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는 왜 실패에도 불구하고 계속 투자하는가?》ㅣ김수현 지음ㅣ민음사 펴냄ㅣ352쪽ㅣ16,000원
‘인생이 꼬이지 않으려면 주변에 주식투자가가 없어야 한다’는 속설이 있다. A는 주식투자에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가까운 친구 B가 만날 때마다 ‘오늘 하루에만 주식으로 몇 백만 원을 벌었다’며 자랑을 해대면 시샘도 나고 부럽기도 해 은근슬쩍 주식에 관심을 갖게 됐다. 연습 삼아 해보자며 증권사에 계좌를 만들고 아껴둔 쌈짓돈을 투자해 주식을 사봤다. 오르락내리락하는 주가를 틈틈이 관찰하는 재미가 새롭던 차 투자한 주식이 갑자기 상한가를 쳤다. 심장박동이 빨라진 A는 얼른 주식을 팔았다. 계산해보니 상당한 돈을 땄다. A는 무릎을 쳤다. 그제야 신세계를 알게 된 것이다.
자신을 얻은 A는 더 많은 돈을 동원해 주식을 샀다. 그런데 그날로 곤두박질쳐 1/3토막이 난 주가는 2년이 넘도록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마침 목돈이 필요하게 된 A는 하는 수 없이 주식을 처분, 적지 않은 손해를 입은 채 주식투자를 포기했다. 이런 A는 우리 주변에 셀 수 없이 많다. 그나마 손해 한 번 크게 보고 주식투자를 멈춘 사람은 불행 중 다행이다. 평소 지고 못 사는 승부근성과 본전 생각에 투자금을 늘려 ‘한 방’을 노리다 점점 더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들어가 결국 인생 낭패에 이르는 사람 C도 주변에 부지기수다. A, C가 간과했던 것은 친구 B가 주식투자로 돈을 잃었을 때는 절대로 자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신이 인간에게 보낸 선물’이라는 아인슈타인은 주식 투자를 하지 않았는데 기자가 그 이유를 묻자 ‘미친 군중이 어디로 몰려갈지는 신도 모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합리적 주가예측이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C는 왜 실패에도 불구하고 계속 투자를 할까? 첫째, 본전 생각, 둘째, 욕심이다. 어지간해서는 본전을 찾기도 어렵거니와 고군분투 끝에 간신히 본전을 찾았다 해도 100원을 따면 200원을 더 따고 싶은 것이 인간의 원초적 욕망이라 제어하기 어렵다.
기관은 개미 C의 이런 심리를 100% 꿰뚫고 있다. 개미가 산자락이나 2부, 3부 능선에서 아우성칠 때 기관은 산 정상에서 개미를 내려다본다. 기관이 적당한 투자이슈를 만들어 특정 주식 가격을 급속히 끌어올리는 것을 소위 ‘작전’이라고 한다. 주가가 계속 오르는 것을 보며 개미들이 너도나도 달라붙으면 기관은 적당한 선에서 주식을 처분하고 빠진다. 그럼 주가는 곤두박질 친다. 개미는 언젠가 다시 주가가 오를 것을 기대하며 버틸 만큼 버티다 결국 손해를 보며 주식을 처분하게 되고, 기관은 다시 이 주식을 싼 값에 거둬들인다. 적당히 거둬들였다 싶으면 같은 작전이 반복된다.
기관은 이 주기를 5년, 10년, 20년 아주 길게 상정해놓고 수많은 종목의 주식을 느긋하게 컨트롤한다. 개미는 특성 상 소수 종목에 투자한 주식을 1개월, 6개월, 길어봐야 1~2년 이상 보유하며 버티기 어렵다. 바로 이 차이가 개미 함정이다. 개미가 주식시장에서 기관을 이기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 어려운 이유다. 저자는 ‘개미가 작전세력을 역이용하는 방법도 있다’고 주장하나 ‘그 말에마저 현혹되지 말고 주식시장은 쳐다보지도 말자’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필자 또한 주식투자 하는 친구 곁에 있다가 두 번에 걸쳐 큰 손해를 보고 빠져 나온 경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