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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우회적 보조금 등으로 골목상권 침해 논란 지속…국감 앞두고 돌연 상생안 제시해 주목

9월26일 오전 11시 서울 대치동 롯데하이마트(이하 하이마트) 사옥 앞.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이하 유통협회) 소속 회원 100여 명이 몰려와 기습 시위를 벌였다. 롯데그룹 계열사인 하이마트의 편법 영업을 성토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거대 자본을 앞세운 하이마트의 불공정 영업행위로 중소 휴대폰 판매점들이 고사(枯死) 위기에 빠졌다”며 편법 영업 중단과 하이마트의 이동통신시장 철수를 주장했다.
 

 

중소 판매점주들 하이마트 앞 기습 시위

 유통협회에 따르면 2014년 10월 시행된 단통법(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으로 국내 이동통신시장은 대형 판매점과 통신3사 직영점 위주로 재편됐다. 하이마트의 매장수는 322곳에서 440곳으로 37%나 증가했다. 통신3사의 직영점도 1100여 곳에서 1480여 곳으로 35%나 증가했다. 중소 판매점의 사정은 달랐다. 단통법 시행 전 1만2000곳이었던 매장수가 1만1000곳으로 10% 가까이나 감소했다. 사실상 폐업 수준인 매장까지 포함하면 중소 판매점의 감소 비율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때 70~80%를 차지했던 중소 유통점 비중은 현재 30%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것이 유통협회 측의 주장이다. 카드 할인을 통한 편법 프로모션과 우회적인 보조금 지급이 가장 큰 문제로 꼽혔다. 하이마트는 현재 제휴카드로 휴대폰 통신료를 납부할 경우 최대 20만원까지 할인해주고 있다. 구매금액의 5%에 달하는 포인트와 함께 신용카드 청구할인 혜택도 제공해 왔다. 지난해 12월에는 전국 440개 매장과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300억원 규모의 ‘모바일 대전’을 진행하기도 했다. 
롯데하이마트가 최근 중소 판매점에 상생안을 제시해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국정감사와 그룹에 대한 검찰조사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 시사저널 박정훈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삼성전자, LG전자 등 이동통신3사와 제조사도 마찬가지다. KT는 그동안 G마켓의 ‘슈퍼브랜드딜’ 코너에서 스마트폰을 구입하면 신용카드 결제금액의 10%를 즉시 할인해줬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유플러스샵에 가입하면 27%의 할인 혜택을 제공했고, 삼성은 갤럭시클럽 가입자에게 1년 이후 최신폰으로 바꿀 수 있는 혜택을 줬다. 삼성과 LG의 경우 휴대폰을 구입하는 자사 임직원 및 지인들에게 우회적으로 보조금까지 지급했다. 이밖에도 G마켓과 11번가 등 인터넷 쇼핑몰 역시 현재 카드 할인과 함께 단말기 추가 할인 혜택을 주고 있다. 자금력이 없는 중소 유통업체의 경우 사실상 대응력을 상실한 상태다. 대기업의 문어발 확장에 밀려 점점 설자리를 잃고 있다. 기자가 만난 한 휴대폰 대리점 관계자는 “국내 스마트폰 판매량이 크게 감소했지만 이통3사나 재벌 계열 유통업체, 인터넷 쇼핑몰의 모바일 매출액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방통위 역시 이들의 편법 영업에 사실상 눈을 감고 있다”고 토로했다. ‘골목상권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이종천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이사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휴대폰 지원금을 제한하는 단통법이 시행됐지만 대형 유통업체는 여전히 편법적인 보조금 지급을 계속하고 있다”며 “영세 판매점은 이들과 싸움조차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최근 삼성전자 신제품인 갤럭시노트7이 출시될 때도 중소 유통업체는 외면을 받았다. 한때 갤럭시노트7은 예약 가입자만 40만 명에 달할 정도로 시장에서 인기를 얻었다. 이동통신업계 역시 모처럼 큰 장을 만났다. 하지만 신제품은 대형 유통점과 이통3사 직영점에 우선 공급됐다. 영세 판매점의 경우 단말기가 없어 예약 취소를 당해도 속으로 분을 삭여야 했다. 9월26일 유통협회 회원들이 하이마트로 몰려가 기습 시위를 벌인 것도 이 때문이다. 이대로 가면 중소 판매점들이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되면서 ‘무력시위’에 나선 것이다. 
5월23일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에서 열린 ‘통신3사 직영점·대형유통점 골목상권 위협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박선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시장활성화 특별위원회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 뉴스1


