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곡성군에서 마주한 인구 감소 위기...조촐한 졸업식, 썰렁한 5일장, 폐업한 예식장
“우리끼리 살다 가뿌면 그만” “학생 자살 생각률 최고”…비관론에 빠진 노인과 학생들
"한국의 인구 감소 속도가 유럽 흑사병 창궐 때 감소 속도보다 더 빠르다."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12월2일 칼럼을 통해 한국의 저출산 문제를 흑사병에 빗대 강조했다. 이는 국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사실 칼럼에서 지적한 문제는 이미 한국 사회에서 상수(常數)가 돼버린 지 오래다. 역대 정부는 저출산 극복을 위해 온갖 방법으로 세금을 쏟아부었지만 해결은 요원하다. 그사이 저출산이란 악령은 비교적 대중의 관심이 옅은 지방 농촌부터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다. 저출산이 심각하다 못해 '무(無)출산'이 팽배한 농촌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또 이는 대중의 삶과 어떻게 연결돼 있을까. 시사저널은 저출산의 여파를 실감할 수 있는 기획 기사를 장기에 걸쳐 연재하고 있다. 지난 1월 ‘국회의원 초등학교 전수조사’에 이어 이번에는 ‘곡성 1주일 살기’ 체험을 통해 소멸 위기 지역의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편집자 주]
‘0명.’ 통계청이 밝힌 2022년 전남 곡성군의 출생아 수다. 정확히는 41명이지만 100명 단위로 집계하다 보니 0명으로 잡혔다. 통계만으로 보면 저출산을 넘어 무출산이 현실화된 상황이다. 곡성군은 매년 1만 명 이상 인구가 줄어드는 전남 내에서도 특히 감소세가 심각해 ‘소멸 위기 지역’으로 꼽힌다. 아이 울음소리 대신 곡소리만 커져가는 곡성군을 시사저널이 2월1일 찾았다. 여기서 일주일 동안 군수와 학교장, 어린이집 원장, 청년단체 대표, 30여 명의 주민 등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동시에 사라져가는 농촌의 24시간을 직접 체험해 봤다.
① 첫째 날; ‘1000원 버스’ 3명 탑승…“전기버스 바꿀 돈도 없어요”
“차 없이 오신다고요?” 취재를 위해 머무를 곳을 찾다가 통화한 원룸 임대인이 말했다. 의아하다는 어투였다. 통화할 때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막상 곡성역에 도착하니 그의 말이 이해가 됐다. 역과 버스를 연결하는 대중교통은 없었고, 버스 배차 간격은 최대 1시간으로 길었다. 종착역인 옥과버스터미널에 도착해 원룸으로 걸어갔다. 계산해 보니 역에서 숙소로 가는 데만 2시간이 걸렸다.
버스 출발역부터 종착역까지 20여 개 정류장을 지나는 동안 탑승객은 기자를 포함해 3명이 전부였다. 버스비는 1000원. 미성년자는 더 싸다. 버스를 운영하는 ㈜곡성교통 양성욱 영업관리과장은 “군에서 비용을 일부 지원해 줘서 근근이 운영해 나가는 정도”라고 말했다. ㈜곡성교통의 2022년 매출액은 5억5900만원이다. 지난 3년간 계속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줄곧 적자인 데다 그 폭도 매년 늘어나고 있다. 양 과장은 “사업권을 포기할 수도 없고 전기버스로 바꿀 돈도 없어 마지못해 운영하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기자가 숙소를 잡은 옥과면은 곡성군에서 그나마 인기척이 자주 느껴지는 편에 속한다. 올 1월 기준 4024명으로 곡성군 총인구(2만6844명)의 15%다. 청년도 비교적 많다. 2021년 옥과면 전체 인구 중 19~49세는 32.1%로 군내에서 가장 비중이 높았다. 사립 전문대인 전남과학대가 옥과읍에 있기 때문이다.
전남과학대는 국내 최초로 e스포츠학과를 개설해 각종 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작년 취업률은 78.4%로 전국 평균치(73.2%)를 웃돌았다. 배우 조인성의 모교로도 유명하다. 그럼에도 신입생 경쟁률과 재적학생 수는 최근 3년 간 계속 줄어들었다. 학교 앞 광경은 ‘대학가’라고 하기에는 어색했다. 정문 맞은편에 학생들이 놀 만한 오락시설은 당구장과 코인노래방이 전부였다. 그나마 곡성읍에서는 완전히 자취를 감춘 PC방이 두 군데 남아 있었다.
