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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언론, 백남기 농민의 풀리지 않는 사인(死因) 기획보도로 다뤄…“한 노인의 죽음이 정치권으로 확대”

“작년 11월14일 이후, 국가 공권력은 이미 한국 민중들의 신임을 잃었다.”

 

“민중들이 거리에 나와 항의할 때, 정부는 고의로 선동한 폭력 시위라 여기고, 집회 전 경찰을 출동시키고 높은 벽으로 도로를 봉쇄해 군중들이 길로 가는 것을 막았다. 게다가 경찰력을 출동시켜 최루 가스와 물대포로 군중들을 몰아냈다. 작년 세월호 1주년 집회에서 보았던 똑같은 광경이 오랜만에 서울 거리에 나타났다. 하지만 상황이 다른 것은, 이번에는 물대포가 사람을 죽였다는 것이다.”

 

“백 씨의 죽음은…대중이 민주화 후의 ‘신형 국가폭력’에 대해 어떻게 규명해야 하고 책임을 추궁해야 하는지에 대한 시선을 촉발시켰다.”

-대만연합보 보도 中

 

고(故) 백남기 농민에 대한 경찰의 부검영장 강제집행이 일단락됐다. 10월25일부로 부검영장이 만료돼 검찰이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만의 유력지인 ‘대만연합보’가 9월30일부터 고 백남기 농민 관련 사건을 ‘한국, 백남기 사건’이라는 기획으로 다루며 한국 정부를 비판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백씨 관련 사건을 외신에서 연속 테마 기획으로 다룬 일은 이례적이다. 특히 이 보도는 백씨의 사인을 ‘풀리지 않은 사인’이라 말하며, 서울대병원의 사인 판정과 관련된 일련의 상황을 병원 내 권력을 다룬 한국 드라마 <하얀 거탑>에 비춰보기도 했다. 

 

대만연합보는 고 백남기 농민 사건을 네 가지 주제로 다뤘다. ‘사건-남한이 무슨 일인가, 물대포차에 대항한 노인의 죽음 이후’, ‘조사-한국판 하얀거탑, 시위한 노인의 풀리지 않은 사인’, ‘논쟁-항쟁열사? 불법폭민? 서울 물대포 치사 사건’, ‘심층문제-한국인은 ‘분노의 수’에 어떻게 대면해야 할 것인가‘로 분류했다.

 

ⓒ 대만연합보의 고 백남기 농민 사건 보도 화면캡쳐

“백씨는 물대포에 맞아 사망한 것”

 

특히 서울대병원이 관련된 사인 판정을 다룬 ‘조사-한국판 하얀거탑’ 부분이 주목된다. 해당 보도는 “사실상 백씨는 물대포에 맞아 뇌출혈이 발생한 것”이라며 “병원에 이송된 뒤 의식이 회복되지 않았고 신체 기능이 약해졌으며 신체가 정상적인 대사가 이뤄지지 않아 관련 치료와 투약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신부전을 일으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고 설명했다. 

 

‘병사’라는 사인이 나온 뒤 서울대 의학과 동문과 재학생 467명이 공동 성명을 발표해 “의학계의 준칙을 어겼고 상식에 맞지 않다”고 주장한 점에 대해서도 자세히 보도했다. “심폐 기능정지는 사망에 수반되는 현상이지, 사인으로 기재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공동 성명에서 지적됐다”고 덧붙였다.

 

보통의 경우 ‘외인사’와 ‘병사’는 표면적으로 눈에 띄는 차이를 보이지 않더라도, 진상 규명과 책임에 대한 해명을 기다리고 있는 백남기 사건에서는 ‘병사’ 판정이 추후 소극적인 조사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짚었다. 현 서울대학교병원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주치의였다는 사실을 상기시켰고, 이 때문에 이 판정이 ‘배후 세력’의 압력에 의해 조성됐다는 의혹이 일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2007년 방영된 병원 내 권력을 다룬 드라마 ‘하얀거탑’과 비교했다. 

 

고 백남기 농민의 사인을 ‘병사’로 표기한 백선하 서울대병원 교수가 시종일관 ‘병사’ 소견에 대한 뜻을 굽히지 않으면서 “외부의 압력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한 점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병원측은 주치의의 주장을 존중할 수밖에 없으며, 고 백남기 농민의 사인을 수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래 정부가 독단적으로 정책 추진”

 

“대한민국의 현실을 나타내고 있다. ‘경찰국가’라는 농담이 현실은 된 것 같다. 합법적인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폭력 집단의 공포 속에 살고 있다.” 이 기사에 등장하는 인물은 서울대병원에서 대기 중이었던 한 경찰의 말이다. 

 

이 매체는 한국 사회가 “요란하고 불안한 상태에 빠져있다”고 보도했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래 정부가 독단적으로 각종 정책을 추진해 이견이 받아들여질 수 없었다”며 “선거 전에는 국민대통합을 추진하겠다고 선포하고, 선거 후에는 오히려 자신의 방식을 고집함으로써 야당과 고도의 대립상태에 처해있을뿐더러 여당 내부 또한 다툼 상태에 빠져있다”는 게 대만연합보의 분석이다. 

 

대만연합보는 “작년 세월호 1주기 집회에서 보았던 광경이 서울 거리에 출현했다. 이번에 상황이 다른 점은 물대포가 사람을 죽였다는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당시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시위대가 격렬한 불법 행위를 하여 경찰과 경찰차에 상해를 입힌 상황이었기 때문에 살수차를 출동시킨 것은 과도 진압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는 발언한 내용을 인용했다.

 

ⓒ 연합뉴스

“외압 없었다지만 답변에 모순이 있다”

 

특별조사위원회를 조성해 내용을 규명하려 했지만 결론적으로 ‘병사’를 주장하는 주치의의 의견이 존중됐다. 대만연합보는 “조사위원장이 과정 중에 외력이 개입(외압)이 없었다고 밝혔지만, 그 뒤 라디오 질문에서의 질문과 답변은 모순을 드러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서울대병원 특별위원회 조사위원장을 맡았던 이윤성 서울대 의대 교수가 일부에서 제기된 ‘외압설’에 대해 “외압이 없었다. 있었다는 증거가 있느냐. 그런 건 찾을 수가 없다”며 “그러니 외압이 있다고 볼 여지가 없는데 이걸 괜히 부추겨서 이상하게 몰고 가는 건 옳지 않다”고 사인 조작 의혹을 전면 부정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사인을 ‘외인사’가 아닌 ‘병사’로 기록한 서울대병원이 보험급여를 청구할 때는 ‘외상성 경막하출혈’로 신청한 점도 언급됐다.

 

또 고 백남기 농민 사건이 낳은 한국 정치 공방 의제들을 언급하면서 “국가 공권력의 경계선과 정의에 대한 요구가 또다시 일련의 저해와 지연을 이유로 희석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우리가 더욱 엄정하게 법을 집행한다고 한다면, 야당과 좌파 매체들은 이를 ‘국가폭력’이라 추궁하고 벌떼처럼 몰려들 것이다”는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 대표의 말을 인용하면서 “한 시위 노인의 죽음이, 유족과 검찰, 경찰 및 병원의 공방으로부터 정치권의 극단적인 2원(二元) 해석으로까지 확대되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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