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전문가들 ‘코로나19 5차 유행’ 경고
“예전의 일상이 아니라 현 상황을 일상으로 받아들여야”
국내 코로나19 상황은 이미 5차 유행 시기에 접어들었다는 전문가의 시각이 많다. 최근 문제가 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대규모 확산을 막지 못할 경우, 올겨울은 가장 혹독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변이 바이러스는 계속 출현할 것이므로 일상의 개념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예전의 일상이 아니라 현 상황을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코로나19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첫 코로나19 감염자 발생 이후 처음으로 하루 확진자가 1000명대를 기록한 때는 지난해 12월13일이다. 올해 4월 델타 변이가 국내로 유입되자 하루 확진자는 8월과 9월 각각 2000명과 3000명을 넘어섰고, 11월 단계적 일상 회복으로 진입하자마자 4000명대로 치솟더니 12월 들어서는 결국 7000명대에 진입했다. 12월8일 0시 기준으로는 7175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올해 2월부터 백신을 접종했고 12월1일 접종 완료율이 80%에 도달했으나, 지난 1년 동안 델타 변이는 오히려 확산했다. 따지고 보면 지난해보다 올해가 더 험난했던 셈이다. 지난해 대구 지역사회 감염이 한창일 때 격리된 사람 가운데 확진자가 발생한 비율(방역망 내 관리 비율)은 약 80%였으나 지금은 30% 초반에 머무르는 실정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해 12월8일 세계 최초로 영국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된 후 1년이 지났다. 당시만 해도 백신이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으나 나는 변이 바이러스에 약한 단점 때문에 게임체인저로는 5% 부족하다고 봤다. 지금은 델타 변이보다 전파력이 더 센 오미크론이 출현했다. 새로운 백신 개발이 필요할지 모르는 상황을 맞았다”고 말했다.
그러자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12월6일 코로나19의 최근 일주일(11월28일~12월4일) 전국 위험도를 평가한 후 최고 단계인 ‘매우 높음’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그 전주(1월21~27일)에도 전국 위험도는 ‘매우 높음’이었다. 방대본은 코로나19 위험도를 대응 역량, 발생 현황, 예방접종 등 3개 영역에서 17개 평가지표로 나눠 매주 매우 낮음·낮음·중간·높음·매우 높음 등 5단계로 평가해 발표한다. 방대본은 “평가 결과는 11월 넷째 주와 동일하나 전반적인 지표가 악화하는 양상이다. 이미 의료대응 역량의 한계를 초과한 (코로나19) 발생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점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의료계는 코로나19 5차 유행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한다. 김 교수는 “이미 5차 유행에 들어갔다. 신규 확진자 수가 10월18일 1050명으로 최저점을 찍은 후 지금까지 계속 증가세”라고 강조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정부는 4차 유행이 길어진다고 보겠지만 그것은 11월 이전까지 얘기다. 지금은 오미크론 출현 등으로 양상이 달라진 5차 유행이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겨울 대유행이 심각한 방역 위기 부를 수도”
코로나19 5차 유행 국면이 심각한 방역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2월5일 ‘경기 하강 신호 속 오미크론발 경착륙 리스크 직면’ 보고서를 통해 “이번 겨울의 5차 유행은 이미 시작된 것으로 판단된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확진자 수 급증이 안정화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2022년 초에 걸친 겨울의 대유행은 불가피하다. 특히 최근 기존 백신의 효과를 상당 부분 무력화할 가능성이 높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 요인까지 감안하면 겨울 대유행이 예상 밖으로 심각한 방역 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외국도 올겨울 코로나19 5차 유행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11월28일 NBC에 출연해 미국이 5차 대유행을 겪고 있느냐는 질문에 “확실히 그렇게 갈 가능성이 있다. 다음 몇 주에서 몇 달간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답했다. 유럽은 이미 5차 대유행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프랑스의 올리비에 베랑 보건장관은 12월3일 현지 언론을 통해 “5차 유행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병원 시스템에 매우 뚜렷한 영향을 끼쳤다”고 밝혔다.
“오미크론, 고령자나 기저질환자에겐 위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델타 변이보다 전파력이 2배 이상 강한 것으로 예상되는 오미크론 변이가 출현했다. 오미크론 감염자는 12월1일 국내로 유입돼 9일 만에 60명으로 불어났다. 인천 중심의 확산세가 경기와 서울에 이어 충북까지 확대됐다. 방역 당국이 오미크론 감염을 확인하기 위해 추적하고 있는 대상자는 최소 1700명이다.
