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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근불가원의 정치적 동지가 풀어낸 《노회찬 평전》

“사람이 살아가는 것은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문호 톨스토이의 이 말이 갈수록 그리운 것은 사람의 느낌을 지닌 정치인을 보기 힘들기 때문일 수 있다. 2018년 여름 갑자기 우리 곁을 떠난 노회찬이 그리운 모습으로 찾아왔다. 동지이자 비판자인 이광호 ‘진보정치’ 편집장이 쓴 《노회찬 평전》은 정치가 노회찬보다 그가 가진 인간적인 모습이 도드라진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드는 일, 그것을 가로막는 부당한 억압과 착취를 근절하기 위해 싸우는 일이 노회찬의 직업이었고, 바탕에는 인간 사랑, 휴머니즘이 있었다. 그의 휴머니즘은 사회적 조건이나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초역사적 이념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구체적 현실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한 휴머니즘이었다.” 이번 평전의 탄생에는 노회찬이 떠난 그 겨울에 설립된 추모 재단의 모임부터 5년의 세월이 걸렸다. 그 시간은 허투루 지나가지 않고, 지인들의 인터뷰, 기록의 복기 등을 통해 알차게 채워지는 시간이었다.
노회찬 평전│이광호 지음│평등하고 공정한 나라 노회찬재단 기획│사회평론아카데미 펴냄│600쪽│2만3000원
노회찬 평전│이광호 지음│평등하고 공정한 나라 노회찬재단 기획│사회평론아카데미 펴냄│600쪽│2만3000원

노회찬의 정치 여정보다 인간적인 모습에 주목

쉽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성격으로 인해 갈등도 많았던 부인 김지선씨에게 1998년 썼다는 편지(231p)는 아내에게 진심이었던 노 의원의 진면목을 느끼게 하는 깊은 글이다. 부부 사이에 아이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아내를 사랑하는 그의 진심을 읽을 수 있다. 반면에 진보정의당 창당을 준비하던 2012년 10월에 쓴 ‘6411번 버스 연설’은 그가 같이하고 싶은 사람들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는 글이다. 새벽 4시에 구로에서 강남으로 운행을 시작하는 이 버스의 첫차를 가득 메우는 건물 청소노동자들의 삶을 공감하는 그의 글에는 울림이 있다. 안타깝게 막을 내린 노회찬의 정치 여정을 보면 우리 정당사에 나타난 변화를 한눈에 알 수 있다. 성공적으로 막을 올린 노회찬의 정치는 기득권 정당으로 올라타는 방식 등 편한 길이 있을 수 있었지만 노회찬은 정치의 초심을 잊지 않았다. 불가능할 것 같은 노동자 정당을 만들어냈지만,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정당 구조의 회오리에 그 자신도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 와중에 그는 삼성X파일 폭로나 전관예우 근절 등 정치 개혁을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갔다. 하지만 변화하는 정치의 틀은 그를 옥죈다. 특히 2011년 통합진보당을 선택한 것은 자신에게 최악의 결과였다. 외형적으로는 심상정, 유시민, 이정희의 결합체였지만, 이미 내부는 경기동부연합이 중심이 된 당권파들이 주도하고 있었다. 외형적으로 2012년 4월 총선에서 13명의 의원을 배출하지만 내부 문제가 폭발하고, 갈등은 첨예화된다. 간난고초의 시간이 지나고 노회찬은 2016년 총선에서 창원 성산 국회의원으로 당선된다. 하지만 예비선거 당시 알고 지내던 드루킹 김동원과 고등학교 친구가 주도하던 경공모 모임에서 받은 4000만원이 그를 백척간두에서 한 걸음 더 딛게 하는 비극으로 몰아간다. 그는 유서를 통해 수없이 자신이 받은 돈을 정상적으로 회계 처리하지 못한 것을 사과한다. 저자는 사람의 부끄러움을 다는 천칭이 있고, 노회찬에게는 그 무게가 가늠할 수 없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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