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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부터 재해자 853명 발생…과태료 총 6억3500만원 남짓 부과
노동부 작년 감독에선 계열사 86.5% 위법 확인…이후 또 ‘끼임 사망’
윤건영 “노동자 생명과 안전 계속 위협받아…당국 엄중 조치 나서야”

고용노동부는 기획 감독 결과, SPC그룹 52개 사업장 중 45곳에서 227건의 산업안전 관련 법 위반이 적발됐다고 27일 밝혔다. ⓒ연합뉴스
고용노동부는 기획 감독 결과, SPC그룹 52개 사업장 중 45곳에서 227건의 산업안전 관련 법 위반이 적발됐다고 2022년 12월27일 밝혔다. ⓒ연합뉴스

최근 근로자들의 ‘끼임 사망 사고’가 잇따랐던 SPC그룹 계열사에서 최근 5년6개월(2018년~2023년 6월) 간 총 853명의 산업재해 피해자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 달에 13명꼴로 업무 중 사고를 당하거나 질병을 얻어 산재로 인정받은 것이다. 지난해 사망 사고가 발생한 후 고용노동부가 실시한 기획 감독에서도 SPC 계열사 10곳 중 8곳 이상이 안전보건조치 미흡 등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사저널이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SPC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8년부터 지난 6월까지 5년6개월 간 근로복지공단에 의해 산업 재해자로 인정된 SPC 직원은 25개 사업장에서 총 853명으로 나타났다. 1년에 약 155명, 한 달에 13명의 산업재해 피해자가 발생한 셈이다. 산업 재해자 가운데 86%에 달하는 736명은 사고, 나머지 117명(14%)은 질병으로 집계됐다.

2018년~2023년6월 SPC 계열사 내 재해자 수 ⓒ양선영 시사저널 디자이너
2018년~2023년6월 SPC 계열사 내 재해자 수 ⓒ양선영 시사저널 디자이너

SPC 재해자 수 해마다 증가세

2018년부터 SPC그룹 계열사에서 재해자 수는 해마다 증가세를 보였다. 2018년 100명이던 재해자는 2019년 150명, 2020년 158명, 2021년 176명, 2022년 188명을 기록했다. 올해 6월 말까지 집계된 재해자 수는 81명이다. 지난해 근로자들의 기계 끼임 사망과 손가락 절단 사고가 연이어 발생해 사회적 물의를 빚었음에도 불구하고 재해자 수가 크게 줄어들지 않은 것이다.

앞서 지난해 10월 SPC 계열사인 SPL 평택 공장에선 20대 근로자가 소스 교반기를 가동하던 중 기계에 끼어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작업을 2인1조로 진행해야 했지만 1명이 잠시 자리를 비우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알려졌다. 불과 일주일 후 또 다른 계열사 샤니 제빵공장에서도 40대 근로자가 컨베이어 벨트에 걸린 빵을 꺼내려다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한 바 있다.

시사저널은 SPC 그룹이 그동안 산업안전보건 규정을 위반해 행정처분을 받았던 내역도 분석했다. 2018년부터 2023년 8월까지 SPL‧SPC삼립‧샤니 등 13개 계열사에서 총 6억3500만원의 과태료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적게는 한 해 수십만원부터 1억4000만원이 넘는 과태료를 맞은 계열사도 있었다. 근로자들이 겪은 사고 피해와 견주었을 때 결코 많은 금액이라고 할 순 없지만, 기업이 안전 규정을 지키지 않아 지불한 과태료 규모로선 이례적이란 지적이다. 

지난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SPC 본사에서 SPC그룹 허영인 회장이 제빵공장 노동자 사망사고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2년 10월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SPC 본사에서 SPC그룹 허영인 회장이 제빵공장 노동자 사망사고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빵 만드는데 매년 150명 재해 발생? 상식적이지 않아”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0월28일부터 11월25일까지 약 한 달간 SPC그룹 내 12개 계열사 52곳 사업장을 대상으로 산업안전과 관련한 기획 감독을 실시했다. 여기에서도 SPC 계열사들의 안전 관리 부실 상황은 여실히 드러났다. 

감독 결과, 조사 대상의 86.5%에 달하는 45곳에서 총 277건의 법 위반사항이 확인됐다. 끼임 사망의 원인이 된 위험 기계들은 사고 이후에도 덮개 같은 방호장치를 설치하지 않았고, 정비 작업을 할 때 운전을 정지하는 조치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장 내 안전을 책임지는 안전관리자나 보건관리자가 없거나, 있어도 다른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도 밝혀졌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SPC그룹의 산업재해 발생 빈도가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박한울 노무사는 “SPC의 기업 규모가 크다는 걸 감안해도 1년에 150명 이상의 재해자가 발생한다는 건 상식선에서 이해하기 힘들다”라고 꼬집었다. 박 노무사는 “SPC는 흔히 제빵공장으로 불리는 식품제조 기업이다. 근로 환경상 산재 발생이 많을 수밖에 없는 건설업, 배송업과 비교해봐도 재해 빈도가 상당히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과태료 부과와 관련해서는 “한 계열사가 산업안전보건 위반으로 1년에 1억원 이상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경우 역시 굉장히 드문 일”이라며 “해마다 여러 계열사에서 적지 않은 과태료 처분을 받아왔다는 것은 SPC그룹 자체가 주의를 받고도 기민하게 시정 조치에 나서는 분위기가 아니라는 걸 방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건영 의원은 “해마다 SPC그룹 사업장에서 산업재해 피해자가 계속 증가하고, 과태료 처분 조치가 이어진다는 점은 경영진이 문제 해결의 의지가 없거나 처벌 수위가 솜방망이 수준이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라면서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이 지속적으로 위협받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 계속 반복되고 있는 만큼 노동당국은 이제라도 재발방지를 위한 엄중한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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