② 둘째 날; 졸업생 단 70명…교장 “다행히 신입생 채웠다”
한적한 마을에 아침부터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손에는 꽃다발이 들려있었다. 군내 유일한 사립 고등학교인 옥과고의 68회 졸업식에 참석하려는 사람들이었다. 학교 체육관에 300여 명이 모였다. 옥과면 인구 10명 중 1명이 모인 셈이다. 다만 졸업생은 정작 70명밖에 되지 않았다. 김창옥 교장은 회고사에서 “여러분의 도움 덕분에 올해 신입생 정원을 모두 채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졸업식 후 따로 만난 여운재 교감은 “올해는 다행히 기존처럼 (학년당) 4개 학급을 유지하게 됐지만 10년 후에는 학급 1개도 장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학교 입학생 대다수는 옥과중 출신인데 저출산에 전출자까지 겹쳐 상황이 좋지 않다”고 우려했다.
옥과고는 인공지능(AI) 교육, 우주천문과학관 운영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작년에는 의대생과 약대생도 배출했다. 이 같은 성과 덕분에 관외에서도 학생들이 찾아온다고 한다. 하지만 인구 감소 앞에선 속수무책이다. 여 교감은 “이젠 교직원 신규 채용도 힘들어져 남은 교원의 행정업무만 쌓여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③ 셋째 날; 영화 한 편 보는 데 6만원 지출?…“4시면 버스 끊겨”
옥과면에서 맞는 첫 주말. 영화를 보기로 했다. 군내 유일한 영화 관람시설인 ‘작은영화관’이 있는 곡성읍까지 가야 한다. 작은영화관은 이름 그대로 상영관이 두 개밖에 없다. 상영 중인 영화는 4편인데 하루에 1~2번씩만 상영한다. 오후 1시에 시작하는 영화 《시민덕희》를 예매하고 1시간30분 일찍 숙소를 나섰다. 실수였다. 버스는 오전 11시35분에 이미 출발했고, 다음 버스 출발시간은 영화 시작 10분 전인 12시50분이었다. 택시를 탈 수밖에 없었다. 헐레벌떡 터미널로 뛰어온 중년 여성이 한숨을 뿜어냈다. “아 맞다. 오늘 토요일이재!”
상영관에 앉았다. 자리가 절반 이상 비어있었다. 김동일 영화관장은 “비수기라 관람객이 줄어 주말에 평균 120~160명쯤 온다”고 했다. 일반인 표값이 6000원이니 주말 매출이 100만원도 안 되는 셈이다. 김 관장은 “배급사에 절반 떼주고 나면 가져가는 수익은 거의 없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영화관 맞은편에는 고성(古城)을 닮은 ‘궁전예식장’이 있었다. 군내 4곳뿐인 예식장 중 하나다. 건물주인 김춘숙 대표는 “최근 예식은 작년에 다문화부부 네 쌍이 결혼한 게 전부”라고 했다. 김 대표는 결국 작년 말 폐업하고 일부 공간을 월세로 내놨다. ‘인구 감소 때문에 근심이 크겠다’고 하자 김 대표는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으짜겄소. 뭔 수를 써도 출산은 고사하고 결혼부터 안 하는디.”
시계가 오후 4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해가 중천에 떠있었지만 이미 돌아갈 버스가 끊긴 상태였다. 또 택시를 탔다. 왕복 택시비를 포함하니 영화 한 편만 봤는데 6만2500원이 들었다. 오후 7시30분. “여기는 7시 넘으면 이북”이라고 옥과면 칼국숫집 사장 최훈영씨가 말했다. 유흥을 즐길 곳이 없기 때문이다. 오직 전남과학대 앞의 코인노래방만이 밤하늘에 빛을 뿌렸다. 방 두 곳에서 열창하는 소리가 들렸다. 옥과면에서 ‘불토’를 느끼게 하는 유일한 장면이었다.
