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전 실장 “文정부 대역죄 지었더라도 이 정도면 됐다”
참고인 신분 檢 출석…3시간20분 만에 조사 종료
검찰, 이상직 중진공 이사장-文 전 사위 채용 관련 연관성 입증 집중
이상직 전 의원의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임명 개입 의혹을 받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검찰에 출석했다. 조사 내내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임 전 실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검찰을 향해 '정치 보복을 중단하라'고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전주지검 형사3부(한연규 부장검사)는 20일 오후 1시30분께 임 전 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임 전 실장을 상대로 2017년 말 청와대 비공식 회의에서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 전 의원을 중진공 이사장으로 내정했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논의했는지 등을 캐물었다. 문재인 정부 핵심 인사인 임 전 실장은 2017년 5월부터 2019년 1월까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다.
검찰은 중진공 이사장 공모 전에 청와대가 이 전 의원을 차관급 인사로 낙점했는지와 이 같은 결정에 대가성이 있는 지를 규명하기 위한 질문을 집중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검찰은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로부터 "2017년 말 중진공 이사장 공모가 나기 전 청와대 비공식 회의에서 이상직 전 의원이 내정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검찰에 출석한 임 전 실장은 인적 사항 외 모든 질문에 진술거부권을 행사했고, 조사는 3시간20여분 만에 끝났다.
조사를 마친 임 전 실장은 언론에 "이번 정부 임기 3년이 지나도록 이 사건에 대해 수사하는 건 정치보복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며 "이제는 더 부를 사람도 없지 않느냐"고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실려 있지 않고서야 이렇게 문재인 정부에서 일했던 모든 인사들을 압수수색하고, 소환하고, 기소할 수는 없다고 본다"며 "이건 도를 넘어도 많이 넘었다"고 직격했다.
임 전 실장은 검찰이 의심하는 '청와대 비공개회의'가 실재했는지에 대해선 "검찰이 인사 추천위원회에 앞선 간담회에서 이 전 의원을 내정한 게 아니냐고 의심하는 것 같다"며 "대통령의 임명직 인사에 대해 어떤 사람이 적절할지 인사수석실 주도로 점검하는 게 무슨 문제가 된다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중진공 이사장 자리가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 중 굉장한 자리도 아니어서 구체적 기억은 없다"면서 "다른 임명직 자리와 비교해 특별히 다른 절차를 밟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임 전 실장은 이날 조사를 받기 위해 전주지검 청사로 들어가면서도 "전임 정부에 대한 수사를 앞으로도 계속할 것인지 묻고 싶다"며 "이 수사는 누가 봐도 지나치고, 누가 봐도 정치적이고, 누가 봐도 대통령의 의중이 실려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쏘아붙였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께 정중히 요청한다"며 "일부 정치 검사들의 빗나간 충성 경쟁이 어디로 치닫는지 직접 살펴봤으면 한다. 정치보복 수사를 여기서 더 하게 된다면 모두가 불행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이미 충분히 많은 사람이 고통받았고 지금도 (고통을) 받고 있다"면서 "문재인 정부가 대역죄를 지었다고 하더라도 이 정도면 됐다 싶다"고 개탄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2020년 9월∼2021년 12월 4차례에 걸쳐 이 전 의원의 중진공 이사장 임명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전 사위인 서아무개씨의 타이이스타젯 임원 채용을 '대가성 거래'로 규정하고 고발장을 냈다.
국민의힘은 이 전 의원이 청와대 비공식 회의 이듬해인 2018년 중진공 이사장 자리에 올랐고, 같은 해 그가 설립한 태국계 저비용 항공사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가 전무이사로 취업한 것은 석연치 않다고 본다. 이 전 의원이 중진공 이사장 임명을 대가로 사실상 문 전 대통령에 뇌물을 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당시 서씨는 게임 회사에서 근무한 이력은 있었지만 항공업계 경험은 전무했다. 특히 설립 초기 실적 악화에 시달리던 항공사가 경력이 없는 임원을 채용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논란이 됐다.
고발장 접수 후 4년 만에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검찰은 비공개 회의에 참석했던 홍종학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조현옥 전 인사수석비서관 등 10여 명을 올해 초부터 차례로 불러 조사했다. 조 전 수석은 참고인 조사 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돼 입건됐다.
검찰은 대대적인 압수수색도 진행했다. 이 전 의원 자택과 경남 양산시에 소재한 서씨의 자택은 물론 대통령기록관과 중기부, 중진공, 인사혁신처 등을 압수수색했다.
최근에는 문 전 대통령 부부 계좌를 압수수색, 딸 다혜씨 가족의 생활비를 지원한 기간과 금액, 지원 중단 시기 등을 분석 중이다. 문 전 대통령 부부가 결혼 후 일정한 수입이 없던 딸 가족에게 생활비 등을 지원하다가 서씨의 타이이스타젯 취업 이후 이를 중단한 점 등을 살피고 있다.
야권을 중심으로 전 정권에 대한 보복수사 논란이 커지자 전주지검은 입장문을 내고 "이스타항공 운영을 둘러싼 여러 고발장이 접수된 이후 수사상 필요성과 공소시효 임박 여부 등을 고려해 순차적으로 수사 및 공소유지를 하고 있다"며 "'문 대통령을 잡아넣어야겠다' 등의 소문 및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