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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부동산 대책에도 집값 상승폭 확대, 가계대출 급증
대출금리 올려 ‘수요 억제’ 나섰지만 “진정 효과 역부족”

서울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하던 부동산 상승세가 점차 외곽 지역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노‧도‧강‧금‧관‧구’로 불리는 서울 내 상대적 외곽 지역들에도 매매 수요가 빠르게 몰리면서다. 정부는 서둘러 8.8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오히려 대책 발표 직후 집값 상승폭이 더 가팔라지는 등 분위기를 진정시키지 못하는 모습이다.

정부는 뒤늦게 수요 억제 카드도 꺼내들었다. 대출 금리를 높여 진입장벽을 세운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이미 부동산 상승 기대감을 타고 가계대출 규모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실정이라, 일각에선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자조가 나온다.

남산에서 바라본 강북지역 모습 ⓒ 연합뉴스
남산에서 바라본 강북지역 모습 ⓒ 연합뉴스

“文정부 때보다 더하네”…공급 대책에도 부동산 급등세

2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8 대책 발표 이후 시행된(12일 발표)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조사에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32% 올랐다. 21주 연속 상승이다. 이 같은 상승폭은 올해 주간 기준 최대 상승폭이자, 2018년 9월 둘째 주(0.45%) 이후 5년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오름세다. ‘부동산 폭등기’로 불렸던 문재인 정부 당시 때보다 집값이 더 가파르게 올랐다는 의미다.

특히 서울 내 상대적 외곽 지역으로 회복세가 더뎠던 ‘노도강금관구(노원‧도봉‧강북‧금천‧관악‧구로구)’의 집값 상승폭도 크게 확대됐다. 구로구는 이번 조사에서 0.27% 상승률을 기록해, 전주 대비 0.12%포인트 늘었다. 전주 대비 상승폭 기준으로 동작구(0.16%포인트), 강동구(0.15%포인트)에 이어 3번째다. 이밖에 강북(0.08%p), 도봉(0.08%p), 금천(0.04%p), 관악(0.04%p), 노원(0.02%p) 등도 전주 대비 상승폭이 확대됐다.

동시에 가계대출도 급증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14일 기준 719조9725억원이다. 지난달 말(715조7383억원)과 비교하면 2주 만에 4조2342억원 불어났다. 8‧8 대책 발표 이후에도 가계대출이 급증했다는 의미다. 2분기 전체 가계 빚은 1896조2000억원으로, 분기 말 잔액 기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향후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이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소비자동향조사 자료에 따르면, 8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18로 전월보다 3포인트 상승했다. 2021년 10월(125) 이후 2년10개월 만의 최고치다. 이 지수가 100을 넘으면 1년 뒤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보는 소비자 비중이 더 크다는 뜻이다.

서울 시내 한 은행에 대출 금리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은행에 대출 금리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연합뉴스

뒤늦게 대출금리 높이지만…“골든타임 놓쳤다”

이에 정부는 공급 확대를 골자로 하는 8‧8 대책에 이어, 수요 억제를 위해 대출 금리를 손보기로 했다. 먼저 정책금리를 상향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6일 연 소득 8500만원 이하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지원하는 디딤돌 대출의 금리를 기존 2.7~3.55%에서 2.9~3.95%로, 최대 0.4%포인트 인상했다.

시중은행에도 대출 규모 관리를 요구했다. 이에 주요 시중은행은 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를 한 달 반 사이 1%포인트 가까이 올렸다.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가 전망되지만, 반대로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높여 진입 장벽을 높이기로 한 것이다.

당국은 대출 규제의 일종인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의 고삐도 더 쥐기로 했다. 서울과 수도권에 적용되는 주택담보대출에 한해 2단계 스트레스 DSR 가산 금리를 0.75%포인트에서 1.2%포인트로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스트레스 DSR 규제는 나중에 금리가 더 오를 것으로 가정하고 미리 대출 한도를 줄이는 규제를 말한다.

그러나 일각에선 대출 규제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정부가 수요 억제의 적절한 타이밍을 놓쳤다는 비판이다. 당초 2단계 스트레스 DSR은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다만 당국은 규제 시행을 단 일주일 앞두고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시장의 연착륙이 우선”이라며 전격 연기를 결정한 바 있다. 강화된 대출 규제 정책이 서민의 지갑 사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한 이후 해당 조치를 시행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이와 관련해 서진형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대출 규제가 효과를 띄려면 결국엔 기대심리가 중요한데,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대출금리가 아무리 높아져도 사려고 하지 않겠나”라면서 “정부가 타이밍 맞지 않는 대책으로 시장에 혼선을 줬다. 기대심리를 줄이려면 기존 주택 공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다주택자 규제 완화 등도 병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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