④ 넷째 날; 설 대목에도 듬성한 5일장…목욕탕엔 온기 대신 한기만
5일장인 ‘옥과장’이 서는 날이다. 조선시대부터 이어져온 전통장으로 군외에도 널리 알려졌다고 한다. 설 연휴를 앞둔 마지막 장날이었지만 장터는 듬성듬성 비어있었다. 상인과 손님 수가 비슷해 보였다. 닭튀김을 파는 선행옥씨는 “평소 손님들도 지금 보이는 정도”라며 “명절 대목이라고 특별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갑자기 사람들 사이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워매. 이 강아지는 뭐여?” “손지(손주)여 손지.” 담양에서 왔다는 장년의 여성이 유모차에 손자를 태우고 나타났다. 8개월 된 남자아이가 쪽쪽이를 물고 있었다. 지나갈 때마다 사람들의 이목이 쏠렸다. 곡성에서 처음 보는 유아였다. 아이 키우는 게 어떤지 여성에게 묻자 이렇게 말했다. “나야 여그서 나고 자랐응께 힘들게 없지만 젊은 사람들은 불편허니께 안 낳겄재. 서울도 안 낳는다는데 뭘…”
장날은 목욕탕업 종사자에게도 대목으로 통한다. 더군다나 이날은 설까지 앞둔 시점이었다. 옥과면의 ‘창포옥사우나’에 들렀다. 군 전체에서 두 곳뿐인 목욕탕 중 하나다. 탕 안의 손님은 10명 안팎에 불과했다. 차갑게 식은 한증막 안에는 청소 도구만 잔뜩 쌓여있었다. 목욕탕 주인은 “찾는 사람이 줄다 보니 가스비 감당하기 힘들어 오후 5시까지만 영업한다”고 말했다. 전남 전체에서 목욕탕이 없는 면은 196개 면 가운데 55개에 이른다.
⑤ 다섯째 날; 지방 강타한 미분양…청약 경쟁률 ‘0.1대 1’
한국소비자원의 외식비 측정 품목 중 하나인 냉면을 먹기 위해 주변 가게를 찾았다. 옥과면에는 없었다. 가까운 곳이 순창군에 있었지만 직행버스가 없다. 할 수 없이 담양군의 한 식당을 목적지로 정했다. 담양행 버스의 운행 간격은 2~3시간이다. 12시50분 버스를 탔고, 가게에 도착하니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1시40분이었다. 차가 없는 이상 옥과면에서 점심으로 냉면을 먹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담양군 인구는 4만5272명으로 곡성군의 1.6배다. 광주시가 곡성군보다 더 가깝다. 응급실을 갖춘 병원도 있고, 호남 유일의 공립대인 전남도립대도 위치해 있다. 그래도 인구 감소의 유탄은 피해 가지 못했다. 담양군 내 인구수 1위인 담양읍의 미분양 사태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담양터미널에서 고개를 드니 바로 맞은편에 ‘담양센트럴파크 남양휴튼’ 아파트가 시공 중이었다. 담양읍에서 유일하게 평당가 1000만원이 넘는 주택이다. 이곳은 지난해 3월 일반청약을 실시했는데 71가구 모집에 10명만 신청했다. 관공서와 초·중·고교가 가까워 흥행이 예상됐지만 의외의 결과였다. 분양업체 관계자는 기자에게 “로열층이 다 팔려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청약을 시작한 지 9개월이 지난 작년 12월에도 36가구가 주인을 못 찾은 상태였다. 이대로라면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사태가 초래될 수도 있다. 전남은 준공 후 미분양이 1212가구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⑥ 여섯째 날; 소아과·산부인과 ‘0’…경로당 된 동네의원
고령화가 심한 곡성에 유독 많은 시설이 있다. 병원이다. 그 수는 옥과면에만 8곳으로 편의점(5곳)보다 많다. 모든 병원은 의원급으로 지도상에는 내과 또는 외과로 나와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종합병원이나 다름없었다. 거의 모든 과목을 진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아과나 산부인과 전문의는 없었다. 소아과·산부인과 전문 병원은 곡성군 전체에 한 곳도 없다.
옥과면 중심부의 주사랑의원에 들렀다. 30년 넘게 마을을 지킨 병원으로 영화 《곡성》에도 나온 곳이다. 접수대 앞에서는 노인 5명이 난롯불을 쬐며 두런두런 얘기를 나눴다. 물리치료실 문을 열어보니 11명이 누워있었다. 대화 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병원보다는 경로당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간호사는 “옥과면에서 출산한 사람은 일하는 동안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옥과면 중심로에서 샛길로 조금만 들어가면 주거 밀집지역이 나온다. 모든 집에 사람이 사는 건 아니다. 간혹 우편함에 각종 고지서가 잔뜩 쌓여있는 집이 있었다. 높은 확률로 빈집이다. 이 중 한 곳은 대문이 녹슬어 원래 색깔을 추정하기도 힘들었다. 대문 사이로 들여다보니 수풀이 정강이 높이만큼 빽빽하게 솟아있었다. 깨진 유리창 너머에선 거미와 곰팡이가 주인 행세를 하고 있었다. 곡성군을 비롯한 전남의 빈집 수는 1만399채다. 전북과 경북, 경남에 이어 4번째로 많다.
