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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인들의 성범죄, 2차 가해로 이어져 "피해자를 꽃뱀으로 여론몰이"

성폭력은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세상에 드러나는 것은 극히 일부다. 성폭력 피해 조사를 보면 가해자 10명 중 7명은 ‘아는 사람’으로 나타났다. 직장, 가족, 학교, 이웃, 데이트 관계에서 발생하고 있었다. 피해자들은 심각한 성폭력 피해를 당해도 가해자들의 보복, 협박, 불이익 등을 우려해 신고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특히 가해자가 유명인인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자신의 신상 노출은 물론 2·3차 가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명성을 내세워 피해자를 꽃뱀으로 몰거나 여론몰이를 통해 엄청난 스트레스와 고통을 준다. 무고로 맞대응할 경우 몇 년간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도 있다. 그나마 2018년 1월 서지현 검사가 촉발한 국내에서의 ‘미투 운동’(MeToo·나도 고발한다)이 숨어있던 피해자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이때 혼자 끙끙 앓고 있던 성폭력 피해자들의 폭로가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정치계와 종교계는 물론 문화예술계, 연예계까지 확산되면서 대중에게 큰 충격을 줬다. 그렇다면 성폭력범죄를 저질러 사회를 공분케 했던 유명인들, 지금 그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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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 후 정당 상임고문에 임명되기도

지금까지 성범죄로 처벌받은 최고위직 인사는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다. 그는 검사를 거쳐 6선 국회의원, 김영삼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 한나라당 대표, 국회의장 등을 역임한 거물급 정치인이다. 이런 그가 2014년 9월 강원도 원주의 한 골프장에서 지인들과 골프를 치다 경기진행요원인 24세 캐디의 가슴과 허벅지, 엉덩이 등을 만져 성추행 혐의로 피소됐다. 재판부는 박 전 의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 강의 40시간 수강을 명령했다. 박 전 의장은 이명박 정부 말기에 특별사면을 받았고, 당시 새누리당은 그를 상임고문으로 임명한다. 2017년 인명진 비대위원장 체제가 들어선 후에야 당에서 제명됐다. 지금은 공식적인 직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서 성폭행 혐의로 재판에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지난해 8월 만기 출소했다. 교도소 정문에는 현역 국회의원 두 명을 포함해 지지자 80여 명이 나와 안 전 지사를 환대했다. 안 전 지사는 출소 1년이 지난 지금까지 대외활동은 하지 않고 있다. 비서 성추행 의혹으로 피소당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2020년 7월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했다. 그의 유해는 고향인 경남 창녕에 묻혔으나 20대 남성이 묘소를 파헤치는 사건이 발생했고, 유족은 지난 4월 ‘민주화의 성지’로 불리는 마석 모란공원으로 묘소를 이전했으나 또다시 묘소가 훼손됐다. 부하직원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오거돈 전 부산시장은 내년 6월에 만기 출소할 예정이다. 3선 국회의원을 지낸 민병두 보험연수원장의 경우에는 한 언론매체에 의해 2008년 노래주점에 동행한 여성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던 그는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가 얼마 후 철회했다. 민주당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그를 컷오프(공천 배제)했으나, 문재인 정부는 미투 논란에도 보험연수원장에 임명했다. 솔루션홀딩스 창업자이며 NHN게임스와 웹젠 대표이사를 지낸 김병관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대 국회의원 시기에 지역구의 한 식당에서 동석한 남성에게 강제로 입을 맞추는 등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김 전 의원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인 이만우 전 새누리당 의원은 평소 알고 지내던 여성을 성폭행하려다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현재 대외적으로 맡고 있는 직함은 없다. 2018년 미투운동 때 문화예술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연극연출가 이윤택을 시작으로 성폭력 폭로가 이어졌다. 연극계 거물인 이윤택의 성폭력은 적나라하게 터져나왔다. 파악된 피해자만 1999년부터 17명에 달했다. 이윤택은 여성 배우 9명을 25차례에 걸쳐 상습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며,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이 확정됐다. 2026년 출소 예정이다. 소설 《경마장 가는 길》로 유명 작가가 된 하일지 전 동덕여대 교수도 제자 성추행 혐의를 받았다. 재판부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정년퇴직한 후에는 외부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박은숙·뉴시스
왼쪽부터 이만우 전 새누리당 의원, 김병관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룰라 출신 가수 고영욱 ⓒ시사저널 임준선·박은숙·뉴시스

복귀 노리는 문화예술계 인사들

시인 배용제는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약 5년 동안 고양예고 문예창착과 실기교사로 재직하면서 제자들에게 성희롱과 성폭행 등 상습적으로 성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6년 피해자들이 SNS를 통해 피해 사실을 고발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배씨는 재판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고 수감 중에 있으며, 2025년 출소 예정이다. 시사만화가 박재동 작가는 결혼식 주례를 부탁하러 온 후배 여성 작가를 성희롱하고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후 그가 재직하고 있던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학생들도 그가 여러 차례 성희롱적 발언을 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박 작가는 사과문을 게재하고, 대외활동을 계속 이어갔다. 2020년부터 경기신문에 ‘박재동의 손바닥 아트’ 코너를 연재 중이다. 영화 미술감독으로 유명한 조근현은 배우 지망생 등으로부터 성추행과 성희롱을 당했다는 폭로가 나오자 미국으로 출국했다. 민중미술가인 임옥상 작가는 여직원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가 만든 작품들은 철거 수순을 밟고 있다. 국내 대표적 문인 중 한 명인 고은 시인은 2018년 최영미 시인의 폭로를 시작으로 연이어 성희롱과 성추행 논란에 휩싸였다. 고 시인은 성추행 사실이 알려진 후 연재 등 글쓰기를 중단했다. 한동안 집필 활동을 멈췄던 그는 지난해 말 시집과 대담집을 출간하며 활동을 재개했다. 올해 7월에는 헌정 문집도 발간됐다.

