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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감소 재난 덮친 홋카이도 유령마을...생명체 안 보이는 눈밭에 빈집만 가득
140km 거리엔 일본 내 유일하게 인구 증가한 마을도 있어...도서관·식당엔 사람들로 가득
석탄산업 쇠퇴로 쇠락한 마을과 ‘포토존 핫플’로 부흥한 마을의 차이점은?
[편집자주]"한국의 인구 감소 속도가 유럽 흑사병 창궐 때보다 더 빠르다."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12월2일 칼럼을 통해 한국의 저출산 문제를 흑사병에 빗대 강조했다. 이는 국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사실 칼럼에서 지적한 문제는 이미 한국 사회에서 상수(常數)가 된 지 오래다. 역대 정부는 저출산 극복을 위해 온갖 방법으로 세금을 쏟아부었지만 해결은 요원하다. 그사이 저출산이란 악령은 대중의 관심이 옅은 농촌부터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다. 저출산이 심각하다 못해 ‘무(無)출산’이 팽배한 농촌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또 이는 대중의 삶과 어떻게 연결돼 있을까. 시사저널은 저출산 여파를 실감할 수 있는 기획 기사를 장기에 걸쳐 연재하고 있다. 지난 1월 ‘국회의원 초등학교 전수조사’에 이어 2월 ‘곡성 1주일 체험기’ ‘인구 소멸 전국지도’를 보도했다. 이번에는 한국보다 일찍 인구 위기에 봉착한 일본을 2월 23~26일 찾았다.
“무리데스, 무리데스(無理です·무리입니다).” 2월24일 오전, 홋카이도 유바리(夕張)시의 도미오카(富岡) 마을을 가겠다는 기자에게 돌아온 답변이다. 유바리시 중심부 석탄박물관에서 근무 중인 야마다 다로(가명·74)씨는 “자동차도 마을 입구에 쌓인 눈을 못 뚫고 간다”며 취재를 만류했다. 도미오카는 사람이 살지 않는 마을이다. 시사저널은 마을 소멸의 현주소를 파악하고자 2월24일 유바리시를 찾았다.길 막은 눈덩이, 기울어진 빈집...몰락한 ‘탄광도시’ 유바리시
유바리시는 한때 일본 굴지의 탄광도시이자 관광명소였다. 면적이 약 763km²로 서울보다 넓은 유바리시에는 한때 거주 인구가 10만 명을 웃돌았다. 그러나 석탄산업이 쇠퇴하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금은 인구가 6400여 명에 불과하다. 반면 같은 홋카이도지만 아사히카와(旭川)시 인근 히가시카와정(東川町)의 사정은 다르다. ‘살아난 마을’로 불리는 이곳의 인구는 유바리시 전체 인구보다 더 많은 8600여 명이다. 지난 30여 년간 주민이 꾸준히 늘어난 결과로, 히가시카와정은 일본에서 유일하게 오랜 기간 주민이 증가한 마을로 꼽힌다. 유바리시와 히가시카와정의 차이는 뭘까.청소년부터 노인까지 북적...‘살아난 마을’ 히가시카와정
이튿날인 2월25일 히가시카와정으로 향했다. 유바리시에서 약 140km 거리에 있다. 인근 철도역인 아사히카와역에 도착해 버스 운행표를 보니 마을로 가는 버스가 4대 있었다. 신유바리역에서 유바리시 중심부로 가는 버스가 한 대뿐인 것과 비교됐다. 버스 안 풍경도 사뭇 달랐다. 히가시카와정으로 가는 40여 분 동안 청년부터 장년층까지 10여 명이 타고 내렸다. 노인으로 보이는 탑승객은 도착할 때까지 4명이었다. 유바리시행 버스의 경우 기자가 탔을 때 10명 중 9명이 노인이었다.마을의 미래 엿보이는 도서관의 풍경
히가시카와정의 공립도서관 ‘센토퓨아2’는 주말 저녁에도 불이 환했다. 낮 9시부터 밤 9시까지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도서관에 들어서니 이용객이 수십 명에 달했다. 어린아이부터 백발의 노인까지 연령대는 다양했다. 1층 스터디룸에는 청소년 10여 명이 독서에 몰두하고 있었다. 스터디룸에서 만난 베무라 카즈키(17)군은 “우리 마을은 살기 좋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장점은 영유아 의료비가 공짜란 사실이고, 단점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도서관의 주요 이용객은 인근 학교 학생들이라고 한다. 히가시카와정에는 초등학교 4곳과 중·고등학교가 각각 1곳씩 있다. 마을의 10대는 전체 주민의 18%인 1496명이다. 도서관에서 책을 보던 한 10대 여학생은 “마을 밖에 살고 있는데 도서관을 이용하려 종종 온다”고 했다.4800만원짜리 특산품의 위엄은 어디에...문닫은 ‘멜론 테라스’
주중에는 좀 다를까. 24일에 이어 월요일인 26일 유바리시를 다시 찾았다. 현지에서 만난 홋카이도 여행업 종사자 설신희(41)씨는 “코로나 이전에는 유바리 멜론이 경매 시장에서 540만엔(4800만원)에 팔렸을 정도로 유명하다”며 “멜론을 재료로 쓰는 식당도 많다”고 했다. 그 중 유명하다는 식당 ‘멜론 테라스’를 찾아가 봤다. 온라인에 올라온 평가글을 보니, 멜론과 여러 음식을 파는 가게였다. 유바리 멜론이 여름 시기 판매된다 해도 가게의 문이 열렸을 것 같았다. 멀리서 보이는 식당 위 멜론 모양의 조형물도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문이 닫혀 있었다. 남부 지역은 사정이 더 심하다. ‘인구 0명’ 키쿠스이마치 인근에는 특산품을 파는 상점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 흔한 편의점조차 없어 ‘편의점 왕국’이라는 일본의 명성을 무색하게 했다. 1시간 가까이 돌아다녔지만 필수 시설인 병원도 없었다. 유바리시 외곽에 사는 주민들은 몸이 아프면 병원이 있는 시청 인근까지 와야 한다.달라진 정책 방향...유바리는 “인구 덜 줄어들게 하자”
히가시카와정이 이처럼 부흥하게 된 배경에는 행정 서비스의 영향도 있다. 지방정부는 임산부의 택시 요금과 육아·청소 등을 지원하고 있다. 지방정부 관계자는 “마을을 응원하고 안팎으로 교류하는 사람을 늘리기 위해 ‘고향납세제’ 기부자를 마을의 주주처럼 대접하고 있다”고 했다. 고향납세제는 특정 지역에 기부하면 주민세를 공제받고 답례품도 받는 제도다. 우리나라의 ‘고향사랑기부제’와 비슷하다. 관계자는 “이러한 제도 덕분에 마을에 애착심을 갖고 이주해 온 분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유바리시는 인구 감소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적응해 나가는 쪽으로 시정의 방향을 맞췄다. 시청 관계자는 “인구를 늘리기보다 덜 줄어들게 하는 정책에 집중하고 있다”며 “빈집 수리 비용과 민간 임대주택의 월세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바리시는 주요 시설을 중심지에 배치해 도시 기능을 집약한 ‘콤팩트 시티(compact city·집적 도시)’를 목표로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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