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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_부동산] “분양가격 올라가면 집값도 상승” 옛말
시장 상황에 따라 분양가 낮아질 수도 있어

최근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규 아파트 분양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부동산 빙하기임에도 경기도의 국민평형 아파트 분양가가 10억원을 넘어서고 있다. 분양가격이 인상되면서 ‘분양가격이 오르면 집값 상승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아파트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원가가 올라가면 분양가격이 인상되고 분양가격이 올라가면 집값도 상승하게 될 것이라는 당연한(?) 논리다.  하지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의문을 가져야 발전이 있다.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중요한 질문의 답을 찾아보고자 한다. 첫 번째 질문은 ‘아파트 분양(건설) 원가는 계속 상승하는가’이고, 두 번째 질문은 ‘아파트 원가가 오르면 분양가도 상승하는가’이다.
최근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규 아파트 분양가가 상승하고 있어 배경이 주목된다. 사진은 서울의 한 분양사무소 견본주택 ⓒ연합뉴스
최근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규 아파트 분양가가 상승하고 있어 배경이 주목된다. 사진은 서울의 한 분양사무소 견본주택 ⓒ연합뉴스

아파트 분양가는 계속 오를 수 있을까

분양 원가는 크게 건설 원가와 토지 조성 원가로 나뉜다. 서울주택도시공사가 공개한 한 아파트 단지의 자료에 따르면 분양 원가 중에서 토지 조성 원가 비중은 39%이고 건설 원가 비중은 61%였다. 건설 원가는 대부분 외주비(도급공사)와 자재비 등으로 이뤄져 있다. 건설현장은 다른 생산제품과 다르게 인력이 많이 투입된다. 따라서 인건비가 계속 상승하면 건설 원가도 지속적으로 오르는 구조다. 자재비 등은 변동성이 있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계속 오른다고 가정하면 분양 원가에서 61%를 차지하는 건설 원가는 지속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토지 조성 원가다. 분양 원가에서 39%를 차지하고 있는 토지비는 어떨까. 땅값은 계속 오르기만 할까. 토지에 아파트를 가장 많이 짓는 경기도 토지 가격을 보면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오른쪽 위 표는 ‘경기도 토지 가격 연도별 변동률’이다. 땅값이 계속 오르기만 하지 않는다. 토지 가격이 하락할 수도 있다는 점은 중요하다. 분양 원가의 39%를 차지하고 있는 토지비가 하락하면 분양가격도 당연히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첫 번째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아파트 분양(건설) 원가는 계속 오르기만 하는가. 답은 분양 원가에서 39%를 차지하는 토지비가 하락할 수 있기 때문에 분양 원가 역시 계속 오르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분양 원가에서 토지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아파트나 지역별로 다를 수 있다. 따라서 토지비에 따른 분양가 변화 정도도 달라진다. 아파트를 짓는 데 들어가는 원가가 상승해도 분양가격은 떨어질 수 있다. 어떤 경우에 그럴까. 백화점에서 세일을 한다고 가장해 보자. 계절이 지나 안 팔린 이월 제품의 경우 보통 할인해 물건을 판다. 아파트도 똑같다. 안 팔리면 가격을 낮춰 팔아야 한다. 원가가 아무리 올라도 분양가격이 낮아질 수 있는 이유다. 미분양이 증가하면 이익을 줄이면서 분양가격을 낮추려고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원가가 올라도 미분양 아파트가 증가하면 이익을 줄이면서 분양가격을 낮추게 된다. 오른쪽 아래 표는 2000년부터 2016년까지 전국 미분양 아파트와 평당 분양가격 변화다. 글로벌 금융위기 초기인 2008년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가 16만5000호로 크게 증가한다. 미분양 아파트가 증가하자 평당 분양가격이 하락했다. 2008년 전국 아파트 분양가는 평당 1083만원이었다. 이후 2012년 840만원으로 22%나 하락한다. 분양가격이 2008년 수준으로 다시 올라오는 데 8년이 넘게 걸렸다. 물건이 안 팔리면 가격을 낮추는 것은 아파트도 예외가 아니다. 중요한 건 새로운 아파트 분양가도 충분히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부동산 시장이 안 좋을수록 분양가격 하락 폭은 커질 수 있다. 미분양 아파트가 중요한 이유다. 미분양 아파트가 증가하면 분양가격 인하가 불가피하고 분양가격이 하락하면 일반 주택 가격 하락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분양가격 하락이 주택 수요를 감소시키고 수요가 줄어들면서 가격이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분양가 상승에 따른 충동구매 자제해야

아파트 건설 원가는 계속 상승하지 않고 신규 아파트 분양가격도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분양가격이 계속 오르기 때문에 집값 상승도 불가피하다’는 주장은 틀렸다. ‘분양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는 말에 현혹돼 서둘러 내 집 마련에 나서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하반기로 갈수록 역전세 문제는 확대되고 미분양 아파트는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완화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역전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출 규제를 완화하고 미분양 아파트 해소를 위해 투자 수요 확대를 위한 세금 인하 정책이 나올 수 있다. 과연 정책이 시장을 움직일 수 있을까. 집값이 급등할 때 많은 정책이 나왔지만 집값 안정화에는 실패했다. 집값이 떨어질 때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높다. 주택 가격 부양을 위한 정책이 시행될 수 있지만 시장의 큰 흐름을 바꿀 수는 없다. 정책에 대한 뉴스에 흔들리지 말고 부동산 시장의 본질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아파트 분양가격도 그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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