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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재도전에 본격 시동 걸자 공화당 ‘고민’
그리샴 전 백악관 대변인 “트럼프가 ‘잠자리 어떤가’ 물어”
일부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지지율보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시선은 이미 차기 대선으로 향해 있다. 최근 그는 지난해 대선에 대해 ‘사기’ ‘부패한 선거’라는 주장을 반복하면서 활동을 재개하기 시작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정치위원회인 ‘세이브 아메리카(Save America)’를 통해 바이든 행정부를 비난하는 TV광고를 내보내면서 정치자금을 모으는 등 사실상 대선 채비를 본격화하고 있다. 그는 다만 선거자금법 등을 이유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진 않고 있다. 트럼프는 9·11 테러 20주년이던 당일 뉴욕경찰서를 찾은 자리에서 한 경찰관이 ‘2024년 대선 재도전 여부’를 묻자 “쉬운 질문”이라면서 “당신이 행복해질 것”이라고 말해 대선 출마를 강하게 시사했다. 워싱턴포스트가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전·현직 참모 13명을 대상으로 한 비공식 여론조사에서 10명은 그가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고 믿었고, 2명은 “홍보 전략이다”, 1명은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이 같은 행보에 미 보수층도 반응하고 있다. 그의 지지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방문하는 곳마다 ‘범죄자’ ‘탄핵’이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이나 깃발을 들고 시위를 지속하고 있다. 그만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세가 공고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셈이다. 미 에머슨대에 따르면, 지난 8월30일~9월1일 전국 12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뽑겠다는 응답자가 47%로, 바이든 대통령(46%)을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9월15~16일 하버드대 미국 정치연구소(CAPS)와 여론조사 기관 해리스가 공동으로 실시한 2024년 차기 대통령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는 48%를 얻어 바이든(46%)을 앞질렀다. 트럼프는 공화당 내 대선후보 경선 구도에서도 독주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하버드-해리스폴 조사에서 공화당 지지자의 58%가 트럼프를 공화당의 차기 대선후보로 꼽았고,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등 다른 잠룡들은 10% 이하 지지율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이 같은 자신감 때문인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야후 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대선에 나온다면, (공화당 대선후보) 대부분은 사퇴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그가 백악관에 복귀하면 보복과 복수 있을 것”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차기 대선에 나서기까지는 장애물도 적지 않다. 우선 자신이 기용했던 백악관 및 행정부 참모들이 비판 대열에 서있는 점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스테파니 그리샴 전 백악관 대변인은 회고록 《이제 질문 받겠습니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여성 편력 등에 대해 폭로를 이어갔다. 회고록에 따르면, 지난 2006년과 2007년 불륜관계를 맺은 포르노 스타 스토미 대니얼스에 대한 스캔들이 터져나오자, 에어포스원에서 전화로 그리샴에게 “나의 그곳은 작지도 않고, 독버섯 모양도 아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리샴 전 대변인은 또 트럼프가 언론을 담당하는 젊은 여직원에게 집착해 이 여직원이 어디에 있는지 계속 묻거나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의 자기 방에 데려오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그리샴의 남자친구인 백악관 직원에게 “그리샴과의 잠자리는 어떤가”라고 물어보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샴 전 대변인은 최근 CNN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4년 대선을 통해 대통령직에 복귀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두렵다면서 “그는 그가 원하는 것은 뭐든지 할 수 있고, 보복과 복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버트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0월5일 미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지난해 2월 트럼프 행정부가 탈레반과 아프가니스탄 철수 일정을 설정한 합의에 대해 “탈레반에 대한 항복”이라고 비판했다. 지금 트럼프가 바이든 행정부의 아프간 철수에 대해 맹비난을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도 중대한 책임이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참모들 간 내부 의사결정 과정 등이 외부로 흘러나오고 있어, 이게 향후 대선 과정에서 문제가 될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8월 아프간 철수를 둘러싼 혼란이 최고조에 달하자 2024년 대선 출마를 즉시 발표해야 하는지를 놓고 참모들과 논의했다. 트럼프는 즉각 발표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선거법상의 문제를 들어 참모들이 만류했다고 한다. 민주당이 내년 중간선거 구도를 ‘트럼프 전 대통령’에 맞춰놓고 짤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행보를 바라보는 공화당의 속내도 복잡한 상황이다. 트럼프가 보수층으로부터 공고한 지지를 받고 있긴 하지만,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중도층의 표심을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외신에 따르면, 공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국적으로 45% 안팎의 지지율을 얻고 있지만, 공화당 내부 여론조사에선 약 40%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화당의 한 전략가는 트럼프의 불량한 브랜드는 교외의 투표자들을 이탈하게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뉴욕에서 자신의 사업에 대한 조사와 지난 1월6일 미 의사당 폭동 사태에서의 역할에 대한 조사를 포함해 여러 가지 법적 소송에도 직면해 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공화당의 많은 고액 기부자들은 전략가들과 당의 지도자들에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아닌 다른 후보를 원한다고 비공개적으로 말했다. 당 내부에선 트럼프의 전반적인 인기도가 아닌 2024년 대선에서 그가 당의 후보로 가장 적합하다고 당원들을 설득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지 여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민주당의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700만 표를 더 얻었다. 이는 지난 2016년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대선후보가 트럼프에게 290만 표 뒤졌던 것보다 더 격차가 벌어진 수치다. 경합주인 아이오와에 기반을 둔 기독교 단체인 ‘패밀리 리더(Family Leader)’의 밥 밴더 플라츠 CEO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헌신적이고 충성스러운 기반을 갖고 있음에도 그가 다시 출마해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