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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료 1100억원 이상으로 평가돼 세계 30위
30대 선수 중에선 세계 3위
메시·호날두·네이마르 등은 50위 밖으로 밀려

최근 튀르키예(터키)의 페네르바체에서 이탈리아의 강호 나폴리로 이적한 국가대표 센터백 김민재는 2000만 유로(약 267억원)의 이적료를 기록했다. 중국의 베이징에서 페네르바체로 이적하며 유럽에 입성한 지 1년 만에 몸값이 5배 넘게 뛰었다. 김민재의 이적료는 유럽 내에서 팀을 옮긴 아시아 선수 중 역대 3번째로 높다. 손흥민(2015년 레버쿠젠→토트넘, 3000만 유로)과 일본의 나카타 히데토시(2001년 로마→파르마, 2840만 유로)만이 그 이상의 이적료를 유럽에서 기록했다.

이적료는 선수의 현재 가치를 알려주는 가장 확실한 척도다. 갖고 있는 기량만큼의 퍼포먼스가 나오지 않으면 이적료에서도 무섭게 거품이 빠진다. 대신 한 시즌의 인상적인 활약만으로도 갓 스물을 넘긴 선수가 1000억원에 육박하는 이적료를 기록하는 사례가 심심찮게 나오는 것이 최근 유럽 축구계의 흐름이다. 올여름 이적 시장만 해도 AS모나코에서 레알마드리드로 이적한 오렐리앵 추아메니가 8000만 유로(약 1066억원), 벤피카에서 리버풀로 이적한 다르윈 누녜스가 7500만 유로(약 992억원)를 기록했다. 중앙 미드필더인 추아메니는 2000년생, 스트라이커인 누녜스는 1999년생으로 해당 포지션에서 떠오르는 특급 유망주다.

7월6일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토트넘 홋스퍼와 세비야 FC의 친선 경기에서 토트넘의 손흥민이 드리블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토트넘, 내년에도 한국 방문할 뜻 밝혀

그렇다면 7년째 토트넘에만 몸담으며 이적료가 2015년의 기록에서 멈춰있는 손흥민의 몸값은 어떻게 책정할 수 있을까? 현실에서는 실제 이적이 이뤄지지 않는 한 새로운 기록이 나오지 않는다. 리오넬 메시 역시 2004년 FC바르셀로나 유스에서 성인팀으로 승격한 뒤 세계 최고 선수로 15년 이상 군림했지만 그의 이적료 기록은 없다. 2021년 8월 파리생제르맹으로 이적하며 처음 팀을 옮겼지만 자유계약(FA) 신분이었기 때문에 이적료가 발생하지 않았다. 메시는 전성기 시절 2억 유로(약 2700억원) 이상을 지불해야 영입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그저 설왕설래였다.

이런 경우를 위해 선수 가치를 측정해 이적료를 추산하는 자료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세계적인 종합회계감사 그룹인 KPMG가 유럽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의 시장 가치를 이적료로 환산해 공개했다. 선수의 축구적인 퍼포먼스 외에도 나이, 마케팅 잠재력, 잔여 계약기간, 현 소속 리그의 강점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였다. 즉, 어리고 축구 소비력이 큰 국가와 리그에 소속된 선수가 더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손흥민의 시장 가치는 8180만 유로로 전체 30위였다. 1100억원을 웃도는 엄청난 금액이다. 2015년 토트넘으로 넘어올 당시 기록한 이적료의 2.7배가 넘는다. 30위라는 순위를 다른 기준으로 본다면 손흥민의 시장 가치는 한층 빛난다. 1992년생인 손흥민은 이제 만 30세다. KPMG가 발표한 자료에서 톱50 중 30대 선수는 손흥민 외에 리버풀의 공격수 모하메드 살라, 맨체스터 시티의 미드필더 케빈 더브라위너, 레알마드리드의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까지 4명에 불과했다. 살라가 9500만 유로, 더브라위너가 8280만 유로로 손흥민보다 위였다. 30대 선수로만 따지면 세계 3위라는 뜻이다.

놀라운 것은 손흥민이 이전 발표 자료에 비해 몸값이 더 올랐다는 점이다. 지난 4월에는 7670만 유로의 시장 가치로 조사됐다. 3개월 만에 510만 유로가 올라간 것이다. 선수의 시장 가치는 나이와 반비례할 수밖에 없다. 이적을 통한 재판매 가능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살라의 경우는 3개월 전에 비해 650만 유로가 줄어들었다. 손흥민은 아시아 선수 최초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오르는 경이로운 활약으로 시장 가치 면에서도 역주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만일 손흥민이 유럽이나 남미 국적이었다면 시장 가치는 더 올랐을 것이 확실시된다. 팀 동료인 해리 케인의 경우 1억30만 유로로 손흥민과 2000만 유로가량 차이가 났다. 케인이 두 살 더 어린 것도 영향을 미쳤지만, 축구 종가의 에이스이자 주장이라는 점에서 시장 가치를 더 높이 받을 수밖에 없었다. 30위 안에 든 선수 중 유럽과 남미 국적이 아닌 선수는 손흥민과 모로코의 아슈라프 하키미(파리생제르맹), 이집트의 살라뿐이었다.

