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진·윤영찬 동석…수해 우려 두 차례 연기 끝 성사
이재명 “당 단합 중요” vs 이낙연 “도덕성 회복해야”
“당의 단합이 가장 중요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대담한 혁신이 필요하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
더불어민주당 전‧현직 대표가 당의 ‘제1 과제’를 두고 미묘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28일 이낙연 전 총리와 이재명 대표의 회동이 성사된 가운데 이 대표는 ‘당의 단합’을, 이 전 총리는 ‘혁신’을 각각 강조했다. 당내 각 계파의 선봉장인 민주당 전‧현직 대표가 총선 전 이견을 좁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대표와 이 전 총리는 이날 저녁 서울 종로의 한 음식점에서 약 2시간 동안 저녁식사를 함께했다. 이 대표 측 인사로는 김영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이, 이 전 총리 측 인사로는 윤영찬 의원이 배석했다.
두 사람이 만난 것은 지난 4월 이 전 총리의 장인상 이후 석 달 만이다. 이 전 총리는 지난달 24일 미국에서 한국으로 귀국했다.
앞서 이 대표와 이 전 총리는 지난 11일 만날 예정이었지만 당시 서울 지역에 호우 경보가 내리자 수해에 대비해 일정을 연기했다. 민주당은 지난 19일에도 ‘명낙회동’을 추진하려고 했으나 집중호우로 전국 곳곳에서 수해 피해가 발생하자 일정을 재차 순연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두 사람의 회동과 관련해 “이 대표는 이 전 총리의 귀국을 환영하는 의미의 꽃다발을 전달하며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 총리께서 선거에 애많이 쓰셨는데 제대로 감사 인사도 못 드렸다’며 안부를 물었다”며 “이 전 총리는 ‘그동안 당을 이끄시느라 수고 많으셨다’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이 전 총리와 이 대표는 덕담을 주고받았지만, 당의 핵심 과제를 두고는 미묘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이 대표가 당의 단합을 강조하자 이 전 총리는 단합의 선결 조건으로 ‘도덕성 회복’과 ‘분열의 언어 중단’을 주문했다.
이 대표는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당의 단합이 가장 중요하고 당이 분열되지 않도록 잘 이끌고 가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 전 총리께서 많이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총리는 “민주당을 최상의 상태로 만들기 위해서는 대담한 혁신이 필요하며 혁신을 통해 단합하고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전 총리는 “민주당의 혁신은 도덕성과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며 “지금 민주당은 위기의식을 가져야하고 당내 분열의 언어를 즉시 중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비이재명계를 겨냥한 ‘개딸’(이재명 대표 지지층)들의 ‘수박’(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이라는 속어) 공세를 차단해달라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편, 두 사람은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는 것이 국민을 위한 민주당의 역사적 소명이라는 데는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이날 두 사람은 “윤석열 정부의 폭주와 대한민국의 불행을 막기 위해 민주당이 총선에서 승리해야 한다”며 “윤 대통령은 국민의 삶이나 국가의 미래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