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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 고갈로 최근 실수 반복, 독일 현지 언론 ‘혹평’ 나오기도
“뮌헨이 언제 휴식 줄지 신중하게 결정해야”

김민재는 유럽 무대 입성 2년 만에 세계적인 선수로 도약했다. 2021년 튀르키예 쉬페르리그의 강호 페네르바체로 이적하며 유럽에서의 도전을 시작한 김민재는 매해 자신의 주가를 급상승시켰다. 2022년 나폴리로 가서는 수비 본고장 이탈리아 세리에A를 매료시켰다. 압도적인 수비력으로 최고의 퍼포먼스를 펼쳤고, 나폴리는 저평가받았던 특급 센터백의 탄탄한 방어 덕에 33년 만에 리그 우승에 성공했다. 튀르키예와 이탈리아를 거치며 2년 만에 검증을 끝낸 김민재는 2023년 여름 내로라하는 유럽 명문 클럽들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김민재의 선택은 바이에른 뮌헨이었다. 독일 분데스리가 우승에 늘 가장 근접해 있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가능성 역시 높은 팀에서 자신의 전성기를 보내기로 했다. 뮌헨은 팀 역사상 3번째로 많은 이적료인 5000만 유로(약 715억원)를 그에게 지불했다. 해리 케인이 기나긴 줄다리기 끝에 토트넘을 떠나 뮌헨에 입성하기 전까지 여름 프리시즌의 주인공이었다. 10월의 마지막 날은 그의 높아진 위상을 보여준 하루였다. 당해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를 선정하는 프랑스 축구전문지 ‘프랑스 풋볼’의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그는 22위를 기록했다. 2022년 손흥민이 기록한 11위보다는 낮지만 2023년 발롱도르 최종 후보 30인에 오른 센터백 중 가장 높은 순위였다. 같은 날 아시아축구연맹(AFC)은 아시아가 아닌 해외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주는 AFC 인터내셔널 선수상의 주인공으로 김민재를 호명했다. 뮌헨에서도 변함없이 클래스를 증명하고 있다. 토마스 투헬 감독은 좌우 측면 수비수들을 전진시켜 측면 공간을 확보하고 공격을 주도하는 성향이다. 나폴리에서 그랬던 것처럼 김민재는 다시 한번 넓은 수비 영역을 커버해야 한다. 최고 속도 34.32km/h로 유럽에서 최고의 속도를 지닌 김민재이기에 이 부분은 무리 없이 소화해내고 있다. 뮌헨은 리그 11경기(9실점)와 챔피언스리그 4경기(6실점)에서 총 15실점만 허용하며 유럽 정상급 수비력을 자랑 중이다.
11월4일 분데스리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vs FC 바이에른 뮌헨 경기에서 물을 마시고 있는 김민재 ⓒDP 연합

