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교토국제고 야구부 감독 고마키 노리쓰구 인터뷰
“엉뚱하게 야구 얘기가 아닌 교가 문제로 선수들의 영광이 도외시되고 있다”
교토국제고의 고마키 노리쓰구(小牧憲継·41) 감독을 어렵사리 인터뷰했다. ‘한국어 ‘교가’ 논쟁이 일본 사회를 뜨겁게 달구자 학교 측에서 신변 보호 등을 이유로 기자들과의 접촉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필자는 8월26일 우여곡절 끝에 운동장 훈련 중간에 잠시 컨테이너 휴게실로 들어가는 고마치 감독을 따라가 ‘한국 기자다. 잠깐만 시간을 내달라’며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표정을 풀며 반갑게 질문에 응했다. 그 얼굴에서 승자의 거만한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겸손과 배려가 몸에 밴 듯했다.
고시엔 대회 우승을 예감했나. 주변의 반응은.
“그저 한 시합, 한 시합 이기는 것에만 집중했다. 솔직히 ‘설마 우승을 어떻게!’라는 생각이 먼저였다. 어린 선수들이 열심히 뛰어준 덕분에 전국구 ‘닛폰 이치’(일본 제일)가 될 수 있었다. 작은 학교의 우승에 용기를 얻었다는 사람이 많았다.”
감독님은 일본인이신데 특별히 한국계 학교에 몸담은 계기는.
“이 학교 야구 감독을 17년째 맡아왔다. 한국계 학교를 특별히 의식하지 않았다. 야구부를 맡았을 때 선수들은 기본기조차 확립되지 않았다. 타 고교와 처음 벌인 시합에서 34대0으로 비참하게 깨졌다.”
또 어떤 애로가 있었나.
“보시다시피 우리 학교 운동장 거리가 70m밖에 안 돼 야구를 하기에 부적합하다. 비가 오면 땅이 질퍽거려 걸어 다니기조차 힘들다. 그만두고 싶을 때도 많았다. 하지만 선수들의 열정 덕에 여기까지 왔다.”
하루 연습시간은.
“토·일요일에는 아침부터 밤까지, 평일엔 수업이 있어 화·목요일엔 오후 1시30분부터, 수·목요일에는 3시30분부터 저녁 8∼9시까지 연습한다. 월요일만 휴일이다.”
선수들을 지도할 때 중점을 두는 게 있다면.
“체력, 기술력, 정신력은 기본이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긴장감 완화와 밸런스 감각이다. 선수는 항상 고시엔과 같이 대중이 많은 장소에서 플레이를 한다. 이때 긴장하면 아무리 재능이 뛰어난 선수라 해도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래서 선수들을 지도할 때 긴장감 완화와 흔들리지 않는 정신력을 강조한다.”
타 학교 야구부와 교토국제고 선수들의 차이점이있다면.
“일단 정신력이 남다르다. 학교의 뿌리가 한국계이기 때문에 주변의 시선이라든가 인식, 이미지를 각오하고 용기를 내 선택해 들어온 아이들이다. 그래서인지 근성이랄까, 우리 선수들의 정신력이 매우 강하다.”
한일 양국에서 교가의 한글 가사 내용으로 이슈가 되고 있다.
“알고 있다. 학교로 항의전화나 협박전화가 오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먼저 어린 선수들을 보호해 주었으면 한다. 선수들의 우승을 축하해 주고 격려해 줘야 하는데 엉뚱하게 야구 얘기가 아닌 교가 문제로 선수들의 우승과 영광이 도외시되고 있다. 선수들은 단지 야구가 좋아, 야구가 하고 싶어 주변의 시선을 무릅쓰고 용기를 내 국제고를 선택해 들어왔다. 그게 전부다. 야구 선수들에게 교가 내용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나도 고교 시절 선수였지만 고시엔에 출전하지 못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이 그 어려운 우승을 해냈다. 그게 더 중요한 것이다. 게다가 지금은 학교가 국제학교 아닌가.”
앞으로 계획은
“당장 내년 봄 고시엔 시합이 기다리고 있다. 2학년 선수 중에 실력 있는 선수가 있어도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고마키 감독의 전직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은행원. 교토국제고 야구부를 맡기 위해 과감히, 그것도 보너스가 나오는 12월 직전인 2006년 11월에 은행을 그만두고 이직해 오늘에 이르렀다. 부인과 초등학교 3학년인 장남, 4쌍둥이 자녀 등 5남매를 둔 다둥이 아빠다.
☞ 연관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