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계 한국학 현장을 가다-⑪] 쩐티흐엉 하노이국립외국어대학 한국어문화학부장 인터뷰

1979년생의 학부장. 쩐티흐엉 하노이국립외국어대학 교수(한국어문화학부)는 30대 후반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어문화학부장이라는 중책을 맡고 있다. 마치 베트남에서 한국학의 위치를 대표하는 듯했다. 젊지만 성장속도가 빠른 그런 느낌 말이다. 한국에서 공부한 적이 없다는 쩐티흐엉 교수는 기자가 만나본 한국학 관계자 중 가장 유창한 우리말을 구사했다.

 

쩐티흐엉 하노이국립외국어대학 한국어문화학부장은 베트남 지한(知韓)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시사저널 김회권

1996년에 한국을 공부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면 엄청 척박한 환경이었을 것 같다.

 

그때는 여기가 논밭이었다. 당시에는 한국인이 별로 없었다. 오히려 북한에서 공학을 전공한 분이 한국어를 가르쳐주셨는데 말투가 좀 달랐다. 하하. 인터넷도 안 됐던 시기다. 드라마를 많이 봤다. 옛날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어를 공부했다.

 

 

한국학 1세대라고 들었다. 

 

난 졸업하자마자 바로 교수가 됐다. 당시 베트남에 선생님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동기들을 보면 다른 학교에 가서 한국 관련 학과를 개설하고 가르치기도 하고 한국 기업체에 들어갔다. 외교관이나 국회에도 있다. 대부분 베트남에서 한국과 관련한 중요한 위치를 잡고 있다.

 

 

일본과의 교류가 더 강하다고 들었다. 

 

일본-베트남 교류는 한국보다 더 강하게 진행 중이다. 일본어학과가 더 많이 발전한다. 일단 한국어보다 일본어 교육이 10년이나 빨랐다. 지금은 대학뿐만 아니라 초등학교부터 제2외국어로 일본어를 시작하고 있다. 한국어는 이번에 시범으로 중·고등학교에서 시작했다. 그만큼 차이가 많이 난다.

 

 

정부의 지원은 어떤가.

 

아주 작은 사례를 들겠다. 2~3년 전에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지원으로 한국어 교육방송을 시작했다. 당시 방송국 직원 말을 들어보니 일본어 교육방송 예산이 우리보다 10배나 더 많다고 하더라. 우리 학교만 봐도 일본에서 지원한 시설과 장학금 규모, 교육 프로그램이 한국의 그것과 차이가 많이 난다.

 

 

한국을 교육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은 없나.

 

큰 어려운 점은 없다. 다만 인력이 문제다. 한국어를 체계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한국인이 부족하다. 내년부터 학교에서는 한국어 석사 프로그램을 처음 개설한다. 그때는 고급 강사가 많이 필요하다.

 

 

베트남의 한국학이 지속 가능하려면 어떤 게 개선돼야 할까.

 

자료다. 우리는 한국어만 공부하지 않는다. 한국의 문화와 정치, 사회 등 필요한 영역을 가르쳐야 한다. 우리도 나름 자료를 개발하고 있다. 베트남에 비전공자를 포함하면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이 2만 명 정도다. 그만큼 많지만 베트남인을 위한 한국어 교재가 없다. 교재를 개발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니 기회를 계속 놓치게 되고 이제 보니까 우리가 만든 교재가 없더라. 다 한국 책에 의해서 해야 된다. 한국에서 가져온 책을 번역해서 보급을 해야 된다. 이게 안 되면 한국어를 읽을 줄 아는 사람끼리만 공유하게 된다. 한국의 다양한 분야를 번역하고 소개하는 자료가 있어야 교재로 사용하기도 편하고 베트남의 일반인이 한국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