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 선정 ‘2023 차세대리더’ 100인]
법원 內 '쓴소리맨'...사법부 독립 위해 목소리 내
정욱도 의정부지법 부장판사(47세, 사법연수원 31기)는 법원 내 ‘쓴소리맨’으로 통한다. 정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망 ‘코트넷’을 통해 소신을 밝혀왔다. 정 부장판사는 최근 ‘판사의 경쟁: 생각할 몇 가지’라는 제목의 글을 코트넷에 올렸다. “판사끼리 경쟁만으로는 재판 지연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요지다. 재판 지연은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고법 부장판사 승진제(고법 부장제) 폐지’ 때문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정 부장판사는 ‘갈수록 복잡하고 어려워지는 사건’으로 인해 재판이 지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 부장판사는 “법원장 추천제 폐지로 판사들의 눈치를 크게 살피지 않는 법원장이 (신속한 사건 처리를) 독려한다면 재판 내용에 관한 언행도 이뤄질 위험이 커지므로, (재판 개입이라는) 사법부 최대 흑역사를 반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면서 “재판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관 임명 제청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대법원 간 갈등이 불거졌을 때도 정욱도 부장판사는 참지 않았다. ‘걱정과 참담 사이’라는 글을 통해 “‘특정 정치 성향의 후보자가 제청되면 임명을 거부할 수 있다’는 공개 언급은 안 그래도 입법부에서 정쟁으로 비화할 소지가 큰 후보자의 임명 제청을 행정부가 거부로써 적극 정쟁화하겠다는 예고나 다름없다”면서 “머잖아 대법원장의 대법관 임명 제청을 앞두고 대통령 측의 임명 거부 예고가 상시로 이뤄지는 세상, 대법관 물망에 올라 통치자의 ‘아그레망’을 얻기 위해 연구회 가입 여부에 신경 쓰는 법관들을 보게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참담하다”고 비판했다.
2020년 총선 출마를 이유로 사표를 낸 법관들을 향해서는 ‘법복 정치인 비판’이라는 글을 통해 “법관은 정치적으로 무능한, ‘정치성이라고는 1도 없는 바보’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법관의 정치성은 발현된 곳이 음지이건 양지이건, 밝혀진 때가 현직이건 전직이건, 방향이 보수이건 진보이건 상관없이 언제나 악덕이라고 믿는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정욱도 부장판사와의 일문일답.
현재 사법부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독립성과 책임성에 대한 개념정립이 부족하고 두 가치 간의 관계가 제대로 설정되지 않은 점이라고 본다. 독립성은 사법기관의 특유한 가치이며, 책임성은 공공기관에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가치다. 독립성과 책임성은 사법부 존립의 근거이자 목적인 ‘사법신뢰, 즉 재판에 대한 신뢰’를 떠받치는 두 기둥이다. 그런데 그 구체적 내용이 불분명하고 양자 사이에 한 쪽의 추구가 다른 쪽과 상치되는 ‘상호모순’적 내지 ‘길항’적인 측면이 있다. 이로 인해 예컨대, 사법부 구성원이 ‘사법 독립’을 명분으로 판사의 비위행위 및 이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또는 편향성의 의심을 초래하는 재판부 구성에 관한 외부의 비판을 묵살할 수 있다. 또한 ‘사법 독립’을 ‘사법부 독립’으로 왜곡해 조직논리에 바탕한 과오의 정당화에 오용하는가 하면, 정작 정치권력에 맞서 독립을 지켜야 할 지점에서는 오히려 책임추궁 등의 불이익을 의식해 ‘꼬리를 내리고’ 말기도 한다. 물론 정파적 입장에 따라 일관성 없이 사법작용을 공격하고 책임성의 요구를 빙자해 그 독립을 흔드는 정치세력에도 일부 책임은 있다. 그러나 정치권의 압력을 일종의 상수로 치고 먼저 '강직하게 버텨 맞서면서도 세심하게 들어 살피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확보할 일차적 책임은 사법부에 있다. 바로 설 때 바로 서고 숙일 때 숙이지 못하는 것이 현재 사법부의 가장 큰 문제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법부 구성원들이 독립성과 책임성이라는 두 가치와 그 상호관계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차세대 리더’로 선정된 소감을 듣고 싶다.
“영광스럽고 감사한 한편으로 대단히 과분하게 느껴져서 가능하면 선정을 고사하고 싶었다. 아내인 류영재 판사가 이미 선정되기도 해서, 부부에 대한 구속 관행에 비춰서라도 저는 빠지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했다(웃음). 부연하자면 저는 리더였던 적도 없고 리더가 될 자격도 없다고 생각한다. ‘코트넷’에 올린 글은 처음부터 최근까지 줄곧 리더십이 아닌 팔로워십의 발현이었고, 다른 누군가를 좇아 판사들 대부분의 느낌과 생각을 엮어 다듬은 데 불과하다. 때로 공감이나 해소감을 주기는 했어도 전에 없던 무언가를 이끌어낼 성질의 것은 아니었으며, 제 글줄 따위에 이끌릴 판사들도 사회여론도 아니다. 제가 법원이나 사회에 기여한 바가 있다 해도 그건 목소리를 내다 누군가에게 끼쳤을 불편함으로 대개 상쇄되지 않을까 싶다. 누군가를 이끌기에는 다 말씀드릴 수 없는 잘못과 부족함도 너무 많다. 몇 번을 생각해도 ‘차세대 리더’라는 표현은 제게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
‘2023 차세대 리더’ 100인 ‘대한민국의 미래’를 미리 엿보다
새 시대의 ‘대한민국 권력 지도’에 새겨질 새 희망이자 요구
시사저널-한국갤럽 전문가·일반 국민 1000명 설문조사, 해당 분야 전문가들 추천
‘차세대 리더’를 선정하는 일은 왜 중요할까. 대한민국의 미래를 ‘미리’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각 분야에서 샛별처럼 떠오른 이들은 그 자체로 상징적이다. 차세대 리더에 주목하면 대한민국이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대중이 지금 무엇을 원하고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동시에 우리가 무엇을 놓치고 흘려보내고 있는지도 알 수 있다. 우리의 미래를 가늠해볼 수 있는 것이다. 시사저널이 2008년부터 16년째 ‘차세대 리더’ 조사를 이어가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미리 살펴보기 위함이다.
‘2023 차세대 리더 100’ 선정 과정은 지난해와 같다. 정치, 경제(기업·IT·스타트업), 사회(법조·환경·NGO·종교·의학·과학·크리에이터), 문화(예술·영화·방송연예·스포츠·레저) 각 분야에서 내일의 대한민국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기대되는 인물 100명을 추렸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에 의뢰해 전문가 500명, 일반 국민 500명 등 총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이를 기초자료로 시사저널 기자들이 각 분야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후보군을 압축했다. 최종적으로 시사저널 편집국에서 올 한 해 미디어에 나온 여러 자료를 검토하고 검증하는 과정을 거쳤다. 분야별 인물 순서는 무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