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국적자 장남, 38세까지 병역판정검사 연기...“전형적인 병역기피 수법”
김오진 후보 “병무청 지도 받아...위법 없어”
김오진 국민의힘 예비후보(경북 김천)가 ‘장남 병역기피 의혹’에 휩싸였다. 복수국적자인 김 후보의 장남 김아무개씨(29)는 병역준비역에 편입된 18세가 된 직후인 2014년 7월부터 2021년 6월까지 7년간 8차례 병역판정검사(징병검사)를 연기했다. 2032년 말까지 징병검사를 받지 않는다. 이에 따라 김씨는 38세가 되는 2033년 ‘전시근로역’ 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시근로역은 평시에는 징병되지 않다가 전시에만 소집돼 군사지원 업무에 투입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대해 법조·국방 관계자들은 “복수국적자의 전형적인 병역기피 수법”이라고 비판했다.
김오진 후보는 이와 관련해 “장남이 해외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 생활 중이기 때문에 (징병검사를) 연기한 것”이라며 “병무청에서 직접 지도를 받은 것으로, 위법이나 편법을 저지른 적은 없다”라고 해명했다. 김 후보는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관리비서관을 거쳐 지난해 6월말 국토교통부 1차관에 임명됐으나, 6개월 만에 사퇴하고 4.10총선에서 경북 김천에 출마했다.
김오진 후보 장남, 7년간 8차례 병역판정검사 연기
김오진 후보는 미국 거주 시절(1993~96년)인 1995년 장남 김씨를 낳았다. 이에 따라 김씨는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됐다. 국적법 제12조1항에 따르면, 선천적 복수국적자는 22세가 되기 전까지 하나의 국적을 선택해야 한다. 또한 국적법 제12조2항에 따라, 병역준비역에 편입된 자는 편입된 때부터 3개월 이내에 하나의 국적을 선택해야 한다.
특히, 김오진 후보의 장남은 국적법 제12조3항의 적용을 받는다. 이에 따르면, 직계존속(부모)이 외국에서 영주할 목적 없이 체류한 상태에서 출생한 자는 병역의무 이행과 관련해 ▲현역·상근예비역·보충역 또는 대체역으로 복무 ▲전시근로역에 편입 ▲병역면제처분 등의 경우에만 국적이탈(대한민국 국적 포기) 신고를 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이 경우에 해당하는 남성은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고 외국 국적을 선택할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병역 의무를 이행해야만 한다. 병역문제가 해소돼야만 대한민국 국적 포기가 가능한 것이다.
시사저널 취재 결과, 김오진 후보의 장남은 2014년 7월~2019년 12월 4차례에 걸쳐 ‘해외 출국’을 이유로 징병검사를 미뤘다. 병역법 제70조1항 등에 따라 ‘25세 미만’ 병역 의무자는 병무청장의 허가 없이 국외 체재가 가능하다.
김오진 후보 장남은 25세가 되자 다시 징병검사를 연기했다. 그는 2020년 1월~2021년 6월 3차례 검사를 미뤘다. 이유는 ‘6개월간 단기여행’이었다. 병역법 제70조3항은 25세가 되기 전 출국한 사람은 25세가 된 해의 1월15일까지 병무청장의 기간연장 허가 또는 국외여행 허가를 받도록 규정했다. 특히, 병무청 훈령(병역의무자 국외여행 업무처리 규정) 제5조1항은 한 번에 6개월 내에서, 모두 2년 동안만 단기여행을 허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또한 27세 이전까지만 가능하다.
김오진 후보 장남은 ‘단기여행’이 끝난 직후인 2021년 6월 또 한 번 징병검사를 미뤘다. 이번엔 ‘국외에서 10년 이상 거주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징병검사 연기 기한은 2032년 연말까지다. 징병검사를 받을 때(2033년)가 되면 김씨는 38세가 되는데, 병역법 제71조1항6호에 따라 국외에 체재하거나 거주하고 있는 사람은 38세부터 병역면제(전시근로역) 판정을 받게 된다. 전시근로역은 예비군 훈련도 없고 민방위 훈련만 받으면 된다. 전시(戰時)가 오지 않는 이상 사실상 병역면제와 큰 차이가 없다.
김오진 후보, ‘근시’ 때문에 전시근로역 판정
김오진 후보는 장남의 병역기피 의혹과 관련해 “장남이 해외에서 학교를 나와 직장을 다니고 있다”라며 “이 때문에 한두 번 정도 (징병검사를) 연기한 것으로 기억한다”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징병검사 연기는) 병무청의 허가를 받은 것”이라면서 “(장남이) 병역을 이행하지 않겠다는 것도 아니다. 제가 공직자다보니 장남에게 병역을 권유하긴 하는데, (장남이) 성인이고 어렵게 들어간 직장이라 그런(징병검사를 연기하는) 것 같다”라고 해명했다.
김오진 후보는 윤석열 정부의 이른바 ‘용산 참모’ 출신이다. 김 후보는 ‘대통령실 용산 이전’을 진두지휘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에서 실무를 맡았고, 대통령실 이전 완료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된 대통령실 관리비서관(2022년 5월~2023년 6월)을 지냈다. 이후 국토교통부 제1차관(2023년 7~12월)에 임명됐다. 관보에 게재된 병역사항을 보면, 김 후보는 1985년 5월 질병(근시)을 이유로 ‘5급 전시근로역’ 판정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김오진 후보는 “국토교통부 1차관에 임명될 당시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 공천 면접에서도 장남 병역 관련 질문이 나왔다”면서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고 정부 지침대로 (징병검사 연기를) 했다고 소명했다”고 밝혔다. 병무청 관계자는 “단기여행, 국외 거주 등의 사유를 꼼꼼하게 살펴보고 (징병검사 연기를) 판단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법조·국방 관계자들은 “병역 의무를 회피하려는 이들이 사용하는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병역 전문 변호사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주도면밀하게 (징병검사를) 연기한 것으로 보인다. 나에게도 병역 기피 수법을 묻는 의뢰인이 많은데, 그 때마다 김오진 후보 장남과 같은 방법을 말해주곤 한다”면서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김 후보의 장남은 결국 ‘전시근로역’ 판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즉, 전쟁이 터지지 않는 이상 병역 의무를 하지 않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익명을 요구한 국방 관계자는 “단기여행 등을 이유로 징병검사를 계속해서 연기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병역을 기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