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헌법에 ‘대한민국 불변의 주적’ 명기”…전운 고조
前국정원장 박지원 “신북풍, 여야 누구에게 유리할지 몰라”
새해를 맞아 북한의 ‘대남 공세’ 수위가 날로 고조되는 모습이다.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와 민족경제협력국 및 금강산국제관광국을 폐지한데 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대한민국은 제1의 적대국”이라며 헌법 개정을 시사했다. 총선을 3개월 앞두고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일각에선 ‘신(新)북풍’이 불 수 있단 전망도 제기된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15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 회의의 시정연설에서 “대한민국을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으로, 불변의 주적으로 확고히 간주하도록 교육교양 사업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을 명기하는 것이 옳다”며 헌법 개정을 시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헌법에 있는 북반구,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이라는 표현들이 이제는 삭제되어야 한다”면서 “이러한 문제들을 반영하여 공화국 헌법이 개정되어야 하며 다음번 최고인민회의에서 심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북한은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와 민족경제협력국 및 금강산국제관광국을 폐지했다. 신문은 “북남대화와 협상, 협력을 위해 존재하던 기구들을 즉각 폐지해야 할 당위성과 적법성이 명기된 최고인민회의 결정초안을 제기해 일치가결하였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지난 연말부터 노골적으로 대남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서해상에서 포사격을 연달아 실시한데 이어, 지난 14일에는 동해상으로 미상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이 올해 들어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작년 12월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이후 27일 만이다.
일각에선 북한이 이번 총선을 겨냥해 의도적으로 전운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치 지형을 만들기 위해 ‘대북 강경파’를 코너로 몰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북한은 윤 대통령을 문재인 전 대통령과 대비시키는 방식으로 국내 정치 상황에 노골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 2일 문 전 대통령에 대해 ‘영특하고 교활한 사람’이라고 평하면서, “문재인의 평화 의지에 발목이 잡혀 우리가 전력 강화를 위해 해야 할 일도 못하고 적지 않은 시간을 허비한 것은 큰 손실”이라고 지적했다. 반면에 윤 대통령은 “우리에게 자위적이며 당위적인 불가항력의 군사력을 키우는데 단단히 공헌한 특등공신”이라며 “문재인 때 밑진 것을 열배, 스무배 아니 그 이상으로 봉창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고 썼다.
정치권은 ‘북풍’ 영향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북풍’은 대선·총선 등 중요한 정치 행사를 앞두고 갑자기 또는 의도적으로 발생하는 북한 변수가 표심에 영향을 끼치는 현상을 말한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총선 전 여야 유불리를 가늠할 수 없는 ‘북풍’이 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전 원장은 지난 12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인터뷰에서 “선거 전 남북 관계가 터진다”며 “김정은이 남쪽을 향해서 뭘 쏴버릴지 모른다. 그러면 그것이 신북풍이 되는데 그랬을 때 민주당이 유리할지 국민의힘이 유리할지 모른다”고 전망했다. 이어 “그런데 제가 가슴 졸이는 것은 지금 윤 대통령은 계속 북한이 터지게 자극하고 있다. 이게 터지면 큰일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