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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반 만에 기사회생한 KBS 《개그콘서트》, 변함없는 원조집 맛으로 승부수

KBS 《개그콘서트》가 부활했다. 의견이 분분하다. 이미 개그맨들이 유튜브로 옮겨가 새로운 성공기를 그리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과거로 회귀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와, 그럼에도 공영방송으로서 코미디의 명맥을 잇는 가치를 말하는 목소리가 부딪치고 있다.  ‘전설이 돌아온다!’ 11월 부활한 KBS 《개그콘서트》의 포스터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다소 과한 표현처럼 보이지만, 그건 어쩌면 3년 전 끝내 막을 내렸던 《개그콘서트》의 마지막이 보여준 초라한 모습의 잔상 때문일 게다. 실상 무대개그라는 서바이벌 방식을 채택한 《개그콘서트》는 1999년부터 2020년까지 무려 21년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자리해 왔다. 현재 갖가지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동하고 있는 개그맨들의 산실로서 김대희, 김준호, 유민상, 정형돈, 김병만, 신봉선, 강유미, 윤형빈, 장도연 등등 무수한 스타가 여기서 탄생했다. 전성기에는 최고 시청률이 35%(닐슨코리아)를 넘어, 주말 밤 TV 앞에 어김없이 시청자들을 끌어모으는 진풍경이 연출될 정도였다.  하지만 그토록 어렵게 쌓아 최정상의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던 《개그콘서트》의 추락은 꽤 빠른 속도로 이어졌다. 웃음에 대한 감수성이 변화해 과거 같은 가학, 피학 개그가 더 이상 먹히지 않고 오히려 논란만 불러일으키면서 사라졌고, 흔했던 외모 비하 개그 역시 시청자들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또 정치까지 포함한 날 선 풍자들이 코미디 소재로 쓰였지만 심지어 명예훼손으로 정치인들의 고소까지 이어지면서 개그맨들은 마음껏 표현하기가 어려워졌고 나아가 자기검열에 빠지기도 했다. 여기에 유튜브라는 대안적인 매체가 급부상하면서 표현이 좀 더 자유로운 그곳으로 개그맨들의 이탈이 이어졌다. 공영방송으로서 KBS가 코미디의 명맥을 잇겠다는 의지를 갖고 끝까지 버텨내려 했지만, 안팎의 악재들은 결국 《개그콘서트》 폐지라는 결과를 마주하게 만들었다. 
코미디언 김원효가 11월1일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열린 《개그콘서트》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리스크 무릅쓰고 ‘건강한 웃음’ 정공법 선택 

그리고 3년이 지난 현재, 《개그콘서트》가 부활했다. 과연 돌아온 코미디의 전설은 진정한 의미로 부활할 수 있을까. 유튜브 같은 새로운 코미디의 공간이 만들어낸 변화를 생각해 보면 무언가 과거 무대개그와는 결이 다른 《개그콘서트》를 짜야 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부활한 《개그콘서트》는 과거 그대로의 형식인 무대개그를 고수했다. 방향성 역시 과거부터 유지해 왔던 공영방송의 성격을 그대로 가져왔다. 온 가족이 모여 편안하게 웃을 수 있는 코미디를 지향한 것이다. 최근 유튜브의 코미디들이 웃기기 위해서라면 다소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소재도 활용하는 흐름을 떠올려 보면, 《개그콘서트》의 이런 선택은 이례적으로 보인다. 물론 공영방송으로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도 보이지만.  어딘가 힘이 빠질 것 같은 선택들이지만, 정반대 효과가 만들어질 가능성도 없진 않다. 즉 여기저기 자극적이고 도파민 과다인 콘텐츠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오히려 그 반대급부로서 편안하고 건전한 코미디에 대한 주목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KBS라는 보수적인 매체의 특성상 연령대가 높은 고정 시청층이라면 다소 복고적인 이런 흐름이 오히려 유튜브의 떠들썩한 코미디들보다 더 편안하게 소구될 수도 있다. 물론 11월1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김상미 CP와 이재현 PD는 《개그콘서트》 역시 유튜브 콘텐츠가 대세인 현 흐름을 흡수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밝힌 바 있다. 즉 오리지널 코너 외에도 유튜브 인기 콘텐츠를 무대에 맞게 변형해 세운다는 것이다. 하지만 KBS라는 공영방송과 《개그콘서트》라는 무대개그로 들어온 이들 유튜브 인기 콘텐츠들은 이 새로운 환경에 맞게 변형될 수밖에 없다. 다소 순한 맛으로 바뀐다는 것인데, 이것은 수용 세대의 관점으로 보면 그 폭을 넓힌다는 뜻이기도 하다. 
《개그콘서트》(맨 위 사진)와 《코미디 빅리그》의 한 장면
《개그콘서트》의 한 장면 ⓒKBS 방송 캡처
《개그콘서트》(맨 위 사진)와 《코미디 빅리그》의 한 장면
《코미디 빅리그》의 한 장면 ⓒtvN 방송 캡처

