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독도 지우기 강변’·강득구의 ‘국군의 날에 조선총독부 물타기’ 등은 없는 허깨비와 싸우기
한국, 1인당 국민소득 일본 넘어서…이미 극일·탈일 했는데 식민시대 선동 용어로 뭘 얻겠다는 건가
해마다 광복절 전후 ‘친일’ 논란으로 진영 대립이 있었지만 올해는 갈등의 정도가 무척 셌다. 8월 더불어민주당이 브리핑과 논평으로 ‘친일’을 언급한 횟수는 무려 33건이다. 광복절 경축식은 정부와 광복회 두 쪽으로 갈라져 따로 치러졌다. 반쪽이 된 경축식은 광복 후 79년 만에 처음이다. 그만큼 정치 양극화에 따른 파벌들의 파당주의가 심해졌다는 뜻이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친일사관에 물든 저열한 역사 인식이 판치고, 독립운동을 폄훼하며 건국절을 들먹이는 이들이 보수를 참칭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정신적 내선일체 윤 정권의 역사 쿠데타’ ‘광복절을 친일 부활절로 만든 최악의 매국정권’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있지도 않은 정부의 건국절 추진 계획을 철회하라는 억지 주장에 엄정히 대응하겠다”며 “모든 국민이 광복의 기쁨을 나눠야 할 광복절에 친일 프레임을 덧씌우고 이를 틈타 국민 분열을 꾀하는 정치권 행태는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결국 야권이 ‘친일 프레임’으로 과도한 정권 공격에 나서게 되면서 이번 광복절은 반쪽이 났다. 이념, 정파 구분 없이 통합과 경축의 장이었던 광복절이 난데없는 ‘친일몰이’ 정쟁으로 얼룩지며 국론 분열로 이어지는 기막힌 상황이 돼버렸다.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이종찬 회장은 ‘건국절 추진’을 문제 삼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거듭 추진 의사가 없다고 반박했다. 광복회는 ‘이승만을 건국 대통령이라고 하면 친일파’라고 했다. 하지만 1919년 상하이 임시정부와 대한민국 정부의 초대 대통령을 지내고 ‘뼛속까지 반일’이었던 이승만을 어떻게 친일파로 매도할 수 있겠는가.
선 넘은 민주당의 친일몰이 공세
대한민국은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이 일본을 넘어서는 선진국의 저력을 보여줬다. 제조업, 영화, 엔터테인먼트 등 많은 분야에서 일본을 따라잡거나 추월한 극일(克日)과 탈일(脫日)의 나라가 됐다. 일본 측에 붙어 나라를 팔아먹고 국익을 훼손하는 20세기 매국 친일파가 21세기 민주공화국 대한민국 어디에 존재한단 말인가. 식민시대의 언어를 사용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허깨비 공격’으로 정치적 반사이득을 취하려는 것은 전형적인 파당주의다.
광복절이 지나도 계속되는 야권의 ‘친일몰이’는 가관이다. 대통령을 겨냥한 ‘친일몰이’는 금도를 넘었다. 최근 서울의 일부 지하철역과 전쟁기념관의 오래된 독도 조형물이 철거된 것과 관련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독도 지우기 연장선’이라며 친일 공세에 나섰다. 박찬대 원내대표도 “독도가 사라지고 있는 상황을 우연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석연치 않다”며 “정부는 반국가 세력으로 오인될 만한 행동을 중단하라”고 했다. 같은 당 강득구 의원은 정부가 국군의 날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자 SNS에 ‘10월1일 조선총독부 설립일과 겹치는 것은 우연?’이라는 글로 친일 공세에 나섰다.
