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 중독과 비슷…행동 조절 능력 떨어져 과격해지기도
인터넷이 없는 생활은 상상할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인터넷에만 몰입하는 경향을 보이는 사람도 지나치게 많아진 것이 현실이다. 흥미로운 세계는 오로지 인터넷 속에 있고, 현실은 그 인터넷을 즐기기 위한 조건 정도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보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
최근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인터넷 중독(Internet Addiction)이 청소년 뇌에 미치는 영향은 작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관련 여러 연구를 종합하면, 인터넷 중독이 청소년의 뇌 구조와 기능에 상당한 변화를 일으키며, 이는 다양한 인지적·정서적·행동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인터넷 중독이 실제 뇌 구조의 변화를 유발한다는 연구들이 있다. 2011년 연구에 따르면, 인터넷 중독 청소년들은 전전두피질·대상회·섬엽 등 여러 뇌 영역에서 회색질 부피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영역들은 인지 통제·감정 조절·의사결정 등과 관련이 있어, 이러한 변화는 행동 조절 능력 저하를 설명할 수도, 또 야기한다고 볼 수도 있다. 또한 2014년 연구에서는 인터넷 중독 청소년들의 백질 통합성이 감소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특히 전두-선조체 회로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이는 충동 조절과 보상 처리 능력의 저하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
구조적 변화 말고도 기능적 연결성 변화를 확인해 주는 연구들도 있다. fMRI(기능자기공명영상)를 활용한 여러 연구는 인터넷 중독이 뇌의 기능적 연결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2013년 이루어진 연구에서는 인터넷 중독 청소년들의 ‘기본모드 네트워크(DMN)’에서 기능적 연결성이 증가한 영역과 감소한 영역이 혼재되어 있음을 발견했다.
기본모드 네트워크는 뇌가 특정한 과제에 집중하지 않고 ‘휴식’ 상태일 때 활성화되는 상호 연결된 뇌 영역들의 집합이다. 이는 외부 과제에 집중할 때는 비활성화되고, 휴식 상태나 내부 지향적 사고를 할 때 활성화된다. 간단한 예로 우울증이 있는 경우 기본모드 네트워크가 과활성화되고,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가 있는 경우 기본모드 네트워크의 조절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알츠하이머병이 있는 경우는 기본모드 네트워크의 연결성이 감소한다.
인터넷 중독 청소년들에게서 기본모드 네트워크의 기능적 연결성 변화가 관찰되었다는 것은 자기 인식·주의력·사회적 인지 능력 등의 변화가 발생했음을 시사한다. 또한 보상 회로의 과활성화가 관찰되기도 한다. 인터넷 중독 청소년들의 보상 회로, 특히 선조체와 전전두피질 사이의 기능적 연결성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터넷 사용에 대한 강한 갈망과 보상 민감성 증가를 말해준다.
인지 훈련·명상 통해 뇌 기능 회복 필요
인터넷 중독은 뇌의 신경전달물질 체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알려진 보상 체계인 도파민 체계의 변화가 보이는데, 선조체의 도파민 D2 수용체 가용성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물질 중독에서도 관찰되는 현상으로, 인터넷 중독이 실제 중독적 특성이 있음을 드러내는 근거가 된다. 또한 감정과 수면 조절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 세로토닌 운반체의 가용성이 감소하기도 했는데, 이는 우울증이나 불안 증상의 증가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인터넷 중독으로 인한 뇌의 구조적·기능적 변화가 이미 청소년기에 나타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터넷 중독에 대한 조기 진단과 개입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학교와 가정에서 인터넷 중독의 징후를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히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또한 청소년기 뇌의 높은 가소성을 고려할 때, 인지 훈련이나 명상 등을 통해 손상된 뇌 기능을 회복시키는 접근 방식도 효과적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