그램이다. 컴퓨터 바이러스에서 출발한 악성 프로그램은 정보유출형 악성 코드를 거쳐 랜섬웨어로 이어지고 있다. 김정훈 대표는 “돈을 보내줘야만 암호를 보내주기 때문에 개발자 입장에서는 즉시 현금화가 가능하다”면서 “일부 세력은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기존 백신 업체가 개발한 프로그램이 사후 대책에 급급하다는 점이다. 랜섬웨어에 반응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끼 가상 파일을 만들며, 이들 파일을 건드려야만 작동하는 방식이다. 반면 체크멀은 랜섬웨어로 의심되는 악성 코드의 공격을 사전에 알고, 방어하는 방식이다. 상황인식 방식으로는 세계 최초다. 프로그램을 개발한 김 대표는 안랩에서 18년간 근무한 엔지니어 출신이다.

 

 

시장 선점은 ‘플랫폼 비즈니스’로 발전 가능

 

가상공간 소프트웨어 기업 ‘큐픽스’의 기술력도 독창적이다. 큐픽스는 휴대전화 등 기존 디지털 기기로 찍은 파노라마 사진을 3차원 입체 영상으로 변환시킬 수 있는 솔루션을 2016년 11월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구글에서 스핀오프(Spin-Off) 한 매터포트(Matterport)를 비롯해 기존 업체들은 ‘3D전용 스캐너’라는 별도 기기를 통해서만 영상 구현이 가능했다. 관련 기술이 진화할 경우 부동산중개업과 건설·인테리어 산업에는 일대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이 회사 최동호 팀장은 “2017년 1분기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오픈베타 서비스를 개시할 계획이며, 상반기 중 서비스가 본격 실시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것은 경영학에서 말하는 ‘플랫폼 비즈니스’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글로벌 IT 업계 4인방인 구글·애플·아마존·페이스북의 공통점은 플랫폼 비즈니스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를 위협하는 중국의 IT 기업 샤오미 역시 거대한 소프트웨어 플랫폼이다. 스마트폰 소프트웨어인 미유아이(MIUI)에 맞는 전용폰이 샤오미의 Mi(미) 시리즈다. 플랫폼 비즈니스 연구의 대가인 이안시티 하버드대 교수는 경영전문지 ‘하버드비즈니스리뷰’와의 인터뷰에서 “플랫폼은 생태계 구성원들이 여러 접점과 인터페이스를 통해 접근할 수 있는 솔루션의 집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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