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제는 입원 위험 낮추지만 오미크론 전파 막는 것은 백신
코로나19 환자를 위한 먹는 치료제가 나왔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두 종류의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긴급 사용을 승인했다. 백신으로 1차, 치료제로 2차 방어막을 구축할 수 있게 된 것인데 치료제가 게임 체인저가 될지가 관건이다.
이번에 긴급 사용 승인을 받은 먹는 치료제는 화이자의 '팍스로비드'와 머크의 '몰누피라비르'다. 모두 바이러스의 체내 복제를 억제함으로써 환자의 중증이나 사망 위험을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팍스로비드는 가장 먼저 FDA의 긴급 사용 승인(12월22일)을 받은 치료제는 팍스로비드다. 화이자에 따르면 팍스로비드는 임상시험에서 코로나 증상 발현 3일 이내에 투여하면 입원 및 사망 위험을 89%까지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미크론에 대해서도 효능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팍스로비드 복용 대상은 코로나19 감염 시 입원 가능성이 큰 고위험군 성인과 몸무게 40kg 이상의 12세 이상 소아 환자, 기저질환을 앓는 환자 등이다.
몰누피라비르는 초기에 복용하면 입원·사망 위험을 50% 낮춰주는 것으로 머크의 임상시험에서 나타난 바 있다. 그러나 FDA 백신 평가 외부자문위원회 심사에서는 약효가 30%로 평가됐다. 자문위원 13명은 긴급사용승인을 권고했지만 다른 위원 10명은 반대했다. 몰누피라비르는 자문위를 가까스로 통과하기는 했지만 약효가 기대 이하라는 논란 때문에 FDA 승인까지 거의 한 달이 소요됐다. FDA는 12월23일 몰누피라비르의 긴급 사용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몰누피라비르의 사용을 다른 치료제 대안이 없을 경우로 한정했다. 뼈와 연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18세 미만에는 사용할 수 없고, 가임기의 남성과 여성 모두 사용이 권장되지 않는다.
정부 40만4000명분 선구매 추진 중
우리 정부는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40만4000명분 선구매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 도입 물량과 시기는 식품의약품안전처 긴급사용승인 일정에 맞춰 공개하기로 했다. 2021년 2월 도입 가능성이 있는데 이르면 1월로 앞당겨질 수 있다.
치료제는 재택치료 환자와 고위험·경증·중등증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에서 활용될 예정이다.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경구용 치료제는 정부가 구매해 공급하며 환자에게는 무료로 처방된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2월23일 언론 질의에 대해 "치료제 특성을 고려해 재택환자는 경구용 치료제, 고위험 경증·중등증 치료병원은 항체치료제 중심으로 효율적 활용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영국·스코트랜드·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감염으로 입원할 위험이 크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어 치료제를 본격적으로 사용하면 환자의 입원과 사망을 현저히 줄일 것으로 보인다. 변수는 오미크론의 확산이다. 오미크론의 전파력이 강한 만큼 많은 사람이 감염될 수 있다. 즉 입원 확률은 낮더라도 오미크론이 광범위하게 전파되면 입원 환자 수는 늘어날 수 있다.
치료제는 환자의 입원과 사망을 줄이지만 바이러스 감염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따라서 백신 접종과 치료제 병용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항바이러스제의 의미는 크다. 현재 중증환자 병상 부족이 문제로 재택 치료다 뭐다 해서 문제가 많은데 이를 조금이나마 해소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치료제 확보량과 시기가 문제다. 백신 확보와 시기가 늦어서 혼란이 생겼는데 이를 재현해서는 안 된다. 과학적 분석·예측·위험평가를 기반으로 백신과 치료제 병용 전략을 잘 짜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