손흥민은 2021년 여름 토트넘과 4년 재계약에 서명했다. 당시에도 리버풀, 레알마드리드, 바이에른 뮌헨 등 세계 톱10에 드는 빅클럽들이 관심을 표명했었다. 만일 손흥민이 기존 계약인 2023년 6월 종료를 2년 앞두고 이적을 택했다면 최소 7000만 유로(약 930억원) 이상의 이적료가 나왔을 것이라는 게 당시 대다수 언론의 추측이었다. 하지만 토트넘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심을 나타낸 손흥민은 팀 내 최고 대우를 보장받는 조건으로 잔류했다. 올여름에도 손흥민은 이적에 대한 뜻을 전혀 내비치지 않았다.

토트넘도 그를 보낼 생각이 전혀 없다. 지난 7월 중순 한국을 찾은 토트넘은 팀K리그, 스페인의 강호 세비야와 국내에서 두 차례 친선전을 치르는 쿠팡플레이시리즈에 참가했다. 초청료와 신규 스폰서 계약(금호타이어)으로 100억원가량의 수입을 단기간에 올리며 손흥민의 상업적 가치를 재확인했다. 토트넘은 이번 방한을 주관한 쿠팡 측에 내년 여름에도 한국을 찾을 뜻이 있음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왼쪽)리오넬 메시 (파리생제르맹),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EPA 연합·연합뉴스

세계 시장 가치 1위는 약 3073억원의 음바페

손흥민 이외 다른 선수들의 시장 가치에도 큰 흐름의 변화가 있다. 지난 10년간 세계 축구를 지배한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네이마르가 50위 안에서 모두 사라졌다. 메시와 호날두는 30대 중후반에 들어서며 전성기에서 내려온 상태다. 네이마르의 경우 2017년부터 파리생제르맹에서 뛰는데 팀 내 에이스 역할을 킬리안 음바페에게 넘겨줬다. 브라질 대표팀과 달리 소속팀에서의 위상이 떨어지며 시장 가치도 급락했다.

그들의 자리는 새로운 스타들이 대체하고 있다. 시장 가치 1위는 음바페다. 만 19세이던 2017년에 이미 1억800만 유로의 이적료를 기록하며 파리생제르맹에 입성한 그는 메시와 호날두를 잇는 새로운 시대의 황제로 꼽히고 있다. 시장 가치는 더욱 상승해 2억3010만 유로(약 3073억원)를 기록했다. 유일하게 시장 가치에서 2억 유로를 뛰어넘은 선수다. 올여름 레알마드리드로의 이적이 유력했지만 파리생제르맹이 연봉 830억원을 보장하는 파격적인 제안으로 마음을 샀다. 2025년까지 재계약하는 조건으로 보너스만 1600억원가량을 선지급했다.

2위는 올여름 이적 시장을 통해 도르트문트에서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한 엘링 홀란드다. 2000년생인 홀란드는 현시점에서 이미 최고의 정통 스트라이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여름 이적하며 실제로는 6000만 유로의 이적료만 발생했다. 하지만 시장 가치는 1억4380만 유로로 평가받았다. 3위는 잉글랜드 대표팀과 맨체스터 시티의 차세대 에이스 필 포든으로 1억4020만 유로였다. 4위는 1억3580만 유로를 기록한 레알마드리드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다. 브라질 대표팀에서는 이미 네이마르의 후계자로 꼽히는 2000년생 윙포워드다. 5위는 2003년생인 잉글랜드 대표팀의 미드필더 주드 벨링엄이다. 현재 도르트문트 소속인 10대의 벨링엄은 1억1620만 유로의 시장 가치를 기록했다.

10위 내에 포함된 선수들의 평균 연령은 22.9세였다. 그만큼 잠재력이 탁월한 젊은 선수들에게 높은 시장 가치를 부여했다. FC바르셀로나의 2002년생 미드필더 페드리가 대표적인 사례다. 페드리는 시장 가치 1억150만 유로로 7위를 기록했다. 2020년 여름 바르셀로나에 합류한 페드리는 지난 두 시즌 동안 본격적인 활약을 펼치며 이니에스타의 뒤를 이을 세계 최고의 선수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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