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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최대 격전지 러스트벨트에서 역전…적극 지지층도 증가세
바이든과의 차별화가 최대 숙제…‘해리스노믹스’ 내놓아야 탄력

‘찻잔 속의 태풍’. 트럼프 캠프 관계자들이 요즘 하루에도 수차례 되뇌고 있을 말일 테다. ‘해리스 태풍’이 잠잠해지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실제로 트럼프 캠프 여론조사 전문가인 토니 파브리치오는 “(8월19일부터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 때까지 해리스가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겠지만 이후 여론조사 결과가 뒤집힐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유권자들이 해리스에 대해 더 자세히 알게 되고 바이든 행정부에서의 역할을 깨달으면 지지율이 다시 뒤집힐 것이라는 뜻이다. 자신만만한 분석 같아 보이지만 일단 해리스의 파죽지세를 인정하고 있는 점은 분명하다. 불과 한 달 전에 새로운 행정부에서 무슨 직책을 맡을 건지 논의하던 트럼프 캠프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어 보인다.

뉴욕타임스와 미국 시에나대학이 8월10일(현지시간) 공개한 위스콘신·미시간·펜실베이니아 3개 주 거주자 대상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오늘 투표를 실시하면 누구를 뽑겠는가’라는 질문에 투표 의지가 강한 유권자의 경우 50%가 해리스를, 46%가 트럼프를 선택했다. 오차범위 안이기는 하지만 대표적인 경합주 세 곳에서 모두 해리스가 트럼프를 4%포인트 앞섰다. 미국의 대표적인 정치 웹사이트 ‘270 to win’에 따르면 해리스는 러스트벨트 경합주(위스콘신·미시간·펜실베이니아)를 이기면 남부 선벨트 경합주(네바다·애리조나·조지아)를 모두 내주더라도 선거인단 270명을 확보해 미 대선에서 270 대 268로 승리할 수 있다.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8월9일 애리조나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 연합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8월9일 애리조나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 연합

해리스, 경합주 넘어 트럼프 안방도 위협

해리스는 기세를 몰아 8월6~7일 러스트벨트에 이어 애리조나(9일)·네바다(10일) 선벨트 공략에도 온 힘을 쏟았다. 해리스는 특히 서비스업에 의존하는 네바다주를 찾아 ‘팁 면세’ 정책이라는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때마침 8월9일 회원 수가 14만여 명에 달하는 라틴계 민권운동단체 라틴아메리카시민연맹(LULAC)이 해리스 지지를 선언했다. 이 단체가 특정 대선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1929년 설립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같은 날 조합원 수가 6만여 명인 네바다주 호텔·서비스업 노조 ‘컬리너리 유니언 로컬 226’도 해리스 지지를 선언했다. 트럼프에게 거의 넘어간 듯했던 선벨트도 더 이상 트럼프의 안방이라고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선거의 핵심 의제인 경제 문제와 관련해서도 주목할 만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미시간대학 로스 경영대학원이 8월1~5일 미국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2%가 해리스가 경제를 더 잘 다룰 것으로 믿는다고 답해 41%를 얻은 트럼프를 간발의 차로 앞섰다. 격차가 미미하지만 1년 전부터 매달 실시하는 이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후보가 경제 분야 신뢰도에서 공화당 후보를 앞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리스의 상승세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왼쪽)와 해리스 부통령 ⓒREUTERS
미국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왼쪽)와 해리스 부통령 ⓒREUTERS

해리스의 상승세는 퓨리서치가 미국 유권자 9201명을 조사해 8월14일 발표한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해리스 지지자 중 62%가 그를 ‘적극 지지’한다고 답했는데, 이는 지난달 바이든 지지자 중 적극 지지한다는 응답이 43%에 그친 것에 비하면 확연히 달라진 결과다. 해리스 지지자 중 70%는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답해 지난 7월초 바이든이 후보이던 당시의 63%보다 상승했다. 물론 트럼프 지지자 중 적극 지지층이 여전히 63%에 달하고, 지지자 중 72%가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답하고 있어 트럼프 지지층의 견고함도 만만치는 않다. 하지만 대관식 같은 7월을 보낸 트럼프 입장에서는 결코 만족할 수 없는 결과일 것이다. 

트럼프 캠프는 현재 백방으로 해리스의 태풍을 잠재우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하지만 시원하게 공격 포인트를 쌓고 있지는 못하다. 정책이 아닌 해리스 개인에 대한 비방에 열중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반응이 신통치 않다. 이에 트럼프 캠프는 해리스에 대한 개인 비방이 아니라 정책적 입장을 공격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8월14일(현지시간) CNN은 트럼프 캠프가 미국판 전 국민 의료보험인 ‘메디케어 포 올(Medicare for All)’에 대한 해리스의 애매한 입장을 공격하는 방향으로 선거 대응 전략을 펼쳐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해리스 캠프가 더 이상 급진적인 ‘메디케어 포 올’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트럼프 캠프는 해리스가 2020년 대선 경선 출마 당시 처음에는 전 국민 의료보험을 주장했던 점을 들어 해리스가 정책적으로 ‘사회주의자’ ‘급진주의자’에 가까운 사람임을 유권자들에게 각인시키려 하고 있다.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 상원의원(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EPA 연합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 상원의원(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EPA 연합

트럼프, 해리스 개인 대신 ‘정책 때리기’로 선회

당장 8월19일부터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에 가려 트럼프 캠프의 공격이 큰 힘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트럼프 캠프는 계속 바이든 행정부와 해리스를 하나로 묶는 한편 지난 4년간 미미했던 부통령으로서의 존재감을 계속 환기하며 공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이에 대해 해리스는 바이든과의 차별화로 승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FT와 미시간대가 실시한 경제 관련 여론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인플레이션을 11월 대선의 가장 큰 우려 사항으로 꼽았고, 60%는 해리스가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 정책과 완전히 결별하거나 그의 경제 정책 틀을 “대폭 바꿔야 한다”고 답했다. 경제 불안은 여전히 트럼프에게 유리한 상황이다.

트럼프 캠프는 아마 1992년 대선 당시 빌 클린턴 캠프가 조지 HW 부시 대통령을 함락시켰던 한마디,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를 차용하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해리스는 올해 미 대선에서 이제 찻잔 속의 태풍을 넘어 태풍의 눈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해리스노믹스’라고 불릴 만한 공약과 정책적 입장을 내놓고 이를 통해 바이든과 차별화하지 못한다면 트럼프에게 공격의 빌미를 계속 주게 될 것이다. 창과 방패가 수시로 바뀌고 있는 미국 대선에서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인가. 9월 이후 펼쳐질 정책 대결과 진짜 승부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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