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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연결고리인 대통령의 ‘참고인 조사’ 논란

© 시사저널 임준선

 박근혜 대통령을 조사하기로 한 검찰이 대통령을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으로 조사하기로 하자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일단 박 대통령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신분이 바뀔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지금은 알 수 없다"고 전했다. 검찰의 대응이 지나치게 소극적이란 이야기가 나오는 까닭이다.

박 대통령이 받고 있는 의혹 중에서 '공무상 기밀누설'은 점점 분명해지는 분위기다.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인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이 박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한 검찰출신 변호사는 "기밀누설은 범죄 성립이 가능할 것 같다. 하지만 대통령이 실질적으로 (검사 앞에서) 어떤 진술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대국민 담화 때는 수사(修辭)로 이야기한 거다. 법률적 요건이 들어맞는 진술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다"고 말했다.

재단 강제 모금의 경우도 박 대통령의 적극적인 관여가 있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안종범 전 수석은 재단 모금을 두고 "박 대통령이 지시해서 한 일"이라고 검찰에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주목받는 건 지난해 7월24일~25일 이틀 동안 재벌 총수 7명을 따로 독대한 점이다. 박 대통령의 독대와 재단 모금의 상관관계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검찰은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참고인은 피의자의 범죄혐의를 입증하는 데 필요한 사람이다. 그래서 참고인은 범죄를 저지른 당사자와 약간 거리가 있는 단어다. 물론 때에 따라서는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신분이 바뀔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통령을 단 한 번만 조사할 수 있는 상황에서 참고인으로 조사할 경우, 박 대통령은 최순실과 차은택 등의 국정농단 혐의를 입증을 위해 필요한 사람 정도에 머무른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빠지고서는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그림이 그려진 상황에서 참고인 신분에 대한 비판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검찰의 대응을 두고 ‘그럴 수밖에 없어서’라고 해석하는 법조인도 적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는 “피의자로 부를 경우 혐의를 입증할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막상 무죄나 혐의없음으로 결론 날 경우 검찰이 받을 타격이 크다. 피의자라고 적시하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기가 끝나야 기소할 수 있다는 현실도 고려했을 터다. 법무법인 민우의 김정범 변호사는 “지금 당장 기소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법적으로 불가능하게 돼 있다. 임기가 끝나야 기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부담 때문에 참고인이란 표현을 썼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기밀 누설과 재단 모금 과정에 관여한 점이 드러났기 때문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해야 된다는 법조계 의견도 적지 않다. 재임 중에 형사 소추는 못하더라도 피의자로 조사하는 게 옳다는 뜻이다. 검사 출신인 윤태중 변호사(법무법인 태신)는 “안종범 전 수석과 최순실 씨가 연락을 주고받은 적이 없다 해도 결국 차은택씨까지 포함하면 세 명 모두 구속됐다. 연결고리가 필요한데 박 대통령이 연결고리다. 그런데 혼자 참고인일 순 없다. 단순하게 봤을 때, 나머지 사람들이 모두 구속됐다면 대통령도 피의자 신분으로 가야 되지 않을까”라고 지적했다.
 
© 연합뉴스

대통령이 결국 참고인이 된 것은 재임 중 형사소추가 불가능해서 생긴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형사소추가 가능해야 수사가 진행되는 법인데, 검찰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더라도 수사종료를 할 수 없다. 일단 대통령이 “스스로 조사 받겠다”고 말했으니 참고인으로 조사하는 게 검찰의 현실적인 인식이다. 강신업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는 “참고인으로 조사하고, 최순실씨의 공소장에 박 대통령의 범죄사실을 기재해 놓은 뒤 임기가 끝나면 다시 수사를 하겠다는 뜻인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의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박 대통령이 여러 의혹들에서 연결고리인 점을 볼 때 참고인 신분은 그래도 문제라는 게 국민정서다. 한 형사전문 변호사는 “첫번째로는 공무상 기밀누설이 가장 큰 문제가 될 것이고, 강요죄가 드러난 것도 분명하지 않나. 재단 모금을 강제적으로 했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에서는 모금을 자발적으로 했다고 말하지만 자발적으로 몇십억씩을 그렇게 쉽게 내놓는 데가 어디 있나. 재단이 뭐하는 곳인지도 모르고 사전검토도 하지 않고 돈을 내놓는 식으로 기업을 운영해도 되는 건가. 그럼 기업 자체가 주주들에게 배임죄로 형사처벌 받아야 하니 애초부터 성립되지 않는 것이다”고 말했다. 

참고인 신분 외에 제3의 장소에서 조사를 받는 것도 문제 삼는 의견이 적지 않다. 검찰 출신의 변호사는 “제3의 장소까지 갈 필요가 없다. 중앙지검 청사가 있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법 앞에 평등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검찰청사에서 하는 게 맞다. 공범들이 구속돼 있는 상황에서 말이 맞지 않는 부분에 대해 대질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제3의 장소에서 대면조사를 하겠다는 것 자체가 검찰의 나름 ‘강경책’이라고 보기도 한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현직 대통령을 조사실로 부르는 건 사실 불가능하다.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인데도 삼계탕 집에서 BBK관련 조사를 받았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경우도 딸의 특혜 임용설 때 서면조사를 받았다. 그런 점에서 제3의 장소에서 대면 조사는 검찰 나름의 강경책”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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