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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명 리그’의 역설…‘정봉주 나비효과’에 산토끼는 더 멀리
李, ‘종부세·금투세’로 대권가도 우클릭 행보…“배신” 집토끼들 반발

이제 이재명의 시간이다. 총선을 압승으로 이끈 데 이어 제1야당 역대 최고 득표율로 당대표 연임에 성공했다. 그를 받칠 지도부는 전원 친명(親이재명)계로 채워졌다. 이재명 대표의 앞길을 막아설 당내 브레이크는 모두 사라졌다. 민주당이 곧 이재명이며, 이재명이 곧 민주당인 ‘이재명 일극체제’가 완성된 셈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당대표 이재명’의 영향력은 확대됐지만 ‘대선주자 이재명’의 경쟁력엔 여전히 물음표가 붙는다. 대선은 압도적 당심만으로 치를 수 없다. 중도층 민심과의 거리를 좁혀야 하는데, 이번 전당대회는 역대 최저 수준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그래서 강성 지지층을 제외한 민주당 지지층과 중도층 민심이 여전히 오리무중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 지점에서 지독한 딜레마가 발생한다. ‘이재명의 민주당’은 왼쪽에 깊고 단단하게 뿌리를 내린 체제다. 이제 51:49라는 대권의 절대 반지를 향해 중도 공략에 나설 차례다. 이 대표는 실제 우클릭 행보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 이 대표의 지지 기반은 왼쪽에만 있다. 굳건한 지지층 입장에서 ‘우향우’는 변절이고 배신이다. 집토끼가 반발하는 것이다. 반대의 역설도 있다. 이 대표는 명심을 앞세워 전당대회에서 ‘이재명의 민주당’을 완성했다. 그 과정에서 집토끼는 열광했고 실제 단일대오, 일극체제를 만들었다. 경쟁자도, 레드팀도 사라졌다. 문제는 그렇게 거대한 여집합이 생겼다는 점이다. ‘이재명의 민주당’에 동의하지 않는 산토끼 집단은 이전보다 더 멀리 이탈했다. 마치 ‘제로섬 게임’ 같은 딜레마다.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 구호에 반전은 없었다. 8월18일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8·18 전당대회 대표 경선에서 이 대표는 최종 85.40% 득표율로 당선됐다. 이 대표는 2022년 당대표 선거에서 자신이 기록한 77.77%라는 역대 최고 득표율을 자체 경신했다. 민주당계 정당의 대표 연임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총재 시절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8월1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차 정기전국당원대회에서 대표에 선출된 후 당기를 흔들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8월1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차 정기전국당원대회에서 대표에 선출된 후 당기를 흔들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개딸’에 찍힌 정봉주…‘레드팀’ 사라진 이재명 2기

이 대표의 대항마로 나선 후보들은 돌풍을 일으키는 데 실패했다. 비명(非이재명)계 구심점으로 나선 김두관 후보는 12.12%, 청년계 대표 김지수 후보는 2.48%를 기록했다. 지난 전당대회 당시 이 대표의 경쟁자였던 박용진 후보의 득표율(22.23%)을 고려하면 당내 ‘이재명 지지세’가 더 강해진 셈이다.

연임에 성공한 이 대표는 이제 당의 확실한 주류로 올라섰다. 이 대표가 대선 패배 후 당권을 잡았을 때만 해도 당의 주류는 친문(親문재인)계라는 인식이 강했다. 실제 친문계를 따르는 당심이 적지 않았다. 그 결과 이 대표가 당권을 쥐었던 ‘이재명 1기 지도부’에 친문계 고민정 의원이 승선했고, 그는 지도부의 유일한 ‘레드팀’으로 활동했다. 고 의원은 지도부 마지막 회의에서 “다양함이 살아있는 단합의 길로 가야 한다”며 당의 ‘친명 일색’을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재명 2기 지도부’는 상황이 달라졌다. 대표적인 결과가 ‘정봉주의 낙선’이다. 경선 초반 1~2위를 달렸던 정봉주 후보는 최종 6위로 탈락했다. “당 내부의 암 덩어리인 ‘명팔이’를 잘라내야 한다”며 일부 친명계 후보와 각을 세운 후폭풍이 컸다. 실제 전당대회 당시 만난 개딸(개혁의 딸·이 대표 강성 지지층)들은 정 후보를 “훼방꾼” “배신자”로 멸칭하며 강한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렇게 이 대표를 ‘불편하게 만든 죄’로 정 후보는 밀려났고, 이로써 민주당 지도부는 전원 친명계로 재편됐다.

한층 강해진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의 영향력을 바라보는 시선은 갈린다. 우선 이 대표의 ‘능력’을 믿는 핵심 지지층과 친명계에선 이를 확실한 기회로 인식하고 있다. 당의 단일대오가 완성되면서, 이 대표가 비로소 ‘개인기’가 아닌 ‘세’를 업고 자신이 펼치고 싶었던 정책을 자유롭게 제시할 수 있게 됐다는 판단이다. 이른바 ‘이재명은 합니다’로 대표되는 특유의 추진력이 살아나길 기대하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 출신의 여선웅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은 “이재명 1기 지도부와 달리 2기 지도부는 사실상의 대선 캠프다. 이번 연임으로 이 대표가 본격적으로 ‘이재명의 색’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성남시장과 경기지사 시절 이 대표는 유능했다. 당시 ‘이재명표 킬러 정책’이 ‘대한민국 버전’으로 확대될 수 있다”며 “종합부동산세(종부세)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완화와 같이 기존 민주당과는 다른 실용적 정책이 좀 더 활발하게 시도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동료 이견도 못 품는데 중도층은 어떻게 품나”

