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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 구멍 난 민간근무 휴직제도

기획재정부 국장급(3급) 공무원인 A씨는 정부세종청사로 출근하지 않는다. 공직을 휴직한 A씨가 출근한 곳은 대기업인 H사다. 그는 이곳에서 상무로 일하고 있다. 월급봉투도 나라의 녹을 먹을 때보다 두둑해졌다. 그의 현재 연봉은 1억2000여만원이다. 공직에서 일할 때보다 30% 가량 많다. A씨는 H사에서의 근무를 3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A씨의 예는 최근 활성화된 ‘민간근무 휴직’ 제도로 생긴 일이다. 민간근무 휴직제도란 ‘공무원 조직의 폐쇄성을 극복한다’는 취지로 2002년 도입됐다. 2008년 잠시 중단됐다가 2012년부터 다시 실시 중이다.  이 제도를 활용하는 공직자는 최근 들어 급증했다. 전 부처를 통틀어서 2014년에는 5명, 2015년에는 15명이 신청했던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2016년에는 57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는 종전 4~7급 대상에서 3~8급으로, 휴직기간을 최대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한 결과다. 게다가 당초에는 중소기업에서만 민간근무를 허가했는데 이제는 대기업에서도 일할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뀐 점이 한몫했다.  하지만 이 제도의 활성화는 곧 '민관 유착‘의 우려를 불러오고 있다. 민간근무 휴직자는 대체로 대기업에서 고액연봉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 문미옥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민간근무자 57명 중 27명이 1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은 대기업이 공직자에게 고액 연봉을 주고, 민간에서 일했던 공직자는 향후 근무했던 회사의 ‘편의’를 봐주는 유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 시사저널 박은숙

게다가 각 부처가 민간근무 휴직자 관리를 부실하게 한 사례도 드러나고 있다. 문 의원실의 조사결과 미래창조과학부는 민간근무 휴직자 세 명에 대해 근무를 마치고 복귀하고 나서야 복무 점검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한명은 '롯데홈쇼핑 부실 재허가' 의혹으로 징계절차를 밟았던 인물이기도 했다.   근무했던 기업을 공직 복귀 후 감독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조사에 따르면 2012년 금융위원회의 4급 공무원이 휴직 기간에 증권사에서 일한 뒤 금융사의 부정을 조사하는 자본시장조사단에서 근무하고, 식품의약안전처 연구관이 의료기기 유관 단체에서 근무하다 의료기기 기준‧심사를 개편하는 일을 맡은 것으로 나타났다. 복귀한 공직자가 2년 이내에 휴직 시 근무했던 기업 관련 업무를 맡지 못하는 공직자 윤리법 시행령에 위배되는 사례다.  문미옥 의원은 “민간근무 휴직제가 원래 취지와는 다르게 민간기업이 중앙부처에서 인·허가 결재권을 지닌 고위공무원들을 고액연봉을 지급하며 모시는 제도로 변질되고 있다”면서 “ 이 제도를 하루빨리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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