밤 11시30분. 칠흑 같은 밤이었지만 여러 주민을 만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0분 후에 한국-요르단의 아시안컵 4강전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자정 넘어 영업하는 유일한 호프집 문을 열었다. 기대는 깨졌다. 가게 안 손님은 TV에 눈길도 안 주는 젊은 남성 3명이 전부였다.
경기가 시작되자 있던 손님도 가게를 떠났다. 경기 종료 휘슬이 불릴 때까지 호프집을 지킨 사람은 기자 1명뿐이었다. 경기에 진 데다 혼자라는 사실이 우울함을 더했다. 호프집 사장은 “평소 전남과학대 학생이 많이 찾는데 지금은 방학이라 손님이 드물다”고 했다. 전남과학대 출신의 구하준 곡성군4-H연합회 사무국장은 “모든 자영업자가 사실상 대학 개강만 기다리며 한 철 장사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⑦ 일곱째 날; 인구 감소의 나비효과…‘극단적 생각’ 빠진 학생들
“우리끼리 재밌게 살다 가뿌면 그만이재”(옥과면 율사리 마을의 한 노인), “고향이 사라져도 우짜겠습니꺼? 방법이 없는디”(세차장 운영 강아무개씨), “노인들 다 죽으면 자식들도 안 찾아올끼고 빈집투성이 되겄지라”(택시기사 김수열씨).
마을의 미래에 대한 회의감. 주민 30여 명을 만나보고 기자가 느낀 공통적 감정이었다. 그래도 웃음소리가 넘쳐나는 곳이 있다. 어린이집이다. 옥과면에는 국공립 어린이집 3곳이 있다. 옥과면에서 아이 셋을 키우는 강윤숙씨는 어린이집을 “최후의 보루”라고 표현했다. 그런데 이마저 흔들리고 있다. 저출산이 장기화하면서 이젠 옥과면 어린이집 3곳의 현원을 모두 합해도 61명에 불과하다. 곡성군어린이집연합회 총무를 맡고 있는 박나영 죽림어린이집 원장이 말했다.
“보육의 질은 도시보다 더 높다고 자부합니다. 공간도 넓고 친환경 활동도 마음껏 할 수 있죠. 군에서 지원을 많이 해줘 학부모 부담금도 거의 없어요. 어머님들 인스타에 칭찬이 자자합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매년 20~30%씩 줄어들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발달 상태가 다른 아이들끼리 반을 합치는 단점이 발생하죠.”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어린이집 원장 A씨는 “노유자 시설로 전환이 안 되면 2년 안에 폐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매년 조금씩은 아이가 태어나지 않나’라고 묻자 “통계에 허수가 많다”고 답했다. A씨는 “부모들이 출산지원금을 받으려고 곡성군에 주소지만 두고 실제론 시내에서 아이를 키우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주장했다.
저출산이 심각해지면서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곡성 석곡면의 이미숙 늘푸른어린이집 원장은 “아이들이 여러 친구들과 어울릴 기회가 적고 농촌 특성상 조손가정(조부모와 손주로 이뤄진 집)이 많아 경계선 성격장애를 보이는 경우가 늘어났다”며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했다.
뒷받침할 통계도 있다. 곡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는 2년마다 군내 초·중·고교생 전원을 상대로 심리상태를 설문조사한다. 주목되는 부분은 2022년 전체 학생의 20.5%(220명)가 ‘지난 1년 동안 1번 이상 자살 생각을 해본 적 있다”고 답한 사실이다. 최유열 센터 팀장은 “전남에서 곡성군 학생의 자살 사고(思考)율이 가장 높다”며 “혼자 있는 시간이 길고 유대관계를 쌓기 힘들다는 점이 정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마지막 날 밤. 고작 일주일 새 정이 든 걸까. 이 마을이 정말로 소멸되지 않았으면 하는 심정이 들었다. 소주가 당겼다. 외식비 측정을 핑계 삼아 식당에 들러 삼겹살에 잎새주(전남 지역 소주)를 시켰다. 농사일을 마치고 온 듯한 손님 7명이 식당 주인과 어울려 회식을 하고 있었다. 건강, 자식, 맛집 등 여러 주제를 얘기하며 웃음꽃을 피웠다. 지방 소멸의 벼랑 끝에 선 곡성이지만, 마을이 존재하는 한 주민들의 행복은 사라지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다음 내용은 온라인 기사 "곡성에선 너무 먼 ‘배달의 겨레’…“서울에선 새벽배송이 된다고요?”"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