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사일 포대 아무리 많아도 탄도미사일 방어 어려워
북한의 전략군은 무려 1000발이 넘는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전 세계에 존재하는 탄도미사일은 6300여 발 정도로 알려져 있다. 즉 전 세계 탄도탄의 15%가량을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과거 스커드미사일의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1세대 미사일을 운용해 왔다. 1세대 미사일의 보유량은 대한민국 전역을 범위에 두는 스커드미사일이 600~800여 발, 일본 전역을 사정권에 두는 노동미사일이 200~300여 발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 6월22일에는 2세대 미사일인 무수단미사일 발사에 사실상 성공했다. 북한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제는 ‘북극성’이라는 이름의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북극성은 최초에는 액체연료를 사용했는데, 4월 발사부터는 고체연료로 추진 방식을 바꿨다. 즉 3세대 미사일까지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기습발사에 놀란 일본
1세대라고 그저 구형이고 쓸모없는 게 아니다. 지난 7월19일에는 기습적으로 노동과 스커드미사일을 섞어서 발사했는데, 사거리는 500~600km 수준이었다. 그리고 8월3일에는 또다시 노동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두 발 중 한 발은 공중폭발을, 나머지 한 발은 1000km를 비행해 일본 해안에서 250km 떨어진 일본의 EEZ(배타적경제수역) 해상에 떨어졌다. 노동의 원래 사거리인 1300km를 모두 비행했다면, 일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거리였다. 이날 발사가 충격이었던 것은 일본이 그간 나름대로 단단한 조기경보체계를 구축해 왔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일본은 1998년 북한의 대포동 1호 미사일 발사 이후 엄청난 충격을 받고는 미사일 방어능력을 갖추기 위해 준비해 왔다. 본격적으로 사업이 시작된 2004년부터 올해까지 13년간 일본이 현재까지 썼거나 쓸 비용을 합치면 1조5800억 엔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 돈으로 약 17조원에 이르는 비용으로, 매년 1조3000억원 정도의 예산을 미사일 방어에 쓴 셈이다. 국방예산을 갑자기 올릴 수 없으니 미사일 방어 구축을 위해 육상자위대는 신형 90식 전차를 살 예산을 삭감당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10년이 넘는 투자의 성과는 꽤나 실속 있다. 정보수집위성을 현재 7개 정도 운용하고 있으며, 20km 정도의 저고도에서 미사일을 막는 패트리어트 PAC-3 포대 17개를 보유했다. 대기권 밖 500km까지 높이에서 요격이 가능한 SM-3를 발사하는 이지스 구축함은 현재 4척이지만, 이지스함 2척은 새로 짓고 2척은 기존의 구형함을 개량해 8척으로 늘릴 계획이다. SM-3 미사일은 미국과 공동개발 중으로 블록2A가 곧 양산될 예정이다. 사드를 제외하면 거의 미국에 버금가는 미사일 방어체계를 갖춘 셈이다. 8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사드 포대의 도입까지도 검토되고 있다.
한반도 미사일 방어의 역사
일본이 저렇게 호들갑인데 우리에게로 눈을 돌리면 현실은 답답하다. 1000발의 탄도미사일에 노출되어 있는 나라답지 않게 시스템이 부족하다. 대한민국에 최초로 탄도미사일 요격시스템이 도입된 것은 1994년이다. 주한미군이 패트리어트 PAC-2 1개 포대를 도입한 것이 시작이었다. 우리나라도 이른바 ‘서울 불바다’ 위협 발언 이후인 1990년대 중반부터 SAM-X사업을 추진하면서 당시 개발이 한창이던 패트리어트 PAC-3를 도입하려고 했다. 그러나 1997년 시작된 IMF 사태의 여파로 차세대 전투기부터 한국형 험비까지 모든 사업들이 후순위로 밀리면서 사업은 흐지부지되었다.
주한미군은 2004년에는 패트리어트 PAC-3를 한국에 전진 배치했다. 당시만 해도 PAC-3는 2003년 이라크전에서 최초로 실전 투입된 최신무기였다. 물론 주한미군이 도입한 패트리어트 포대만으로는 한반도 전체 방어는 물론이고, 전시 핵심자산을 지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우리 합참도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2000년 이후 다각도로 미사일 방어를 추진하고자 했다. 그러나 예산의 한계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 미국제 MD 불가론이 불거지자 다른 방법을 고안해야만 했다.
이에 따라 2006년께부터는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인 KAMD를 독자개발하기로 방향을 정했다. 불곰사업으로 러시아의 원천기술을 활용해 독자개발이 가능하다고 판단되었고 이에 따라 철매II(현 천궁) 대공미사일 개발사업이 시작된 것이다. 철매II는 전투기를 잡는 일반적인 지대공미사일의 성능을 개량해 탄도탄을 요격하는 M-SAM을 개발한다는 것이다. 천궁의 개발에는 2006년부터 약 8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돼 2011년 개발이 완료되었고, 작년 10월 이미 전력화됐다. 그리고 탄도탄을 요격할 천궁-PIP 미사일은 개발이 거의 끝나, 올 3월에는 탄도미사일 요격에 성공한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또한 우리 군은 독일군이 중고로 내놓은 패트리어트 PAC-2에 눈독을 들였다. 결국 2009년에야 8개 포대를 도입했는데 도입가격은 1조8000억여원으로 PAC-3의 절반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PAC-2 가운데서도 나름 탄도탄 요격능력을 강화한 최신형인 GEM/T를 도입함에 따라 PAC-3만큼은 아닐지라도 방어능력은 향상되어 있다. PAC-2를 PAC-3급으로 성능을 올리는 사업은 현재까지도 계속 추진되어, 미사일을 빼면 모든 시스템이 PAC-3급에 버금가는 성능으로까지 올라왔다. 물론 그 사이 성능개량에 쓰인 예산은 처음 사온 가격과 비슷해졌다. 애초에 PAC-3를 샀으면 될 일이었지만 국회와 정부가 추가예산 배정을 허락하지 않아 예산이 낭비된 셈이다. 결국 2015년에는 미국으로부터 PAC-3를 도입하기로 했다. 우리 군이 선택한 것은 최신형 PAC-3 MSE로 고도 40km에 육박한다. PAC-3는 2018년부터 도입되어 수도권부터 배치될 전망이다.
2018년부터는 PAC-3도 도입되어 2020년대 초반까진 전부 PAC-2를 대체한다. 또한 2020년까지는 국산 저층요격시스템인 M-SAM, 즉 천궁-PIP 포대 20개가 실전 배치될 예정이다. 국산 고층요격시스템인 L-SAM은 2015년 개발이 시작되어, 2020년 중반까지 4개의 포대가 확보될 계획이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현재 PAC-2의 요격고도는 15km에 요격반경은 20km에 불과하다. 미래의 모든 시스템들이 다 배치된다고 가정하면, M-SAM이 고도 15km에 반경 20km 정도로 PAC-2와 대동소이하고, PAC-3 MSE와 L-SAM은 고도 40km에 반경 60km 급이 될 것이다. 즉 수십 개의 미사일 포대를 설치해도 충분히 탄도미사일을 방어하기 어렵게 된다.
그래서 사드가 필요하다. 사드는 거리 200km에 고도 40~150km까지 요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긴 사정거리와 높은 고도로 좀 더 멀리 좀 더 높이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주한미군이 갖고 오는 포대는 1개에 불과하지만, 수십여 개의 KAMD 포대들과 결합하면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미사일만 잘되어서 될 일은 아니고, 인공위성-정찰기-탄도탄 추적 레이더 등 조기경보망과 요격체계가 잘 결합되어야만 성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