이런 공격은 괴담 수준의 저열한 친일몰이 공세다. 서울교통공사는 “승객의 동선에 방해가 돼 조형물을 철거했다”고 설명하며 벽걸이TV를 설치해 독도의 사계절 영상을 틀 방침이라고 했다. 전쟁기념관의 조형물도 노후화돼 보완 후 재설치한다는 계획이었다. 야당에서 사실 확인만 하면 공격 없이 금방 해결될 일이었다.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은 “독도는 역사적으로, 지리적으로, 국제법상으로 우리 영토인데 왜 야당은 자꾸 독도 지우기라는 괴담을 퍼뜨리는 것이냐”며 “친일 프레임 공세를 이어가기 위해 오직 정부 공격용으로 독도까지 끌어들이는 모습을 보면 공당이 맞는지, 국익에 대한 고민이 있는 것인지 의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친일몰이 공세를 멈추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1년 전 후쿠시마 오염수 괴담을 유포해 국민 불안을 증폭시키고 1조6000억원의 국가적 손실을 초래한 것에 대한 집권여당의 비판을 무마하고 자신의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국군의 날이 조선총독부 설립일과 겹쳐서 친일정권’이라고 공격하는 강득구 의원의 친일몰이는 수준 이하다.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하다 하다 국군의 날 임시공휴일 지정까지 친일 프레임이냐”며 “군 장병들의 사기 진작을 위한, 애국심 고취를 위한 결정마저도 친일 딱지 붙여가며 궤변만 늘어놓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총독부 설립일과 겹치는 국군의 탄생과 그날 생일을 맞은 수많은 국민은 10월1일 생일잔치를 할 수 없다는 말인가? 10월1일은 6·25 전쟁 당시 38선을 최초로 돌파한 것을 기념하기 위한 국군의 날이다. 조선총독부 설립일에 일제든 북한이든 더 이상의 침탈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국군의 날을 정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이날을 부정하는 친일 공세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헌법을 수호하는 대한민국 국군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다.
배타적 민족주의 대신 개방적 공화주의로 가야
둘째, 친일 공세 외에 국민에게 과거사(일제 침공, 북한·중공군 침공)의 재발을 막을 ‘글로벌 제국’ 건설을 위한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는 데 무능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민주공화국 정신인 공화주의 노선보다 시대착오적인 민족주의 노선을 고집해 정권을 획득하려는 것은 ‘공공선 없는 탐욕’이다. 이런 탐욕 노선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으로 21세기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지킬 수도 없으며, ‘글로벌 제국’으로는 더욱 발전시킬 수도 없는 노선이다.
보통 공화주의 노선은 사익 추구보다 공공선을 우선하는 노선이다. 이 노선은 로마 공화국이 주변국 시민에게도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권을 보장하고 정치적 통합을 추구하면서 ‘글로벌 제국’으로 걸어가게 했던 노선이다. 이에 반해 민족주의는 ‘자신은 반일애국, 상대는 친일매국’처럼 외부에 가상적인 적과 동지를 설정하는 ‘배타적인 상상의 공동체’를 만들어 공동체 내부가 폐쇄적이고 동질적인 집단이나 지지층으로 결집하도록 하는 노선이다.
세계화, 정보화, 탈냉전화 등으로 표현되는 21세기 전환기적 시대 상황에서 글로벌 협력과 경쟁노선 대신에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민족공동체를 주장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그렇다면 대안과 관련해 민주당과 정치권은 무엇을 할 것인가? 로마 공화국이 어떻게 글로벌 제국의 길을 갔는지를 교훈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로마는 자신의 시민권을 주변국 시민에게 확대하는 개방적인 공화주의 정책으로 글로벌 제국으로 성장했다. 그렇다면 우리도 천황제 국가 일본과 수령제 국가 북한에 대해 주변국 시민들이 대한민국을 민주공화국의 모국으로 지지하고 동의하도록 시민권을 개방하는 정책 사용이 필요하다. ‘친일몰이’를 앞세우는 배타적인 반일민족주의보다는 시민권을 확대하는 공화주의 노선을 기초로 ‘글로벌 제국’ 건설을 위한 비전과 정책(부국강병, 소프트파워 촉진)에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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