반면 이 대표의 강해진 리더십이 오히려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우선 ‘왼쪽 지지층’만 잡으면 성공하는 전당대회와 달리 대권은 ‘중도로의 확장’이 필요하다. 그런데 지난 총선 공천에 이어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비명횡사, 친명횡재’ 논란이 재연되면서, 폐쇄적 리더십에 반감을 갖고 있는 중도층 유권자 사이에 ‘안티 민주당’ 정서가 짙어졌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총선 당시 민주당을 탈당한 한 야권 인사는 “지금의 민주당에는 박용진도, 이탄희도, 심지어 친명으로 불렸던 정봉주마저 설 자리가 없다”며 “이것이 뜻하는 바가 무엇이겠나. 동료들의 이견도 품지 못하는데 중도 유권자는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여당이 ‘친윤 일색’으로 총선에서 심판받은 것을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상호 전 민주당 의원은 8월2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재명 일극체제’에 대해 “이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고 장악력이 커졌다는 뜻”이라면서도 “지금부터 민주당은 대선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당이 특정 세력의 전유물처럼 보이는 걸 보완하기 위해 ‘친명·찐명’이 아닌 사람들을 등용해야 한다고 본다”고 조언했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산토끼’를 잡으려 ‘우클릭 정책’을 시도하는 게 딜레마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애써 잡은 ‘집토끼’의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 대표가 종부세·상속세·금투세 완화안을 추진하자 당내에선 진성준 정책위의장이 제동을 걸기도 했다. 당장 민주당과 전남 곡성군수·영광군수 재보궐선거에서 경쟁할 조국혁신당도 이 지점을 파고들며 ‘차별화’를 시도하는 모습이다.

서왕진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은 시사저널과 만나 민주당의 금투세·종부세 완화 움직임 등에 대해 “민주당의 철학과도 맞닿아 있는 정책인데 이미 낮춰놓고 뭘 또 낮추자는 것인가”라고 반문한 뒤 “(이 대표가) 흔들린다면 이 부분에 있어선 비판을 주저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 대표가 지지층을 넓히기 위해 종부세·금투세 완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여야 협상도 진행해야 하기에 실제 입법으로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무엇보다 민주당 정체성과 충돌하는 측면이 있어 당내 반발이 상당할 것”이라며 “이 대표가 중도층으로부터 ‘정책 성과’를 인정받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재명의 우클릭, 민주당 정체성과 충돌”

예고된 숙제에도 이 대표는 대권 경쟁에서 분명 유리한 고지를 점한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힌 채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고, 한동훈 대표도 반전의 계기를 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8월12~16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009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2%포인트)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평가는 전주 대비 2.9%포인트 낮아진 30.7%로 집계됐다. 이는 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장 자진 사퇴와 해병대원 특검법 거부권 정국에 놓였던 7월2일(28.5%) 이후 최저치다.

이전에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흔들리더라도 국민의힘이 중심을 잡았는데, 최근에는 이런 추세도 흔들리고 있다. 8월14일과 16일 양일간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5명을 대상으로 이뤄진 정당 지지도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에서는 국민의힘이 31.0%, 민주당이 42.2%를 기록했다. 일주일 전 조사와 비교해 국민의힘은 6.8%포인트 하락했고, 민주당은 5.4%포인트 상승했다. 리얼미터 조사 기준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오차범위 밖으로 앞선 것은 지난 5월 2주 차(국민의힘 32.9%, 민주당 40.6%)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정부·여당의 지지부진에 제1야당이 반사효과를 누리고 있지만, 이 대표가 ‘거야(巨野)의 함정’을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여당의 실점에 기대는 것과 별개로 이 대표 개인의 득점이 필요하단 얘기다. ‘당심’이 중요한 전당대회, ‘정권 중간 심판’ 성격이 강한 총선과 달리 대선에선 당과 후보에 대한 ‘종합 평가’가 이뤄지는 경향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실제 민주당은 2004년 총선 과반 승리 이후 대선과 총선에서 내리 패배한 전례가 있다. 21대 총선에서 180석을 차지하고도 부동산 정책 실패 등의 여파로 정권을 내주기도 했다.

결국 이 대표가 거대 야당 수장으로서 수권능력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대여 투쟁과 협치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가 최근 ‘반윤’(反윤석열) 구호보다는 ‘먹사니즘’(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는 이념)을 얘기하며 민생을 강조하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이 대표는 영수회담과 여야 대표회담도 제안했다. 두 회담의 성사 여부, 가시적인 합의 도출 여부에 따라 ‘이재명의 대권 시계’는 더 빨라질 수도, 느려질 수도 있다.

사그라지지 않은 ‘사법 리스크’ 불씨도 난제다. 이 대표는 일부 사건 재판에서 선고가 임박한 상황이다. 이 대표는 모두 4건의 재판을 받는 피고인 신분이다.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만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대장동·위례 개발비리 및 성남 FC 불법 후원금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여기에 지난 6월 기소된 △쌍방울 대북 송금 재판까지 더해졌다. 

기사에서 인용한 리얼미터 대통령 국정 수행 평가 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2.8%였다. 정당 지지도 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2.7%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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