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한국학 현장을 가다-⑦] 이은정 베를린자유대학 한국학과 교수 및 한국학연구소장 인터뷰
이은정 베를린자유대학 한국학과 교수는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받은 뒤 독일로 유학을 떠나 1993년 괴팅겐대학교에서 정치철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어 할레대학교에서 정치학 교수 자격 취득과정을 마쳤다. 이후 2008년부터 베를린자유대 한국학과 학과장과 한국학연구소장을 맡아 독일 내 한국학 전파에 앞장서 오고 있다. 기자는 11월1일(현지 시각) 이 교수를 학과 사무실에서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대학 내 한국학과가 급성장세를 보였다.
한국학과가 빠르게 성장해 온 것은 사실이다. 한국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많은 학생들이 몰려들었다. 처음 20명으로 시작해 매년 학생 수가 증가해 왔다. 현재 한국학과 전체 학생 수는 300여 명에 달하는 상황이다. 100년 이상의 전통을 자랑하는 일본·중국학과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다.
한국학과를 이끌어 오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학생들을 위한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집중했다. 특히 공들인 것은 한국어 교육을 체계화하는 부분이었다. 입학 시부터 예비과정에 돌입하고, 학기 중간에 증진수업을 추가했다. 또 교환학생제도를 정규 과정으로 편입하기도 했다.
학과 내에서는 주로 어떤 수업들이 이뤄지나.
그때그때 다르다. 한국어 수업과 한국사, 연구방법론 등 몇몇 필수적인 수업을 제외하고는 교환교수나 한국 교수들과 화상으로 수업이 진행되는 E스쿨 등을 통해 학생들에게 다양한 강의를 제공하는 데 힘쓰고 있다.
독일 학생들의 주요 관심사는 어느 분야인가.
앞서 말했듯 계속해서 새로운 수업이 진행되다 보니, 학생들이 어떤 수업을 들었느냐에 따라 관심사도 바뀌는 것 같다. 실제로 학생들이 제출한 논문 주제를 보면, 어떤 수업을 감명 깊게 들었는지 보인다.
현재까지는 순항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앞으로의 문제는?
그동안 한국학과가 자리를 잡도록 하는 데 온힘을 쏟아왔다. 사생활은 거의 포기하다시피 했다. 그러나 이젠 한계에 도달한 시점인 것 같다. 현재 강사와 연구원, 조교 등을 합해 30여 명의 인력이 있다.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정교수는 나와 하네스 벤야민 모슬러 교수, 둘뿐이다. 그마저도 모슬러 교수는 동아시아대학원까지 책임지고 있어, 실제 정교수는 1.5명인 셈이다.
정교수 두 명이 학과 내 업무를 모두 소화하려면 무리가 있어 보인다.
맞다. 수업이나 리포트 등을 제외하더라도 이번 학기 내에 지도해야 하는 논문 수만 50여 건에 달한다. 입학자가 증가해 온 만큼 향후 졸업자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학연구소에서 진행하는 중장기 프로젝트들도 현재 5개나 있다.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판이다.
교수진을 보강하기 위한 대책은 마련돼 있나.
일단 자체적인 해결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독일 전역의 대학에서 학과 통폐합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교수직을 늘리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교수직을 잃게 되는 학과와도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다.
교수 인력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베를린자유대학에서의 한국학 발전은 더 이상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데.
지금으로선 외부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동안 주변에 도와달라는 말을 단 한 번도 꺼내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외부 자금 수혈을 통해 정교수직은 아니더라도, 석좌교수들을 영입해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