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총선 앞 국회 ‘양평 대전’ 통해 일약 스타덤
‘김앤장 출신 환경운동가’ 독특한 이력도 재조명

“개발도 안 되는 쓰레기땅을 왜 삽니까?” 지난 2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백지화 논란 현안질의’ 현장.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건희 여사 일가의 땅이 수변구역에 있어서 개발이 어렵다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부동산 일타강사’를 자처하는 원 장관에 맞서 이 의원의 송곳 같은 반박이 이어졌다. 관련 장면이 SNS와 커뮤니티를 통해 뜨거운 관심을 모은 가운데, 김앤장 변호사 출신이라는 이 의원의 독특한 이력도 재조명되는 모습이다.
2020년 1월28일 더불어민주당 8번째 인재영입인사로 당에 들어온 김앤장 법률사무소 출신의 기후.환경.에너지 전문가 이소영 변호사 ⓒ시사저널 이종현
2020년 1월28일 더불어민주당 8번째 인재영입인사로 당에 들어온 김앤장 법률사무소 출신의 기후.환경.에너지 전문가 이소영 변호사 ⓒ시사저널 이종현

‘대선 경선 주자’ 궁지에 몬 ‘초선 의원’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을 둘러싼 논란은 민주당을 통해 처음 제기됐다. 이후 민주당은 해당 논란을 ‘대통령 처가 게이트’로 규정짓고 총공세를 펼쳤다. 그러나 관련 논란에 화력을 집중하려던 민주당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원희룡 장관이 돌연 관련 사업 백지화를 선언하면서다. 원 장관은 나아가 되치기까지 시도했다. 그는 지난 12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민주당이 제기한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영상을 게시, 관련 논란은 ‘진실게임’ 양상으로 흘러갔다. 여권 내 대선 잠룡인 원 장관이 이른바 ‘양평고속도로 일타강사’를 자처하자, 야권에서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의혹 제기까진 성공했지만, 김 여사 일가가 관련 사업에 개입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나오지 않은 게 컸다. 이에 민주당은 국토위 현안질의만을 학수고대했다. 이날 관련 사업을 백지화시킨 원 장관과의 ‘논리 싸움’에서 밀리면, 관련 논란의 기세가 여권으로 넘어갈 수 있단 우려도 나왔다. 실제 원 장관은 26일 진행된 현안질의에서 쉽게 밀리지 않았다. 민주당 중진 의원들도 고전한 가운데, 초선인 이소영 의원이 ‘저격수’로 나섰다. 이 의원은 법률과 사례를 섞어가며 원 장관의 반박을 조목조목 재반박했다. 특히 ‘김건희 여사 일가의 토지가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원 장관의 주장이 틀렸다고 몰아세웠다. 이 의원은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두 가지 점에서 틀린 말”이라며 “하나는 수변구역이라서 개발이 불가능하다고 하는데 이 인근 일대 수변구역에 아파트가 계속 들어서며 개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건희 여사 일가는 땅을 상속받기만 한 게 아니라 상속받은 땅 말고도 꾸준히 이 지역 땅을 매입해왔다”며 “매입자체가 투자목적인데 영원히 개발도 안 될 땅을 왜 매입하겠나”라고 반문했다. 이 의원은 특히 윤석열 대통령 장모인 최은순씨가 부동산 투자 전문가임을 강조했다. 원 장관 주장대로 매입 부지가 개발이 불가한 곳이라면, 최씨 등이 해당 부지를 거금을 들여 매입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즉, ‘유능한 투자 전문가’인 최씨 등이 해당 토지를 사들인 이유는 막대한 개발 이익을 노렸기 때문이라는 게 이 의원의 논리였다. 이 의원은 “수변구역 개발은 아주 유능한 부동산 개발업자만 할 수 있는데 대표적인 분이 최은순씨”라며 “양평 공흥지구는 팔당·대청호 상수원 수질보전 특별대책지역에 들어가는 땅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말 개발이 어려운 땅이지만 (최씨는) 여기에 아파트를 지어서 105억원의 개발이익을 남겼다”며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최씨는 병산리 땅이 수변구역이든 보전관리지역이든 능히 개발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원 장관도 쉽게 물러서진 않았다. 원 장관은 “주민들이나 여러 가지 사진, 인터넷 자료들 통해서 파악해 봤다”며 “1980년대부터 상속돼서 지분 때문에 그 주변에 일부 늘어나 있고, 고속도로 지나가는 바로 옆에 산으로 돼 있는 비탈지대에 있는 땅 아닌가. 여기에다 아파트를 짓는다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교통 호재가 생기면 계속 추가 매입했다”면서 “개발도 안 되는 쓰레기땅을 왜 샀는지 답변하라”고 다시 받아치기도 했다.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국토위) 전체회의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이소영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국토위) 전체회의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이소영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로펌 변호사 출신 환경운동가…재선 노릴까

국토위 현안질의 후 포털사이트와 유튜브 등에 ‘이소영’을 검색하면 ‘원희룡’이 연관 검색어로 따라붙는다. 이 의원과 원 장관의 설전이 이른바 ‘양평대전’으로 명명되는 등 화제를 모으면서다. 실제 관련 영상은 30일 기준 유튜브 등에서 약 50만~80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양평고속도로 논란과 관련해 화제를 모은 야권 정치인 중 가장 높은 조회수다. 시간 흐름에 따른 ‘관심도’를 측정하는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이소영’의 관심도도 지난 26일 기점으로 수직 상승했다. 이소영에 대한 관심도(0~100)는 25일까지 0~32를 횡보하다가 현안질의가 진행된 26일 90까지 급증, 27일에는 100까지 올랐다. 이 의원의 이색적인 이력도 회자되는 모습이다. 이 의원은 2009년 제51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로 활동했다. 다만 ‘금수저’는 아니었다. 로펌 변호사로 일하며 ‘모야모야병’(뇌 속의 특정 혈관이 막히는 만성 진행성 뇌혈관 질환)이라는 희귀병을 진단받은 어머니의 병원비를 부담했다. 이 의원은 2016년 김앤장을 퇴사한 뒤 기후변화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사단법인 기후솔루션을 설립했다. 이후 기후·환경·에너지 분야 전문가로 활동해온 이 변호사는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여덟 번째 영입 인사로 정계에 진출, 2020년 4월 총선에서 경기 의왕·과천시에 출마해 신계용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후보를 누르고 국회의원이 됐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