이런 배경을 평가한 전문가들은 오미크론이 델타 변이를 밀어내고 전국으로 확산해 우세종이 될 것으로 본다. 4월말 델타 변이가 국내로 유입된 뒤 2개월 만에 10%, 9월초에는 거의 100%까지 확대됐다. 오미크론은 전파 속도가 2배 이상 빠르므로 감염 규모가 1%만 넘어도 눈덩이처럼 번져 1개월 이내에 우세종이 될 수 있다. 김 교수는 “오미크론의 전염력과 확산세를 보면 우세종이 될 가능성이 큰 편이다. 실제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오미크론이 발견된 지 약 20일 만에 델타 변이를 밀어내고 벌써 80%에 육박하는 우세종이 됐다. 국내외 오미크론 감염 사례를 보면 (델타 변이보다) 재감염이 3배이고 돌파감염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국내외 상황을 종합하면 오미크론 감염자는 대부분 경증이거나 무증상으로 나타나 치명률이 낮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왔다. 그렇지만 전파력이 강하므로 더 많은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어 방심할 일은 아니다. 이 교수는 “오미크론의 치명률이 낮다고 해도 전파 속도는 빠르다. 지금 방역 수준에서 하루 5000명의 확진자가 나오는데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되면 하루 1만~2만 명이 발생한다는 공식이 성립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여행을 다닐 정도로 건강한 사람이 오미크론에 걸렸을 때 경증이나 무증상을 보인다. 이것도 2~3주 후에 중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 특히 지역사회에서 고령자나 기저질환자가 감염되면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아무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강도 높은 거리 두기가 답이다”
코로나19 5차 유행에 오미크론 변이까지 가세할 경우 올겨울은 그 어느 때보다 가혹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 교수는 “올겨울은 가장 혹독할 것이다. 델타 변이 유행 시기에 이 정도인데 백신 효과를 더 떨어뜨릴 것으로 예상되는 오미크론까지 더해지면 지금보다 2~3배 많은 환자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2월 한 달을 ‘특별방역점검기간’으로 정하고 12월6일부터 4주간 사적 모임 인원을 수도권 6명, 비수도권 8명으로 축소하며, 방역패스 적용 업종을 기존 5개에서 영화관과 미술관 등을 포함한 16개로 확대하는 특별방역대책을 실시한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3차 유행 때 사적 모임 인원을 줄여서 효과를 봤다. 그러나 지금은 감염 규모가 커서 이런 효과가 나더라도 오랜 기간이 필요하다. 신규 확진자를 지금 상태로 유지만 해도 다행이다. 그러면서 백신 추가 접종으로 감염 규모를 누그러뜨리길 바랄 뿐이다. 그러나 오미크론 변이가 크게 확산하면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영업자 피해 등을 고려해 영업시간 단축이나 실내시설 운영 중단과 같은 고강도 대책은 내놓지 않았다. 김 교수는 “7~10월까지 4단계 방역을 해도 감염자가 꾸준히 증가했는데 그보다 느슨한 방역으로 하루 50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오는 현 상황을 누그러뜨릴 수 없다. 강도 높은 거리 두기가 답이다. 정부의 방역보다 오미크론 출현이 오히려 국민의 경각심을 올리는 형국”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의료체계는 버티기 힘든 상황에 몰렸다. 정부는 취약계층의 백신 3차 접종을 12월까지 마무리하면 버틸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오미크론 확산을 막기 위해 보건소 인력을 확충해서라도 역학조사를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오고 있다. 또 일상의 개념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 교수는 “일상 회복의 개념을 바꿀 때다. 4단계 방역 수준 이상 또는 지금의 상황이 일상이라고 생각하고 코로나19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 출현하므로 1~2년 이내에 종식될 것이라는 희망고문은 그만해야 한다. 병원도 코로나19 환자를 임시로 진료하는 형태에서 상시 치료할 수 있는 구조로 바꾸는 등 의료체계 변경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이 말만 하면 코로나19는 타올랐다
대통령의 말은 국민에게 신뢰를 줘야 한다. 그러나 코로나19와 관련한 문재인 대통령의 말은 그렇지 못했다. 오히려 대통령의 말은 코로나19 유행을 부추기는 불씨가 되고 말았다.
“코로나19는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다.”(2020년 2월13일)
당시 누적 감염자는 28명이었으나 2월29일 3000명대로 치솟았다. 2월18일 신천지 대구교회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1차 유행이 시작됐다.
“봉쇄 없이 가장 성공한 방역 모범국가가 됐다.”(2020년 8월11일)
당시 34명이던 하루 확진자가 8월14일 100명 선을 돌파하면서 2차 유행이 시작됐다.
“방역·경제 모두에서 세계적 찬사를 받고 있다.”(2020년 11월30일)
11월25일부터 하루 확진자가 500명대로 진입하면서 3차 유행이 시작된 시기였다. 12월12일 하루 확진자가 처음으로 1000명 선을 넘었다.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빠른 경제 회복이 민생 회복으로 이어지게 하고 일자리 회복, 코로나 격차와 불평등 해결에 전력을 기울이겠다.”(2021년 5월10일)
2021년 들어서도 3차 유행이 이어졌으나 대통령은 방역보다 경제에 방점을 찍는 발언을 이어갔다.
“주요 선진국, 한국 방역 성과 높이 평가한다.”(2021년 6월22일)
이날 신규 확진자는 395명이었으나 7월7일 신규 확진자가 1212명까지 증가하면서 4차 유행이 본격화됐다.
“정부는 5000명 또는 1만 명 정도까지도 확진자 수가 늘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대비를 했다.”(2021년 11월21일)
다음 날인 11월22일 방역 당국은 위험도 평가 결과 ‘매우 높음’이라고 발표했다.
“어렵게 시작한 단계적 일상 회복을 되돌려 과거로 후퇴할 수는 없다.”(2021년 11월29일)
경제를 위해 방역 수준을 높이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날 신규 확진자는 3309명이었으나 12월 들어 7000명대로 급증했다. 그러자 방역 당국은 12월 한 달 동안 사적 모임 인원을 축소하는 등 특별방역대책을 실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