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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비자금 혐의’로 회계자료 털어…2011년부터 수난사 지속

최근 신풍제약에 국세청 조사관들이 들이닥쳤다. 세무조사를 위한 자료 확보 차원이었다. 그동안 ‘불법 리베이트’ ‘미공개 정보 이용’ ‘비자금 조성’ 등 계속된 논란을 겪어온 신풍제약으로서는 부담이 한층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오너 2세인 장원준 전 신풍제약 사장이 비자금 조성 혐의로 재판을 받는 중이어서 더욱 그렇다.

국세청은 최근 경기도 안산의 신풍제약 본사에 조사관 수십 명을 파견해 세무조사에 필요한 세무 및 회계 관련 자료를 일괄 예치했다. 이번 조사에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투입됐다. ‘재계 저승사자’로 불리는 조사4국은 비자금 조성이나 횡령 등 혐의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를 전담하는 부서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최근 신풍제약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시사저널 최준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최근 신풍제약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시사저널 최준필

사채업자에게 어음 현금화하는 방식 동원

당초 제약 업계에서는 신풍제약에 대한 세무조사를 불법 리베이트와 연관 짓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 최근 정부가 제약·의료계 불법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세무조사는 불법 리베이트와는 무관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무 당국 안팎에서는 이번 세무조사가 2021년 장 전 사장의 비자금 조성 혐의 관련 검경 수사의 연장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현재 부친이자 창업자인 고(故) 장용택 신풍제약 회장, 노아무개 전 신풍제약 전무와 2011년부터 2017년까지 비자금 91억원을 조성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검찰에 따르면, 장 전 사장은 의약품 원재료 납품업체와 가공거래 후 어음으로 돌려받은 차액을 사채업자를 통해 현금화하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 장 전 사장은 이렇게 조성한 비자금을 차명계좌를 통해 신풍제약 주식을 매입하는 등의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재판에서 장 전 사장은 공소사실 대부분을 인정하면서도 부친이 생존했던 2016년 이전에는 비자금 조성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고 관여한 바도 없다고 주장했다. 고인이 된 부친의 과오일 뿐, 자신은 무관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지난 1월 장 전 사장에게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장 전 사장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제약 업계에서는 이번 세무조사가 놀랍지 않다는 반응이다. 신풍제약이 그동안 계속 사정기관의 수사와 조사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그 시작은 장 전 사장이 대표이사에 취임한 직후인 2011년이다. 당시 증권선물위원회 조사 결과 신풍제약의 불법 리베이트와 분식회계 사실이 드러났다.

증선위는 신풍제약에 과징금에 더해 대표이사 해임 권고와 검찰 통보 등의 제재를 내렸다. 이 일로 장 전 사장은 신풍제약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공정위도 불법 리베이트 혐의와 관련해 신풍제약에 과징금 4억9200만원을 부과했다.

이후 신풍제약의 ‘잔혹사’가 본격화됐다. 특히 신풍제약은 국세청과 악연이 많았다. 거듭된 적발에도 불법 리베이트를 지속해 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신풍제약은 2013년에는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비자금 150억원을 불법 리베이트에 동원한 사실이 적발돼 240억원의 법인세를 부과받았다. 2016년에는 국세청 특별 세무조사 과정에서 불법 리베이트 혐의가 밝혀져 200억원을 추징당하기도 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주가가 급등했던 2021년에는 특히 악재가 겹쳤다. 그해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불법 리베이트가 적발돼 80억원의 추징금이 부과됐고, 그 직후 장 전 사장의 비자금 조성 혐의에 대한 수사도 이뤄졌다. 또 같은 해 말에는 식약처로부터 불법 리베이트 사실이 적발돼 일부 품목에 대한 판매업무 정지 3개월 처분을 받기도 했다.

고(故) 장용택 신풍제약 회장의 장남인 장원준 전 신풍제약 사장 ⓒ연합뉴스
고(故) 장용택 신풍제약 회장의 장남인 장원준 전 신풍제약 사장 ⓒ연합뉴스

실적에도 암운…3년째 적자 행진

이후에도 신풍제약의 수난은 계속됐다. 지난해 9월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으로부터 강제조사를 받은 것이다. 신풍제약 주가 급등락 과정에서 임직원들이 임상시험 결과 등 미공개 정보를 주식 거래에 활용해 부당한 이익을 챙겼다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2019년 말 7000원대 이하이던 신풍제약 주가는 2020년 들어 급등하면서 그해 9월에는 장 중 21만4000원까지 올랐다. 신풍제약의 ‘피라맥스’를 약물재창출 방식을 통해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한다고 발표하면서다.

이 시기에 신풍제약 오너 일가는 보유 중이던 주식을 매각해 막대한 차익을 얻었다. 장 전 사장이 최대주주(72.91%)인 송암사는 당시 보유 중이던 신풍제약 주식 200만 주를 매각해 168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장 전 사장의 친인척인 민아무개씨도 보유 중이던 신풍제약 주식 전량(92만3902주)을 장내 매도했다.

이처럼 악재가 끊이지 않으면서 신풍제약 실적에는 현재 암운이 드리운 상태다. 실제 신풍제약은 3년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2020년 7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신풍제약은 이듬해인 2021년 143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이후에도 신풍제약의 적자 규모는 2022년 340억원, 지난해 473억원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을 의식한 듯 신풍제약은 지난해부터 감사실 및 컴플라이언스 조직을 신설하는 등 윤리경영에 나섰다. 그러나 최근 국세청 특별 세무조사가 이뤄짐에 따라 신풍제약의 자구 노력이 무색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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