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음 만기도래·임금체불…대유위니아 그룹 계열사들 줄지어 ‘법정관리행’
위니아 1∼3차 협력사 450곳 줄도산 위기…“1000억원 납품 대금 못 받아”
광주시 “회생 기회 달라” 법원에 의견서 제출…중소기업 특별지원 건의
대유위니아그룹 계열사들이 줄줄이 기업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하면서 본사와 공장, 협력업체 등이 몰려있는 광주 지역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당장 위니아그룹 주요 계열사인 위니아(옛 위니아딤채)가 36억원 규모의 만기어음을 막지 못하면서 협력사 450여곳도 줄도산 위기에 놓였다. 지자체·상공 단체·금융기관 등은 협력업체들의 자금 경색 등 ‘발 등의 불’이라도 끌 수 있는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위니아·위니아전자·대유플러스, 법원에 회생절차 개시 신청
12일 광주시와 광주상공회의소 등에 따르면 대유위니아 그룹 계열사들은 지난달 20일 위니아전자를 시작으로 지난달 25일 통신 장비업체 대유플러스, 지난 4일 위니아가 잇따라 기업회생 절차(법정 관리) 개시를 신청했다. 기업 회생은 법원의 관리 아래 진행되는 기업 구조조정 절차다.
김치냉장고 ‘딤채’로 유명한 위니아는 김치냉장고와 에어컨을 비롯한 주방가전, 생활가전 등을 출시하는 전자제품 업체다. 위니아의 올해 상반기 연결 영업손실은 695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영업손실 437억원)보다 적자가 확대됐다. 또 상반기 말 기준 자본잠식률 374%를 기록했다.
위니아에 앞서 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한 위니아전자는 옛 대우전자에 뿌리를 둔 생활가전 업체로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공장이 셧다운되면서 경영 상황이 급속히 악화했다. 여기에 글로벌 경기 침체가 맞물려 2019년 45억원이었던 영업손실은 2021년 175억원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재무제표를 공시하지 않았다.
심지어 작년 7월 이후로는 경영난으로 급여를 제대로 지급하지 못했다. 결국 박현철 위니아전자 대표이사는 근로자 412명에 대한 임금과 퇴직금 약 302억원을 체불한 혐의로 지난달 검찰에 구속됐다. 임금 체불과 관련해 위니아전자는 3000억원 규모의 멕시코 공장 매각과 회생 절차 등으로 해결에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계열사들 연관 1차 협력업체 150여곳 광주 소재
대유위니아그룹 계열사는 모두 광주 광산구에 본사나 공장을 두고 있다. 광주에만 위니아전자와 위니아전자 매뉴팩처링 61개, 위니아 32개 등 협력업체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룹 계열사들의 광주 협력업체는 모두 150여개에 달할 것으로 광주시는 추산했다.
위니아전자는 지난해 7월부터 근로자 412명의 임금과 퇴직금 302억원을 체불하는 등 계열사마다 체불임금 또는 협력사 납품 대금 미지급액이 수백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력업체들은 납품 중단에 따른 매출 감소는 차치하고 당장 납품한 대금조차 회수하기 어려워졌다.
위니아 1차 협력사 150곳과 2·3차 협력사 300여 곳은 지난 10일 광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음 결제를 포함해 총 1000억원이 넘는 납품 대금을 받지 못했다”며 금융권과 정부, 지자체의 긴급 금융 지원을 촉구했다.
협력사들은 올해 초부터 각각 5000만∼50억원을 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위니아는 B2B(기업 간) 전자어음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대금을 지급했으나 법원에 회생 절차를 신청하면서 금융권 차입금을 갚지 못하고 있다. 위니아 측이 추정해 협력사들에 통보한 차입금 미지급금은 411억원으로, 어음 할인을 받은 협력사들이 이 금액을 대신 갚아야 할 상황에 놓였다.
협력사들은 “위니아는 법정관리 신청 중에도 홈쇼핑에서 상품을 판매하며 협력사들을 기만했다”며 “차입금 대환이 이뤄지지 못하면 당장 오늘부터 연쇄 줄도산이 우려되는데도 법정관리 신청 전후 위니아로부터 어떤 상황설명이나 사과도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대유위니아그룹이 지난 2월부터 그룹사 지배 구조를 변경하고 그룹 최고 경영자인 박영우 회장이 미국 뉴욕에 고가 빌딩을 매입한 점 등에 대한 의혹도 제기했다. 협력사들은 “국내 김치냉장고 브랜드 1위 업체가 불과 2년 만에 거액의 적자로 전환해 법정관리 사태가 발생한 점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그룹 지배 관계에서 주식 흐름도 비정상적이어서 정부나 국회 차원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위니아 측은 이번 부도가 회생절차 개시 결정 때까지 유효하며 최종 부도에 따른 거래정지 처분 사유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지자체 등 ‘발등의 불’ 협력업체 자금 경색 해소에 고심
광주시와 상공 단체·금융기관 등은 협력업체들의 자금 경색 해소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지역 기업 지원 기관들은 11일 광주시청에서 모여 위기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광주시를 비롯해 기업은행·산업은행·광주은행·하나은행·신한은행 등 금융기관, 광주·전남중소벤처기업청,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광주지역본부, 광주 신용보증기금·광주테크노파크 등이 한자리에 모였다.
지역 협력업체들은 만기일이 다가오는 할인 전자어음을 대출로 전환해 줄 것을 금융권에 최우선으로 요청했다.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등에 보증과 융자금 만기 연장도 건의했다.
광주시는 정확한 피해 현황 파악을 위해 중소벤처기업부에 그룹사별 협력업체와 지급액에 대한 공식자료를 요청하고 중소기업 특별지원지역 지정도 검토해 줄 것을 건의하기로 했다. 또 법원에 지역 경제를 고려해 기업에 회생의 기회를 달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기업지원 정책자금 50억원을 긴급 지원하고, 광주신용보증재단 특례 보증도 시행할 방침이다. 지자체, 기업 지원 기관, 경제단체가 참여하는 실무협의체도 구성할 방침이다.
대유위니아 그룹은 어떤 곳…‘승자의 저주’?
대유위니아 그룹은 광주에서 현대·기아자동차 협력업체로 출발해 창업상호저축은행(현 스마트저축은행), 몽베르컨트리클럽 골프장, 위니아만도(현 위니아), 동부대우전자(현 위니아전자)를 인수해 몸집을모를 키웠다.
대유그룹은 2014년 김치냉장고 ‘딤채’로 유명세를 탄 위니아만도를 인수한 데 이어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해 위니아전자를 인수했다. 위니아전자는 대우전자의 후신으로, IMF 외환위기 시절 대우그룹이 무너진 후 대우전자가 동부그룹에 최종 매각돼 ‘동부대우전자’로 사명을 바꾸고 새 출발했다. 그러나 DB그룹이 경영난에 봉착하면서 5년 전인 2018년 다시 시장에 매물로 나왔고, 결국 대유위니아그룹에 인수됐다.
업계에서는 3개 계열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며 그룹 전반으로 위기가 번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감이 커지면서 ‘승자의 저주’라는 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