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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이 말하는 굿컴퍼니 세 가지 요건
“중요한 건 스펙을 쌓아 대기업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좋은 기업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청년들은 세상에 호기심을 가져야 한다. 호기심을 가지면 꿈이 생기고, 꿈이 생기면 열정이 생기고 결국 도전하게 된다.”
5월25일 서울 한남동 하얏트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시사저널-시사비즈 주최 ‘2016 굿컴퍼니 컨퍼런스(GCC)’의 키노트 스피커로 나선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은 ‘좋은 회사’에 대한 철학을 나눴다. 윤 전 부회장은 한국 청년들에게 “‘흙수저 계급론’에 좌절하지 말고 꿈을 갖고 한 가지에 몰두하며 도전하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좋은 회사는 초일류 기업이어야
“정말 좋은 회사는 초일류 기업이 돼야 한다. 초일류 기업이란 지속적으로 성장 발전해 장수하는 기업으로, 기업의 본질적 가치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통찰력과 선견력을 갖고 있으며,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기업이다.”
윤 전 부회장은 <나는 이렇게 삼성전자의 신뢰를 쌓았다>라는 제목의 연설에서 삼성전자 재직 당시의 경험을 밝히며 ‘기업이라는 조직에서 믿음과 신뢰가 갖는 의미’에 대해 얘기했다. 샐러리맨의 신화, 창조와 혁신의 리더로 손꼽히며 지난해 한 경제매체가 선정한 ‘가장 닮고 싶은 최고경영자(CEO)’로 선정되기도 한 그는 국가지식재산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2009년 12월 세계적 권위의 하버드비즈니스리뷰로부터 ‘세계 최고 실적을 낸 경영인’ 2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윤 전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믿음과 신뢰는 기업에 있어 수익성, 재무 안전성, 성장성과 더불어 기본이 되는 성공인자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가습기살균제 문제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글로벌기업 옥시, 분식회계로 고객의 신뢰를 잃고 결국 기업의 존망까지 위협받았던 일본의 도시바와 미국의 엔론 등의 사례를 들어 “부도덕한 경영 탓에 고객의 믿음과 신뢰를 잃어버리다면 아무리 큰 회사라도 망할 수 있다”며 부도덕한 경영으로 고객의 외면을 받았던 기업들에 대한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장수하며 발전해온 좋은 회사는 경영환경이 변할 때마다 경영혁신, 구조조정, 변화를 반복하며 성장하고 있다. 전문가들 연구에 따르면 기업 내 혁신의 60~70%는 실패한다고 하는데 이는 조직원들로부터 믿음과 신뢰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업 구성원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기업 변화와 혁신이 성공적 기업 운영의 전제조건이란 설명이다.
공정인사, 현장경영, 예측가능한 환경이 중요
윤 전 부회장은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굿 컴퍼니’가 되기 위한 실질적인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첫째 ‘공정한 인사’를 강조했다. 그는 “인사는 공정하고 예측 가능해야 한다”며 “사람의 능력을 공정하게 평가하려면 그 사람의 사고방식과 일하는 방법과 이뤄낸 성과를 끊임없이 관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전 부회장은 삼성전자 현직 시절 인사카드를 보지 않기로 유명했다. 인사카드는 한 사람의 스펙만 담겨 있을 뿐 그의 잠재적 능력을 파악하는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둘째 ‘현장 경영’이다. 그는 “사무실과 책상에는 인의 장막에 의한 사실 왜곡이 있을 뿐”이라며 “문제와 해답은 현장의 현물과 현상에 있다”며 거듭 ‘현장 경영의 정신’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언급한 건 ‘예측가능성’의 중요성이었다. “예측 불가능한 환경은 불안감과 사회 분열을 조장할 뿐”이라며 “개인이나 조직, 사회는 예측이 가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예측 가능성 역시 조직 내 구성원들 간 믿음과 신뢰가 바탕이 돼야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윤 전 부회장은 “이젠 굿컴퍼니를 넘어 굿소사이어티, 굿거버먼트, 굿네이션의 트러스트를 생각할 때”라며 ‘굿컴퍼니’ 정신의 확장을 요청했다. 한국 사회와 사회지배구조의 믿음과 신뢰는 새로운 굿컴퍼니를 배양하는 데 가장 영양분 있는 토양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는 “우리 모두 건전한 사회 지배구조의 구축을 위해 환골탈태해야”한다며 시대적 변화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