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서 비판받는 국정원發 북한관련 보도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정보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사정당국에 따르면…’
북한을 다룰 때 언론보도에서 주로 쓰이는 이 말. 이 단어가 지칭하는 기관은 어디일까. 상당수는 한 곳을 가리킨다. 바로 ‘국가정보원’이다. 출처를 ‘국정원’이라 밝힌 보도를 포함하면 북한․외교․안보 이슈에서 국정원발(發) 뉴스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최근 국정원의 발표로 여론의 주목을 받은 주제만 해도 여럿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신변, 북한 고위층의 망명, 북한식당 종업원의 탈북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국정원발 보도를 믿을 수 없다는 비판은 끊이지 않고 있다. 막상 보도했더니 ‘근거 없음’으로 드러난 몇 가지 사건은 이런 비판을 뒷받침한다.
예를 들어 북한의 리영길 총참모장이 올해 2월 숙청됐다는 오보를 두고 국정원이 고의로 흘렸다는 주장이 제기된 적이 있다. 2015년 대법원에서 ‘조작’으로 결론 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도 국정원발 이슈였다.() 또 국정원이 주도한 ‘북 보위부 직파간첩’ 사건도 간첩으로 지목된 인물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럼 국정원이 발표한 정보는 왜 자꾸 틀릴까. 국정원을 오랜 기간 관찰한 이들은 국정원이 외부 발표를 활용해 정보를 알리기보다는 여론을 움직이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국정원은 진위 여부를 떠나 여론을 유리하게 이끌어 집권자에게 좋도록 언론 플레이를 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현재 국정원이 발표하는 뉴스 중 맞는 것도 몇몇이 있겠지만, 검증된 주장이 아니고 믿어도 되는지 의심 가는 부분들도 많다. 더구나 국정원은 잘못된 정보를 내보내도 이후 사과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정보를 받아들이기 전에 반드시 검증이 필요하다.”
-장경욱 변호사 -
“국정원은 사실관계와 달리 ‘입장 전파’에만 집중하는 것 같다. 국정원은 발표하는 정보의 출처를 보안 문제로 알려줄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충분히 밝혀도 되는 부분이거나, 정보를 신뢰하기 위해서 필요한 부분까지도 출처를 밝히지 않는다. 의구심이 크다.”
-양승봉 변호사-
“국정원이 대놓고 홍보하면서 발표하는 정보는 거의 ‘여론몰이’용이다. 사실이 아닌 첩보수준이지만 시기를 봐서 발표해버리거나, 간첩조작 사건처럼 여론몰이를 위해 사실관계조차 왜곡한다. 그러다 보니 국정원발 정보를 믿기 어려워졌다. 꼭 필요한 정보를 발표하는 때조차도 의심해야 할 정도다.”
-국정원을 수년간 취재한 기자-
최근에는 외신조차 이 문제를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9월15일 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국정원은 여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선택되거나 입증되지 않은 정보를 유출한다고 비판 받는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국정원이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지 않는 점이 국정원에서 나온 정보의 질을 손상한다”고 보도했다.
검증되지 않은 국정원발 정보가 확산되는 현실에 언론의 책임도 크다. 국정원을 전담하는 한 기자는 “국정원이 말하는 정보를 확인해볼 통로가 적으니 의심되더라도 발표를 따라갈 수밖에 없는 면이 있다”면서도 “이를 사실로 전제하고 보도하는 행태는 문제다”라고 말했다. 양승봉 변호사도 “근거 없는 내용이라도 메이저 언론사에 흘려지면 보도되고 확산된다”면서 “언론 입장에서도 자성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