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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재창당’ 요구하는 ‘원조 소장파’ 정병국 의원

새누리당의 앞날이 보이지 않는다. ‘최순실 게이트’가 정국을 강타하면서 친박(親朴)계인 이정현 대표 체제는 사실상 ‘붕괴’ 상태다. 당내 친박계와 비박(非朴)계의 갈등은 극에 달했으며, 비박계에서는 이정현 대표 및 당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야당 역시 이 대표 체제를 ‘최순실 체제’로 규정하고 협상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당 밖에서는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지율이 동반 추락하고 있다.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정국이다. 이제 새누리당의 최우선 과제는 사태 수습과 반전이다. 시사저널은 11월10일 새누리당 내 비박계의 핵심이자 개혁 성향의 선두주자인 정병국 의원을 만나 인터뷰했다. “현 체제로는 사태를 수습할 수 없다”고 단정한 정 의원은 가장 우선으로 이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어 여야 협의에 따라 거국중립내각을 꾸린 후 바로 개헌 논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내 ‘소장파’의 선두인 정병국 의원은 “거국중립내각으로 사태를 수습하고, 개헌을 통해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사상 초유의 사태가 터졌다.

 87년 체제가 출범한 이래, 모든 정권마다 이 시기가 되면 소위 ‘비선 실세’의 문제가 야기됐다. 지금까지는 대부분 가족들이 국정을 농단했는데, 이번에는 친인척도 아닌 제3자가 나타났다. 그것도 극단적이고 총체적인 양상이다. 집권여당의 구성원으로서 참담한 심정이다. 

정권 지지율과 새누리당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다.

 나부터도 이 사건의 공범이나 마찬가지다. 이 사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새누리당 구성원이라면 비박이든 친박이든 모든 사람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다. 또 당선시켰으면 이런 사태가 오지 않도록 해야 했다. 이런 부분에서 모두 같은 책임이 있다. 

정윤회나 최순실의 존재는 몰랐나.

 몰랐다. 다만 이상한 점은 있었다. 2004년에 당시 박근혜 의원을 소장파에서 삼고초려해 당에 모셔왔었다. 그 이후에 당 지도부로 들어갔는데, 일을 할 때 어떤 보고를 하면 ‘매우 좋은 아이디어’라고 하다가도 다음 날 돌변하곤 했다. 하루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나 싶었다. 나하고는 스타일이 안 맞았다. 그래서 그 이후 자연스럽게 갈라졌다. 

현 친박계는 다 알고 있었나.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으로 활동했던 김무성 전 대표나 유승민 의원도 결국 다 내쳐지지 않았나. 대통령이 하는 일에 쓴소리하는 사람들은 비박이 됐고, 하라면 하라는 대로 하신 분들이 친박계로 들어섰다. 사건이 터지고 나서 보니 친박계에서도 최순실을 알면 실세고, 모르면 비실세인 것 같더라. 아마 극소수만이 최씨의 존재나 하는 일을 알았을 것 같다. 2014년 ‘정윤회 문건 사건’ 때만 해도 정윤회가 몸통인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최씨가 몸통이었다. 당시만 해도 국정을 이렇게 농단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현재 재창당이나 당의 해체 얘기가 나온다. 심지어 ‘분당’에 대한 관측도 있는데.

 이정현 대표가 있는 한 이 체제를 옹호하는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지금 국민들이 새누리당에 대해서 실망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기득권을 내려놔야 한다. 모든 권한을 내려놓고 원점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 당의 해체 주장 역시 재창당과 비슷한 의미라고 본다. 
정병국 의원이 11월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당 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새누리당이 대통령 탈당 요구할 순 없다”

 

당내에서도 대통령이 탈당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많은 사람들이 탈당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얘기한다. 당위성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하지만 우리 새누리당이 대통령에게 탈당을 요구할 수는 없다. 잘못 받아들여지면 ‘꼬리 자르기’ 내지는 회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것이 사태를 수습하고 풀어가는 데 필요한 조건이라면 해야겠지만, 최소한 새누리당에서 요구하기는 어렵다. 

대통령이 검찰수사를 받을 것 같다.

 대통령 역시 이 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의혹의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법리적으로 해야 한다고는 하지만, 국민들을 납득시키려면 수사를 받아야 한다. 형사소추상의 문제가 있다고 하는데, 그것은 차후의 문제다. 그 이전에 조사를 받아야 한다. 

여론은 ‘하야’까지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 여론이다. 주말 광화문 집회에 나오신 분들은 모두 하야를 요구하더라. 그러나 국민적 요구라고 해서 무조건 따라갈 수는 없지 않나. 헌정 중단 사태가 와선 안 된다. 그에 준하는 국민적 요구를 따르면서도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는 방안을 찾다 보니 거국중립내각이 등장한 것이다. 

‘거국중립내각’ 으로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여야 합의에 따라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해 철저히 수사하고, 사람을 바꿔야 한다. 하지만 거국중립내각만으로는 1년 넘게 남은 임기 내내 이끌고 갈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특정한 사람보다는 시스템에 있다. 현 체제에서는 대통령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된다. 대통령하고 얼마나 가까운 사이인가에 따라서 영향력이 달라진다. 공적 관계보다 비선이 득세하도록 하는 현 시스템이 이 사건의 본질이다. 욕심이 있다면 거국중립내각으로 상황을 수습한 다음에 개헌을 통해 본질적인 원인을 해소하는 작업까지 하고 싶다. 

어떤 방식의 개헌이 좋다고 생각하나.

 우선 개헌에 대한 여야 합의가 먼저다. 그 이후에는 권한이 나뉘는 시스템으로 개헌해야 한다. 개인적으론 내각제가 좋다고 생각한다. 독일식 내각제를 채택해 어느 정당도 과반 이상 점유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중대선거구제, 석패율제를 통한 비례대표 확보 등이다. 이렇게 되면 지역감정도 완화할 수 있고, 다당제와 협치(協治)가 정착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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