세계 3대 영화제(칸, 베니스, 베를린)에서 본상을 받으면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던 영화감독 김기덕은 미투 논란에 휩싸이며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김 감독은 해외로 출국한 후 2020년 12월 라트비아에서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했다.
연예계에서도 수많은 미투가 있었다. 배우 조재현은 2018년 여러 명의 여성에게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받은 후 연기 등 모든 연예 활동을 중단했다. 현재는 가족들과 떨어져 은둔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청주대학교 연극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배우 조민기는 연이어 성희롱과 성추행을 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경찰 출석 3일을 앞두고 ‘학생과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유서를 남긴 후 극단적 선택을 통해 세상을 등졌다. 배우 오달수는 2018년에 20년 전쯤 여관에서 성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이 나오며 성폭력 의혹에 휩싸였다. 그는 의혹을 부인했으나 모텔에서 성추행을 당했다는 추가 폭로가 나오자 사과문을 내고 출연하던 드라마와 영화에서 하차했다. 경찰은 오달수 성폭행 사건에 대해 내사 종결했고,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공소시효가 지나 정식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이걸 명분으로 오달수는 스크린에 복귀하며 활동을 재개했다. 배우 최일화는 성추행 사실을 직접 고백한 후 모든 활동을 중단했다. 복귀를 추진한다는 언론보도가 나오고 있으나 그는 여전히 ‘자숙 중’이라는 입장이다. 드라마와 영화에서 조연으로 인기를 얻은 배우 조덕제는 2015년 영화 촬영 중 상대 배우였던 반민정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이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동거인과 함께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모욕하는 글을 게시하다가 재판에 넘겨져 징역 11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2021년 12월 출소한 후에는 유튜버로 변신했다.
ⓒ시사저널 사진자료·연합뉴스
왼쪽부터 배우 강지환,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코치, 왕기춘 전 유도 국가대표, 김준기 전 동부그룹 회장 ⓒ시사저널 사진자료·연합뉴스

회장직 내려놔도 자문역 등으로 컴백

배우 강지환은 2019년 7월 자신의 집에서 드라마 스태프들과 회식을 하던 중 외주 스태프 1명을 성폭행하고 1명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으로 배우 활동은 사실상 어렵게 됐으며, 드라마 제작사에 53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는 등의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트로트 메들리의 전설로 불리는 가수 신웅도 성폭력 사건에 휘말렸다. 신웅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여성들이 고소장을 제출했고, 2020년 8월 강간 및 강간미수,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이 선고됐다. 신웅 또한 성폭력 사건 이후 공개활동은 하지 않고 있다. 그룹 룰라 출신 가수 고영욱은 자신의 오피스텔과 승용차 등에서 미성년자 3명을 성폭행하거나 강제추행한 혐의로 구속돼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고영욱은 2015년 출소한 후 칩거하다 지난해 11월부터 활동을 재개했다. 신상공개(5년)와 전자발찌 부착(3년) 기한이 끝나자 SNS 활동에 나섰지만 강제 폐쇄되는 굴욕을 당했다. 가수 정준영과 최종훈은 2020년 9월 술에 취한 여성들을 집단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각각 징역 5년, 징역 2년6개월이 확정됐다. 정준영은 연예인들이 참여한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단톡방)에 불법 촬영물을 유포한 혐의도 받았다. 2021년 11월 만기 출소한 최종훈은 신앙생활에 전념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정준영은 2025년 10월 출소 예정이다. KBS 연구동 내 여자화장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하고 촬영한 혐의로 징역 2년이 선고된 개그맨 박대승은 지난해 출소했으나 근황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개그맨 출신 방송인 김생민은 10년 전에 회식 자리에서 여성을 성추행했다는 폭로가 나오자 사과문을 내고 진행 중인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현재 그는 팟캐스트와 유튜브 활동에 나서고 있다. 2008 베이징올림픽 남자유도 은메달리스트 왕기춘은 자신이 운영하는 체육관에 다니는 미성년자를 성폭행하거나 성추행한 혐의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였던 조재범은 심석희 선수를 성폭행·강제추행·협박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징역 13년이 확정됐다. 조재범은 2034년에 출소할 예정이다. 가사도우미를 성폭행하고 비서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은 김준기 전 동부그룹(현 DB그룹) 회장은 재판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성폭행 사건이 불거진 후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났지만, 2021년 DB Inc, DB하이텍에 미등기임원(경영자문)으로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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