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중무장 한 시민들 “러시아보다 더 춥다” “손도 못 꺼내”
제주 폭설로 항공편 결항 속출…강추위 오는 25일까지 이어질 듯
‘체감온도 영하 21도’
혹한에 대설, 강풍이 한반도 전역을 덮치면서 비상이 걸렸다. 서울과 수도권을 비롯한 중부지방은 체감온도가 영하 20도를 밑도는 곳이 속출했고 제주 지역은 이틀 간 최대 50㎝의 폭설이 예보됐다.
역대급 강추위가 닥친 23일 오전 출근길에 나선 시민들은 두꺼운 외투에 목도리와 장갑, 모자로 중무장 했지만 칼바람을 막아내지 못해 고통스런 표정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하얀 입김을 뿜으며 을지로입구역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40대 직장인 남성은 “이런 날엔 출근하지 말라고 해주면 좋겠다”며 “인간적으로 너무 춥다”고 하소연했다.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는 행인 중 주머니에서 손을 빼 휴대폰을 보는 사람도 드물었다. 이른 아침 아르바이트를 위해 집을 나선 정아무개(23·여)씨는 “주머니에서 전화벨이 울렸는데 잠깐이라도 손을 빼면 너무 시려운 상황이라 안 받았다. 이 정도 추위면 상대도 이해할 것”이라며 역대급 추위에 고개를 내저었다.
서울역을 나와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던 직장인 강아무개(24·여)씨는 “어제보다 춥다길래 겹겹이 싸매고 등에도 핫팩을 붙였는데 여전히 얼어 죽을 것 같다. 우리나라가 러시아보다 더 추운 것 같다”며 말을 잇기 조차 힘들어 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대부분 지역이 종일 영하권에 머물 전망이다. 서울은 강한 바람까지 더해져 기온이 영하 13.9도, 체감온도는 영하 21.7도까지 떨어졌다.
주요 도시별 최저기온은 인천 영하 13.5도(체감온도 영하 22.7도), 대전 영하 12.3도(영하 16.3도), 광주 영하 6.4도(영하 9.8도), 대구 영하 8.7도(영하 16.1도), 울산 영하 8.1도(영하 14.8도), 부산 영하 7.2도(영하 11.3도)다.
이날 낮에도 대부분 지역에서 강추위가 지속돼 전국 낮 최고기온은 영하 9도~영상 1도 사이로 전망된다. 기상청은 이번 강추위가 오는 25일 목요일 아침까지 이어지다가 오후부터 기온이 차차 오를 것으로 예보했다.
한편 제주국제공항에서는 눈보라가 지속되면서 이틀간 항공편 약 130편이 결항했다. 현재 제주항공에는 대설경보와 강풍경보, 급변풍경보가 발효 중으로 제주와 타 지역을 잇는 항공편과 여객선이 차질을 빚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제주공항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기준 국내선 항공편 85편(출발 39·도착 46)과 국제선 항공편 12편(출발 6·도착 6) 등 모두 97편이 결항하거나 사전 비운항 처리됐다. 전날에는 제주공항 국내선과 국제선 항공편 35편이 결항하고 200편이 지연 운항했다.
공항 관계자는 “활주로 제설을 끝냈으나 기상 상황에 따라 항공편 운항에는 제약이 있다”며 “이용객들은 사전에 운항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23일부터 이틀간 제주와 전라, 충남 지역을 중심으로 많은 눈이 내릴 것으로 보여 주의가 요구된다.
예상 적설량은 ▲서해5도 1~3㎝ ▲경기남부서해안 1㎝ 미만 ▲충남서해안 3~10㎝ ▲세종·충남중북부내륙 2~7㎝ ▲충북중남부 1~5㎝ ▲대전·충남남부내륙 1㎝ 내외 ▲광주·전남서부·전북서부 5~15㎝(많은곳 20㎝ 이상) ▲전라동부 2~8㎝ ▲울릉도·독도 5~20㎝ ▲경남서부내륙 1㎝ 내외 ▲제주도 10~50㎝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