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속 창업자와 소비자 늘면서 과거와 달라진 아이템 각광
뉴트로·작은 가게 등이 틈새 콘셉트로 주목…스마트폰 콘텐츠도 갖춰야
2024년 신(新)불황 시대가 시작됐다. ‘불황 시대’ 하면 1997년 말에서 1999년까지 이어진 ‘IMF 불황기’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IMF로부터 550억 달러, 60조원의 구제금융을 받았던 시기다. 대우자동차가 무너지면서 인천 부평 상권이 휘청였다. 한국 유수의 건설업체들이 부도 사태를 맞았고, 탄탄한 은행 직원들도 ‘퇴직 행렬’에 가세했다. 회사를 그만둔 직장인들은 대거 생계형 창업시장을 노크했다. 창업시장이 때아닌 IMF형 활황세를 보였던 시기다.
2000년 이후에도 불황기는 계속 찾아왔다.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비롯된 2008년 리먼 사태가 불러온 불황기도 있었다. 최근 10년간의 불황 코드를 살펴보면 2014년 세월호 침몰, 코로나19 전조였던 2015년 메르스 사태, 2016년 김영란법 시행, 2017년 프랜차이즈 갑질 파동, 2018년 최저임금 상승, 2019년 말부터 시작된 3년간의 코로나 불황기가 이어졌다. 요즘 상권에 나가 보면 코로나 때보다 더 힘들다는 창업자들의 목소리가 크게 들린다. 필자는 2024년을 ‘신(新)불황 시대’라고 명명했다. 지금까지 겪어보지 않았던 새로운 불황 시대가 열린 셈이다. 신불황 시대의 돈 되는 틈새 콘셉트, 틈새시장은 과연 어디일까.
❶ 1990년대 복고 아이템이 증가하는 이유
요즘 상권에는 복고풍으로 치장한 옛날식 가게가 늘고 있다. IMF 시대의 호황 아이템이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당시 창업자금 5000만원 정도 소자본으로 창업할 수 있는 외식 아이템이 많이 생겨났다. 드럼통 숯불구이로 불렸던 선술집형 고깃집이 대표적이다. 미국산 소갈비살 1kg을 9500원 정도에 사입해 1인분 200g을 6500~7000원에 판매했다. 당시 소갈비살 전문점은 기존의 1인분 6000원의 삼겹살 시장을 밀어내면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이후 소갈비살 전문점 아이템은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확장되면서 고깃집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
그 아이템이 요즘 다시 주목받고 있다. 드럼통 숯불구이 스타일의 선술집형 고깃집이 증가하고 있다는 얘기다. 1990년대 호황 아이템이었던 솥뚜껑 삼겹살집도 늘어나고 있다. 레트로 감성의 아이템은 요즘 시대 2030세대들에게는 새로운 복고로 일컫는 이른바 ‘뉴트로 아이템’으로 각광받는 셈이다. 노점 스타일 아이템도 늘고 있다. 매장을 갖추고 오픈하지만 노점 스타일 메뉴와 접목해 출점하고 있다. 최근의 복고 아이템 출점 ‘붐’은 경기 변수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판단된다. 단순한 순환 사이클 문제는 아니라는 얘기다. 투자금액을 줄이려는 실속 창업자가 늘어났고, 지갑이 가벼운 실속 소비자도 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1990년대 복고 아이템의 재발견은 의미가 커 보인다.
❷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틈새 찾기
불황기일수록 아이템에 목마른 예비 창업자, 잠재적 창업자 수는 증가한다. 프랜차이즈 박람회를 찾는 사람도 인산인해다. 3월21일부터 3일간 코엑스에서 열린 IFS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를 찾은 방문객 수는 무려 3만2000명에 달했다. 2년 전에 비해 1만 명 이상 증가했다. 가맹점 창업자를 모집하려는 프랜차이즈 270개 본사에서 290개 브랜드를 창업박람회장에 선보였다. 프랜차이즈 가맹점 창업박람회장은 창업자 입장에서는 가장 쉽게 다양한 창업 아이템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박람회 참관객은 늘고 있지만, 본사들 입장에서 실제 가맹계약으로 이어지는 확률은 높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불황기 틈새 찾기를 시도하는 프랜차이즈 아이템 트렌드도 읽을 수 있었다. 개 식용금지법 통과에 따라 염소탕 브랜드가 새롭게 출시되는 것은 이채롭다. 전반적인 틈새 코드는 1억원 내외의 최소 비용을 들여 오픈할 수 있는 아이템들이었다. 10평 내외 작은 가게 창업 아이템 찾기는 요즘 시대 창업 트렌드의 핵심 코드다. 예쁜 카페 브랜드는 여전히 많다. 지갑은 얇아도 예쁜 공간에서 폼 잡고 싶은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얘기다. 동시에 인건비를 피해 가려는 무인카페, 무인탁구장, 무인세탁소 등 무인 아이템은 계속 증가세다. 매출 부진 자영업 사장님들이 최소 비용을 투자해 재오픈할 수 있는 이른바 업변 브랜드도 증가세다.
❸ 스마트폰 찍을거리 많은 가게 성업
보여지는 가치가 돈이 되는 시대다. 소비자들의 선택 우선순위에 내 가게가 들어가는지 여부가 성패를 결정한다. 선택의 우선순위는 점포 밖의 고객 유입력을 높이는 일이다. 고객 유입력 증대는 비주얼 경쟁력과 직결된다. 불황 시대의 틈새는 고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비주얼 요소 만들기가 관건이다. 영상 콘텐츠의 대표주자인 유튜브 카메라 역시 볼거리, 찍을거리 많은 점포를 주목할 수밖에 없다. 찍을거리 많은 가게가 SNS 노출도도 높고, 매출 볼륨 역시 커진다는 얘기다.
인테리어는 물론이고 점포 외장인 익스테리어(exterior) 차별화도 필요하다. 익스테리어의 구체적인 요소를 보면 내 가게의 상호 경쟁력부터 체크해야 한다. 구매력을 높이는 브랜드 네이밍이 필요한 시대다. 상호 디자인도 신경 써야 한다. 캘리그라피 상호 디자인 역시 비주얼 요소가 결합된 내 가게의 독자성을 높이는 일이다. 점포의 출입구 디자인, 즉 파사드(facade)부터 간판 디자인까지 꼼꼼히 챙기지 않으면 안 된다.
점포 외부에 캐릭터물을 설치하고, 포토존을 만드는 일도 스마트폰 찍을거리와 연동된다. 인테리어의 핵심은 예쁜 가게 만들기다. 컬러 선정부터 콘셉트가 있는 실내 디자인 연출이 급선무다. 천장에 매달린 펜던트 조명, 의·탁자, 물컵 하나까지도 스마트폰 찍을거리의 대상이 된다. 마지막은 사람 디자인이다. 창업자 자신은 물론 직원들의 유니폼 디자인까지 신경 써야 한다. 불황 타파의 첫 번째 코드는 온라인 마케팅이 핵심이다. 고객들이 만드는 스마트폰 콘텐츠는 자발적인 SNS 광고 효과로 이어지게 되고, 매출 상승을 견인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잊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