결국 새로운 얼굴 탄생에 성패 달렸다 

이처럼 《개그콘서트》가 완전히 새로운 형태가 아닌, 과거 원조로 다시 돌아가게 된 흐름에는 《개그콘서트》 폐지 이후 대안적으로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했던 《개승자》의 학습효과도 있었다고 보인다. 서바이벌 형식을 가미해 승리한 팀은 오르고 패배한 팀은 탈락하는 다소 자극적인 방식을 가져왔지만, 《개승자》는 생각만큼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그건 서바이벌 형식이 갖는 경쟁적인 대결 구도가 좀 더 강력한 무대로 이어져야 하지만, KBS라는 플랫폼에선 그 지점에서 주춤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결국 프로그램의 성패란 이제 그 프로그램이 방영되는 플랫폼의 성격과의 조화와 균형을 빼고는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KBS라는 특성에 맞춰진 코미디 프로그램이 요구된다는 뜻이고, 그건 다소 순한 맛이라고 해도 그 안에서 보편적인 시청층을 끌어올 수 있는 코너들을 개발해야 함을 뜻한다. 그래서 《개승자》와의 차이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김상미 CP는 “서바이벌 형식이 아니라 기존 《개그콘서트》 구성”이라고 못 박았다.  그렇다면 과연 부활한 《개그콘서트》의 성패를 가를 관건은 뭘까. 사실 성패는 코미디의 강도나 형식 같은 것보다는 그 안에서 탄생할 신인에게 있다고 보인다. 순한 맛이든 매운맛이든 혹은 옛 방식으로 돌아간 구성이든 서바이벌 방식이든 중요한 건 스타의 탄생이라는 것이다. 《개승자》가 실패했던 건, 다소 자극적인 서바이벌 방식을 채택해서가 아니라 너무 익숙한 기성 개그맨들이 무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식상함 때문이었다. 그나마 신인팀으로 합류했었던 홍현호, 김원훈, 박진호, 황정혜, 정진하 같은 개그맨들이 돋보였으나 너무 꽉 채운 스타 개그맨들의 향연은 이 새로운 형식을 새롭게 보이지 않게 만들었다.  물론 새로 돌아온 《개그콘서트》에도 정태호, 김원효, 정범균 같은 익숙한 스타 개그맨들이 보인다. 또 김상미 CP는 “기존에 하던 개그맨도 절반은 참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나머지 절반은 새로운 얼굴일 것”이라는 이야기에 방점을 찍었다. 김 CP 역시 신인 발굴이 《개그콘서트》라는 프로그램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고, 나아가 그것이 성패를 가르는 관건이 될 수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마침 들려온 《코미디 빅리그》 폐지 소식과 넷플릭스에서 《코미디 로얄》이 공개를 앞두고 있다는 사실은 지금의 코미디 환경이 어떤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폐지가 아닌 재정비를 위한 휴지기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코미디 빅리그》 종영은 갈수록 뚝뚝 떨어지는 시청률 하락과 무관하진 않을 듯싶다. 유튜브나 넷플릭스 같은 OTT들의 등장이 불러온 미디어 환경 변화가 코미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고, 그간 지상파에서 케이블까지 버티고 버텨온 무대개그의 명맥을 위협하고 있는 형국이다. 나아가 넷플릭스에 서바이벌 방식의 코미디 프로그램이 들어온 것 역시 이 변화된 환경에 올라타려는 코미디의 또 다른 몸부림이라고 볼 수 있다.  이 혼돈기에 부활한 《개그콘서트》는 변함없는 원조집 맛으로 승부하려 한다. 물론 과거처럼 엄청난 시청률과 화제성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적어도 《유머일번지》부터 《개그콘서트》로까지 코미디의 명맥을 이어온 공영방송의 마땅히 있어야 할 프로그램으로서 충분한 역할은 해내지 않을까. 본질로 돌아간 웃음 속에서 새로운 스타 개그맨들의 탄생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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