뮌헨의 대체불가 수비수에 쏠린 과부하, 14경기 연속 풀타임

적응이라는 화두도 필요 없이 새 소속팀에서도 맹활약을 펼치는 김민재는 팀의 확고한 주전이 됐다. 그렇다 보니 생긴 문제는 과부하다. 뮌헨의 수비, 특히 중앙에서 부상자가 발생하면서 김민재에겐 휴식이 없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리그 1, 2라운드에만 각각 68분과 81분을 뛰며 풀타임을 피했을 뿐, 그 이후에는 출전하는 경기마다 교체 없이 다 뛰었다. 9월부터 그에게 주어진 휴식은 9월26일 열린 독일축구협회컵인 ‘DFB-포칼’ 1라운드뿐이었다. 상대가 3부 리그 팀인 뮌스터였고, 김민재도 경미한 근육 부상이 있어 명단에서 제외됐다. 나머지는 모두 선발, 풀타임 출전이다. 현재 뮌헨의 김민재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당초 팀은 김민재와 함께 네덜란드 국가대표 마티아스 데리흐트, 프랑스 국가대표 다요 우파메카노 등 세 선수의 경쟁 체제로 주전을 꾸리고 10대 유망주 타레크 부흐만을 백업 멤버로 쓸 계획이었다. 하지만 데리흐트가 시즌 초반 부진에 빠지며 주전 경쟁에서 밀렸고, 최근에는 무릎 부상으로 8주 이상 결장하게 됐다. 로테이션을 위해 가끔씩 경기에 나서야 하는 부흐만은 아예 수술을 받아 2월까지 출전하지 못한다. 김민재와 우파메카노 2명만 남았는데, 우파메카노도 잦은 근육 부상으로 출전 명단에서 들락날락하고 있다. 풀타임 출전이 어려워 최근 60~70분대에 교체된다. 13경기에 출전한 우파메카노는 풀타임 경기가 6번밖에 없다. 17경기 중 14경기를 풀타임으로 뛴 김민재와 비교된다. 결국 김민재 혼자 경기 끝까지 남고, 수비형 미드필더인 레온 고레츠카가 내려와 중후반부 파트너 역할을 한다. 괴물 같은 운동능력을 지닌 김민재지만 이런 과부하와 강행군에 결국 체력이 바닥났다. 최근 경기에서 집중력이 흔들리며 실수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11월1일 열린 자르브뤼켄과의 DFB-포칼 2라운드에서 전반 추가 시간 빌드업 미스를 범하며 동점골의 빌미를 제공했다. 결국 뮌헨은 후반 추가 시간에 역전골까지 허용하며 패배, 컵대회에서 초반 탈락했다. 독일 진출 후 호평만 받던 김민재에게 처음 혹평이 가해진 경기였다. ‘키커’ ‘빌트’ 등은 팀에서 가장 낮은 평점을 줬고, ‘SPOX’는 “김민재의 어설픈 패스가 뮌헨의 트레블(3관왕) 꿈을 날렸다”고 비판했다. 이어진 도르트문트, 갈라타사라이와의 일전에서 김민재는 강인한 정신력으로 버티며 2경기에서 1실점만 허용하며 팀 승리를 도왔다. 그러나 11월 A매치 휴식기를 앞두고 치른 하이덴하임과의 리그 11라운드에서 다시 김민재의 실수가 나왔다. 팀이 2대1로 앞선 후반 25분 패스 미스가 동점골로 직결됐다. 뮌헨은 후반 막판 2골을 몰아치며 4대2로 승리했지만 이전까지 완벽했던 김민재가 열흘 사이에 약체를 상대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자 독일 언론매체들의 집중 분석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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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28일 독일 분데스리가 FC 바이에른 뮌헨의 김민재(왼쪽)와 SV 다름슈타트 98의 루카 파이퍼가 헤딩 경합을 하고 있다. ⓒREUTERS

대표팀에서도 휴식 없어…아시안컵 위해 관리 필요

‘스포르트1’은 우려 섞인 시선을 보냈다. “김민재가 이번 시즌 분데스리가에서 총 990분 중 959분을 뛰었다. 챔피언스리그에서는 360분을 모두 소화했다”고 전한 후 “A매치 휴식기에도 회복할 시간이 없다.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뮌헨의 크리스포트 프로인드 단장도 혹사를 인정했다. 그는 “김민재는 지난 몇 달 동안 모든 경기에서 90분 이상을 뛰었다. 심지어 대표팀에서도 그랬다. 그는 너무 지쳤고 한계에 달했다. 인간이라 집중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표팀 합류를 위한 긴 원정은 김민재의 체력 저하를 부채질한다. 대표팀은 9월에만 유럽 원정을 치렀고, 10월엔 한국에서 두 경기, 11월에는 한국에서 한 경기, 중국 원정 한 경기를 치른다. 11월16일 싱가포르를 상대로 하는 월드컵 2차 예선 첫 경기를 서울에서 치르고 이틀 후엔 중국과의 원정 경기를 위해 선전으로 이동한다. 21일에 중국전을 마치면 독일로 날아가고, 24일 밤 쾰른과 원정 경기를 치른다. 이 기간에만 그의 이동거리는 2만km가 넘는다. 스포르트1은 “스트레스 수준이 높지만 김민재는 불평하지 않는다. 하지만 괴물도 지친다. 뮌헨이 언제 휴식을 줄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대표팀에서도 김민재의 체력을 감안한 유연한 기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싱가포르와의 첫 경기에 휴식을 줄 법하지만 위르겐 클린스만 대표팀 감독은 “우리도 계획에 따라 회복시키고 있다. 월드컵 예선은 뛰고 싶은 경기다. 김민재도 쉬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며 출전을 예고했다. 일약 세계적인 선수로 도약한 김민재의 기량은 감독들에겐 큰 유혹이다. 뮌헨도, 대표팀도 김민재 출전 여부가 수비 안정에 큰 차이를 부른다. 하지만 체력 저하는 집중력 문제를 일으키고,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김민재는 나폴리에서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고, 대표팀 평가전에서도 풀타임을 반복하다 정작 카타르월드컵에서 종아리 근육을 다쳐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지난 3월 A매치 소집 때는 자신이 체력의 한계를 호소하던 중 국가대표 은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민재는 오는 1월 아시안컵 우승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자원이다. 뮌헨과 대표팀이 원활한 소통으로 관리해 주지 않으면 가장 중요할 때 그의 능력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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