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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보장관련법’ 의결로 해외서도 무력 사용 가능해져

2015년 9월 의회를 통과해 올 3월29일부터 시행이 확정된 일본의 ‘안전보장관련법’이 전격적인 이행 단계에 들어섰다. 일본 정부는 11월15일 안전보장관련법에 의거해 해외에 파견된 육상자위대(陸上自衛隊)가 새로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의결했다.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방위상은 11월18일 ‘긴급출동경호’와 ‘숙영지(宿營地) 공동방호(防護)’의 2가지 새로운 임무를 육상자위대에 부과했다고 발표했다. 11월20일, 이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은 육상자위대 파견부대(제9사단을 중심으로 하는 부대)가 정부군과 반정부 세력이 대립하는 분쟁지역인 아프리카의 남(南)수단으로 출발했다. 현지에 도착한 이 육상자위대 부대는 준비과정을 거쳐 12월12일부터 부여받은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육상자위대로 하여금 이 2가지 새로운 임무를 전격 시행하게 함으로써 일본은 전후(戰後)의 안보정책을 대전환시키며 안전보장관련법을 본격 운용하는 첫걸음을 내딛게 됐다.

 

남수단에 파견된 자위대는 고립된 지역에서 유엔(UN) 기관 직원과 민간활동단체(NGO) 직원, 일본인 등이 무장집단에 습격을 당했을 때 현장으로 급히 출동해 무기를 사용, 그들을 구출할 수 있는 ‘긴급출동경호’의 새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또 유엔 숙영지가 습격당했을 때 타국 군과 협력해 무기를 사용해 적을 격퇴하는 임무도 가능하다. 자위대 파견부대가 성공적으로 새 임무를 수행한다면 일본 자위대의 활동은 세계적으로 상당히 인정받을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日 자위대가 해외에서 무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사진은 10월23일 열린 일본 육해공 자위대 연례 열병식 © EPA 연합

‘긴급출동경호’와 ‘숙영지 공동방호’ 임무

 

그러나 현재 남수단에선 정부군과 반정부 세력 사이 충돌이 계속되고 있고, 유엔 숙영지의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의 자위대 파견부대도 습격을 받을 위험을 안고 활동하게 될 것이다. 성과 없이 희생자만 낼 확률도 높은 것이다.

 

실제로 니혼TV가 실시했던 여론조사에 의하면, 일본 정부가 해외파견 자위대에 긴급출동경호 등 새로운 임무를 부과한 것에 대해 ‘지지하지 않음’이 53.8%, ‘지지함’이 33.0%로 나타났다. 일본인의 절반 이상이 반대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험성이 높은 이번 자위대의 새 임무를 아베 정권이 추진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일본의 야권 인사들은 이번에 파견된 자위대가 격전지에서 희생을 당하고 사상자가 나올 경우 아베 총리가 전투와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헌법 개정을 유도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더 많은 장비를 갖춘 강한 군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다. 아베 총리 입장에선 잘되면 국제공헌활동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고, 실패하더라도 오랜 염원인 헌법 개정으로 여론을 끌고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일본은 11월을 기점으로 안전보장관련법을 본격적으로 운용한다. 일본 자위대의 국제적 역할은 앞으로 ‘긴급출동경호’와 ‘숙영지 공동방호’를 훨씬 뛰어넘어 확대돼 갈 것으로 점쳐진다.

 

일본 자위대는 안전보장관련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 자위대의 해외파견에도 지리적 제약을 받았다. 활동내용도 ‘유엔평화유지활동’이라는 명목하에 미군의 후방지원과 군수물자 조달, 정보수집, 의료지원, 인프라 정비(복구사업) 등에 한정돼 있었다. 자위대의 무기 사용(무력행사)도 정당방위에만 제한됐다.

 

그러나 이제 일본은 안전보장관련법을 개정·정비했다. 더욱이 11월부터는 안전보장관련법을 구체적으로 운용하는 단계로 전격 이행하고 있다. 안전보장관련법의 정비로 일본 자위대는 해외에서의 무력행사와 미군에 대한 후방지원이 세계 어느 곳에서도 가능해졌다. 아프리카나 중동 분쟁지역이나 내전지역, 그리고 일본 안보와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에 일본 자위대가 들어갈 수 있게 됐고, 자위대는 해당 지역에서 평화유지군(PKO) 활동을 하며 탄약 제공과 급유지원, 정보활동 등을 할 수 있다.

 

특이할 점은 안전보장관련법의 정비와 운용으로 일본은 이제 유사시 ‘집단적 자위권’을 더욱 적극적으로 행사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이는 일본의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위험이 발생했을 시 밀접한 관계에 있는 동맹국과 연대해 상대국(적국)에 대해 무력공격을 행사하겠다는 취지다. 동맹국인 미국과 일본이 위기가 발생한 지역에서 ‘공동작전’을 펼칠 수 있게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국 동의 없으면 한반도 진출 힘들다”

 

한반도 상황에도 예외는 아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나 유혈사태가 발생하는 등 한반도 유사시에는 우선 주일미군이 한반도에 들어가게 돼 있다. 미군과 함께 각종 무기와 탄약 등 군수물자가 신속하게 한반도에 들어가게 하기 위해선 우선 자위대의 함선과 항공기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미국의 배와 항공기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될 때 자위대도 함선과 항공기를 타고 자연스럽게 한반도에 상륙할 수가 있다. 그리고 한반도에서 미·일 ‘공동작전’이 전개된다. ‘주일미군의 각종 무기는 일본 자위대가 수송한다’는 미·일 안보조약의 조항에 의거하고, ‘미·일은 공동연합작전을 수행’한다는 집단적 자위권의 ‘가이드(案內書)’에 충실히 따른다면, 이 같은 상황이 한반도에서 펼쳐지는 것이다.

 

여기서 이번 11월23일 한·일 간에 최종 서명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이 발효되면 일본은 성능 좋은 이지스함을 동해나 서해 쪽으로 전진 배치하려고 할지도 모른다. 이 이지스함은 일본이 5기나 보유하고 있는 정찰위성(偵察衛星)과 교신하며 북한군의 동태와 미사일 발사상황을 보다 정밀하게 탐지해 낼 수 있어, 이 정보활동을 빌미로 일본은 한반도 주변 해역까지 진출해 세력권을 넓히고 영향력을 확대하게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요컨대, 일본이 한반도 유사시에는 ‘집단적 자위권’의 명목으로 미국과 함께 한반도 본토에 상륙할 수 있고, 한반도 주변 해역에 진출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일본의 세력권을 확장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한편에선 외국(타국)으로부터의 요청이 없으면 국제법상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일본 자위대법 제88조 제2항에도 ‘자위대가 무력을 행사할 때 국제법규 및 관례에 따라야 하는 경우에는 이를 준수한다’고 돼 있다. 나카타니 겐(中谷元) 전 방위상도 11월21일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에 있어 한반도에 대한 일본의 대응은 상당히 민감한 문제다. 일본의 후방지원 대상이 미국은 될지언정, 한국과는 사전에 세밀하게 조정해 실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국의 영해에서 한국의 동의 없이 일본의 자위대가 활동하는 것은 우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이 문제는 한국과 미·일이 확실하게 구체적으로 조정해 대응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 국민의 동의를 얻지 않고는 일본의 한반도 진출은 결코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한국 국민 정서상, 일본의 자위대가 한반도에 상륙하는 일과, 이지스함 등 일본의 군함들이 한반도 주변 해역으로 깊숙이 들어오는 일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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