국감 앞두고 중소 판매점에 백기 투항

 며칠 후 하이마트는 편법 보조금으로 오해받던 프로모션을 모두 중단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하이마트의 한 관계자는 “이동통신유통협회가 있는지 이번에 처음 알았다. 항의 서한을 전달받은 경우도 처음이어서 시장 상황을 정확히 몰랐다”며 “중소 유통업체에 어려움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적극적으로 상생에 나선 것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김경진 의원실(국민의당) 주도로 상생 TF를 준비 중이다. 논의가 진행 중인 만큼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밝힐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골목상권 침해를 중단하라는 중소 판매점의 시위에 사실상 백기 투항한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도 최근 유통협회와 함께 상생 TF를 구성했다. 이들은 9월29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이하 미방위) 간사인 김경진 의원실에서 1차 TF 회의를 가졌다. 이날 참석자들은 대부분 중소 판매점의 어려움에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말까지 구체적인 상생 계획안을 마련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던 중소 판매점은 우선 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유통협회 관계자는 “아직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기 때문에 조심스럽다”면서도 “협상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결과를 보고 대응할 예정”이라고 짧게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유통협회 등의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던 하이마트가 갑자기 저자세를 취하는 이유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국회 미방위는 9월27일 국정감사에서 김현철 롯데하이마트 상품본부장(전무)을 증인으로 채택할 예정이었다. 결과적으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사퇴 문제로 여야가 진통을 겪으면서 국감은 무기한 연기됐다. 하지만 국회에서는 이참에 단통법 문제와 함께 하이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의 골목상권 침해에 대해 따지려고 단단히 별러왔다. 이 과정에서 하이마트가 상생안을 제시한 것이다. 기자가 만난 한 이동통신 대리점 관계자는 “편법적인 휴대폰 판매를 중지하라는 취지의 기자회견과 성명서를 그동안 여러 차례 발표했다”며 “그런데 이제야 영세 상가들의 사정을 전해 들었다는 하이마트 측의 해명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하이마트는 2013년 ‘갤럭시S4’를 17만원에 판매했다가 논란을 빚었다. 당시 갤럭시S4의 공장 출고가는 89만원대였다. 신제품을 판매하면서 70만원이 넘는 보조금을 지급한 셈이다. 유통협회는 하이마트의 기습 보조금을 성토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즉각 실태 조사에 착수했고, ‘엄중경고’ 조치를 내렸다. 단통법이 시행된 2014년 10월 이후에도 하이마트는 물량공세를 이어갔다. 휴대폰 판촉 행사 때마다 수백억원을 쏟아부었다. 그때마다 중소 상인들은 편법 보조금 중지를 외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회적인 보조금 문제가 국회 등으로 비화되자 쉬쉬하던 하이마트가 결국 무릎을 꿇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용산전자상가 내 휴대폰 판매 매장 밀집지역 © 시사저널 최준필


롯데 수사 중 하이마트 이슈, 악재 될 수도

 롯데그룹 비자금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인 점도 하이마트에는 부담이다. 검찰은 9월20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소환 조사했다. 계열사 간 부당 자산 거래와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1750억원대를 횡령·배임한 혐의였다. 9월26일 검찰은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수사팀은 구속영장 청구를 강력히 요구했다. 검찰 수뇌부는 롯데가 재계서열 5위이고, 유통기업인 점을 감안해야 했다. 신 회장이 구속될 경우 한국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영장 청구 여부를 저울질했다. 고심 끝에 구속영장 카드를 내밀었지만 법원은 9월29일 검찰이 청구한 영장을 기각했다. 수사팀은 현재 영장 재청구 여부를 고민 중이다. 하지만 롯데가 아직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진행 중이라는 점은 여전히 수사팀의 고민거리다. 안 그래도 혼란에 빠진 롯데의 경영이 검찰 수사로 더욱 불안정해졌다. 그룹 2인자인 이인원 정책본부장(부회장) 역시 8월26일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신 회장을 구속시킬 경우 롯데그룹의 경영 주도권이 일본에 넘어갈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지 않을 경우 4개월간 진행된 롯데 비자금 수사는 사실상 종결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하이마트의 골목상권 침해 문제가 사회 이슈화 되면 롯데로서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경제상황까지 고려해 신 회장의 영장 재청구 여부를 고민하고 있는 검찰을 자극할 수 있는 탓이다. 이 때문에 하이마트가 서둘러 상생안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재계에서는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하이마트 측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하이마트는 가전이 주력이다. 이동통신의 시장 점유율은 5%도 안 된다”며 “중소 유통업체의 어려움을 감안해 상생안을 제시했을 뿐 다른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 동안 진행해온 프로모션 역시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진행된 마케팅이며, 기존의 이통사들 역시 비슷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문제는 없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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